리그오브레전드는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 상대방과 경쟁하는 게임입니다. 이 때 단연 중요한 것은 '챔피언' 픽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경기 중 바꿀 수 없는 '챔피언'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를 대신해 싸웁니다. 챔피언들이 어떻게 조합되고 활용 되느냐에 따라 승리와 패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죠.

따라서 승리를 향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밴으로 픽을 제한하거나 선점하기도 하고, 카운터 픽을 준비하거나 특정 선수의 챔피언 폭을 연구하는 등 경기 시작 전부터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오고 갑니다.

이번 롤드컵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급변한 메타와 함께, 대회 기간 새롭게 부상한 픽과 밴은 각 팀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진행되었는데요. 치열한 밴픽 싸움과 변화하는 챔피언 트렌드 추세에 따라 어떤 선수들은 결승 무대까지 특정 챔피언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결승 무대에서야 선수의 손으로 들어가 게임을 지배한 두 챔피언을 살펴볼까합니다. 전용 스킨까지 따로 만들어진 인연을 자랑하는 '페이커' 이상혁의 '라이즈'와, 역으로 그다지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던 '앰비션' 강찬용의 '리 신'입니다.

▲ 결승 무대에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페이커', '앰비션'의 라이즈, 리 신


■ '페이커', 그에게 '라이즈'를 풀어주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

'라이즈'는 수많은 챔피언들을 모두 장인급으로 다루기로 유명한 '페이커'에게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챔피언입니다. 작년 2015 롤드컵 승리를 기념하는 스킨이 제작되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 제작된 라이즈 스킨은 선수의 의견이 반영 되거나, '앞구르기' 세레머니가 포함되어 더 특별하기도 했죠.

단순히 얽혀 있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페이커'가 사용한 라이즈는 게임을 파괴하는 '파괴병기'로도 유명합니다. 예전 솔로 랭크와 대회에서는 물론, 변경된 리워크 라이즈 역시 자유자재로 부리는 솜씨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데요.

▲ '우와... 미췬놈인데...' (영상 출처: LOL PRO Replays 유튜브)


이러한 정보는 자연히 국내외 팀들에게도 모두 전해졌고, '페이커'는 단짝 친구 빡빡이를 사용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자연히 밴 카드는 라이즈를 묶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롤드컵 결승까지 총 15전, 이 중에 11회는 라이즈가 밴 되었고, 2회는 선픽으로 상대 팀이 빼앗아 가면서, '페이커'는 한 판도 라이즈를 플레이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초반 조별 예선 단계에서만 딱 2회 밴이 풀렸을 정도였는데요. 모든 팀들에게 경계 대상으로 찍힌 탓에, '페이커'의 라이즈는 비밀 아닌 비밀병기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죠.

▲ '라이즈가 좋아하는 영화는? 다크나이트 라이즈 ㅎ'


특별히 등장 기회를 잡지 못한 라이즈. '페이커'는 끝내 롤드컵 결승 무대까지 라이즈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이 찾아왔죠. 최고를 가리는 마지막 무대, 이 곳에서 드디어 '페이커'의 라이즈가 해금 되었습니다.

2세트, SKT의 넓은 챔피언 폭을 전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회에서 오랫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페이커'의 라이즈가 밴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전 1세트, SKT가 라이즈를 셀프 밴 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삼성은 롤드컵 무대에서 '페이커'가 사용한 '신드라'를 밴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전 경기,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크라운' 이민호의 선전 또한 이러한 선택의 배경이 됐습니다.

이에 SKT가 기다렸다는 듯 라이즈를 픽. 기본 스킨을 고집하는 '순정파' 페이커가 롤드컵 스킨을 장착한 라이즈를 뽑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 처럼, '페이커'의 라이즈는 2세트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궁극기와 유체화를 활용하며 신출귀몰하게 상대 팀을 벌하는 솜씨는 '대장군'을 넘어, '대마왕'의 모습과도 같았죠.

▲ 2세트 경기를 지배한 불사 대마왕 '페이커'의 라이즈! (영상 출처: OGN)


최고의 활약을 펼친 '페이커'의 라이즈 플레이. 이를 목도한 삼성에게 영향이 없을 수는 없었겠죠. 남은 경기, 삼성은 '신드라', '카시오페아' 뿐만 아니라 '라이즈'에도 밴 카드를 사용하면서 사실상 '페이커' 견제에 대부분의 힘을 쏟았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던, '페이커'의 비밀 아닌 비밀병기 '라이즈'. 계속해서 등장하지 못하다가, 최고의 결승 무대에서야 왜 '페이커'에게 라이즈를 풀어줘선 안되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주었네요.


■ 가장 어려운 순간, 팀을 구원한 'Champion'! '앰비션'의 '리 신'

1세트, 치열한 접전 끝에 삼성은 아쉬운 패배를 겪었습니다. 이어진 2세트에서는 '불사대마왕'의 라이즈를 막지 못해 빠르게 세트 패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3:0이라는 글귀가 아른거리는, 삼성에게는 명백히 불리한 흐름.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표정도 밝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게임을 풀어나가야할 정글러, '앰비션' 강찬용의 얼굴에는 긴장감마저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앰비션'의 정글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성장형'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초반 빠른 라인 개입보다는, '킨드레드', '렉사이' 등의 챔피언으로 꾸준히 성장을 해내고, 중후반부터 폭발하는 캐리력으로 팀의 승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잘 해내죠. 또, 최근들어 자주 사용하는 '스카너' 등, 변수를 만들어내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 LCK 시즌 중에는 캐리형 정글러로 활약했던 '앰비션'


하지만 이번 2016 시즌 롤드컵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라인 스왑'의 봉쇄로 더 치열해진 초반 라인 힘 싸움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변화로 탱커 중심의 서포터 메타는 더 강한 라인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이라', '카르마' 등으로 대체 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조합상 약한 타이밍을 손쉽게 넘길수 있었던 '라인 스왑' 전략이 사라지고, 포탑 퍼스트 블러드, 일명 '포블'이 추가되면서 오히려 라인전 힘겨루기는 격화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반 정글러의 라인 개입은 이전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 '강한 라인 개입 능력'이 한층 부각된 2016 롤드컵


이런 측면에서 볼 때, 2세트 '앰비션'이 선택한 '킨드레드'는 썩 훌륭한 픽은 아니었다고 평할수 있습니다. 삼성은 2세트 초반, SKT를 상대로 전 라인에서 우세한 모습을 보이기도하는 등, 좋은 흐름을 타는 듯 싶었지만 정글러들이 개입된 교전에서 손해를 보면서 '페이커' 라이즈의 성장을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1, 2 세트 패배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던 3세트. 이번에는 삼성이 다시 '리 신'을 꺼내들었습니다. 1세트에서는 SKT가 올라프의 강한 정글링으로 삼성의 리 신을 봉쇄했었지만, 이번 3세트에서는 SKT가 올라프를 밴 한 상황. 삼성은 첫 픽으로 리 신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롤드컵, 높은 픽률(결승전까지 55.6%)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유독 '앰비션'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리 신. 1세트 아쉬운 모습을 뒤로하고, 3세트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앰비션'의 리 신은 '장로 드래곤' 스틸에 성공하는 등, 기적적인 플레이로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을 구원해내는 데 성공했죠.

▲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을 구원한 '앰비션'의 리 신! (영상 출처: OGN)


한 번 변화한 스타일을 보여준 '앰비션'은 다음 4세트에서도 리 신을 선택했습니다. 리 신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인상과는 달리, '앰비션'의 플레이는 매섭고, 정확했습니다.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플레이를 해내는 모습에서 2세트 패배 후 느껴졌던 긴장감은 어느새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심감으로 비처 보였습니다.

▲ 연이어 4세트에서도 활약한 리 신 (영상 출처: OGN)


마지막 5세트, 리 신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라인 개입 능력을 보여주는 올라프를 선택한 '앰비션'. 결과는 안타까운 패배로 막을 내렸지만, 자신의 한 색깔에 안주하지 않고, 메타와 팀이 바라는 챔피언 스타일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앰비션'의 플레이는 칭찬할만 했습니다.


이제 가장 치열하고, 화려했던 최고의 무대 2016 롤드컵도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은 그들이 가진 이상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이들의 롤드컵 대결이 벌써 막을 내렸다니,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다른 대회, 경기를 통해 보여줄 모습을 생각하면, 또다른 흥분과 고양감이 가슴을 채우기도 합니다.

모든 선수 여러분들, 최고의 경기력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부응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다른 경기장, 다른 대회에서 보여줄 더 나아지고 새로워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