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웹서핑을 자주 하신다면 어디선가 접해 본 상황이죠.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로 마무리 되는 이 2컷 만화를 대부분이 아시고 계실겁니다. 오덕후 또는 오타쿠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디서부터 정확하게 변질되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여러 게임에서도 여캐릭터를 선택한 유저들을 이유 없이 비난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는 항상 게임을 새롭게 시작할 때 캐릭터는 게임의 분위기에 맞추거나, 성별을 떠나 전체적인 외형이 멋있는 캐릭터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편입니다. (비겁한 변명이라구요? 일단 넘어가시죠.) WoW를 나엘 여전사, 블러드엘프 여도적으로 플레이해서 그런지 다른 제 기사글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류의 댓글도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아래와 같은 댓글도 달려 읽던 도중 완전히 쓰러질 뻔 했었죠.



[ ▲ Fake가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



☞ 관련 글을 읽어보시려면 여기로~


('그래도 넌 덕후일 뿐 x 100'과 같은 류의 밑도 끝도 없는 비난의 화살들은 무시한채로)

일단 각설하고,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라는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도 앞서 말한 저의 캐릭터관은 당연히 고수하고자 했습니다. "게임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하자"라는 것이죠. 제가 생각한 몬스터헌터의 캐릭터는 자신의 신체보다도 거대한 양손 대검을 둘러매고, 온몸과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중년 남성의 이미지였습니다. 긴 세월을 몬스터와 싸워가며 자신을 단련해 온 영락없는 베테랑 헌터의 모습이죠. 실제 게임 내 캐릭터로 표현된다면 아래와 비슷할 겁니다.



[ ▲ 경력 30년 베테랑 헌터입니다, 머리는 최근에 강남에서 새로 했습니다. ]




사실 처음 몬스터헌터를 접한 것은 PSP용 몬스터헌터 포터블2G 였습니다. 인벤의 F기자가 끝까지 여캐릭터를 추천해서 할 수 없이 대검을 든 여캐릭터로 플레이하긴 했는데, 투박하고 거친 이미지의 부재로 인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NHN에서 퍼블리싱하는 몬스터헌터 온라인만큼은 꼭 남캐릭터를 하리라고 굳게 마음을 다졌던 거죠.



그런데, 우연히 누군가의 모니터를 스쳐 지나가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건 도대체 뭐지?"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들여다 본 순간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하이메타세트를 착용한 남캐릭터였는데요. 일단 한번 보시죠.



[ ▲ 뭔가 머리 속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가득 들어 옵니다. ]




하이메타세트는 광석류가 많이 들어가는 부담이 있지만, 가드 성능과 체력 스킬이 왕창 붙어있고, 뇌내성도 40이나 되기 때문에 초반에 상당히 쓸모가 많은 방어구입니다. 뇌 공격이 강력한 푸르푸르를 공략할 때도 유용하구요. 그래서 초보유저들이 많이 애용하는 세트입니다. 몬스터헌터 온라인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체형 옵션이 없습니다. 남녀 모두 말 그대로 '쭉쭉빵빵'입니다. 근데 원래는 없던 배가 방어구를 착용하면 강호동처럼 나온다는 설정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괴상망칙한 투구는 착용한 사람으로 하여금 전의를 상실케 하지요. 한번, 하이메타세트의 남녀 착용 스샷을 비교해 보시죠.



[ ▲ 거짓말 하는게 아니라 완전 동일한 방어구입니다. -_- ]




이쯤 되니 슬슬 캐릭터 선택이 망설여지더군요. 일단, 다른 방어구들을 살펴보며 정밀한 조사작업을 거치기로 했습니다. 관련 자료들은 아까 한번 등장했던 F기자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물론, 저의 의도는 발설하지 않고요. 진행하기전에 F기자의 작업장(?)을 한번 구경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 책상은 이렇지만 오덕후는 아닙니다? ]




몬스터헌터에서 키린세트은 정말 유명합니다. PSP에서 장비가 몇 없는 저도 키린세트 만큼은 꼭 풀세트로 만들어서 강화까지 다하고 장식주까지 꼼꼼하게 박았을 정도니까요. 뛰어난 성능도 성능이지만 특히, 방어구에서 전체적으로 뿜어나오는 아리따운 자태는 지나가던 행인을 모두 돌아보게 만들 정도입니다. 얼마나 인기가 많냐면 유저들의 키린세트와 관련한 팬아트가 지끔까지도 쏟아지고 있고 몬스터헌터의 개발사인 캡콤과 협력사에서도 피규어 등의 관련 상품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죠.



[ ▲ 이것이 온라인 버전의 키린 '여성' 세트입니다. ]



[ ▲ 키린세트 팬아트입니다. 출처 - 네이버 소녀코드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thesuperhero) ]




머리 속에 한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남캐릭터는? 인벤의 U기자는 PSP로 남캐릭터를 하는데 키린세트는 맞춰 놓고 아예 착용 하지 않습니다. 보는 순간 오바이트할 뻔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인벤가족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바랍니다. -_-; 아.. 참고로 키린 남캐릭터 세트의 스샷은 온라인에서 구하기가 어려워, F기자의 몬헌 자료집을 실사 촬영했습니다. 그 정도로 남캐릭터에게는 절대 기피되는 방어구 세트입니다.



[ ▲ [...........] ]




네, 충격적이지만 현실이 이렇습니다. 한쪽은 캐릭터 상품, 팬아트까지로 승화되는 미(美)의 상징으로 만들어 놓고, 다른 한쪽은 온갖 변태들의 이미지를 한데 묶은 후 가면, 셔츠, 신발 곳곳에 크리티컬한 패션 포인트까지 더해 'King of 변태사이코'을 완성해 냈습니다. 아... 얼굴의 가면을 벗긴 후 엉덩이를 걷어 차주고 싶은 감정을 느낀 사람은 저 혼자 뿐인가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초반의 캐릭터관이고 뭐고는 싸그리 다 없어지고, 남캐릭터는 도대체 어디까지 몰락하는지 더 파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겠다 싶었죠. 외형이 뭐 그리 중요합니까? 방어구는 성능이지..라고 생각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여캐릭터 헤어스타일을 고르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지금까지 숨겨져 왔던 남캐릭터를 까발리는 증거자료들입니다. 마찬가지로 비밀봉투를 단단히 챙기셔야... (사진에서 왼쪽이 남 캐릭터, 오른쪽이 여 캐릭터입니다.)



[ ▲ 자신있게 큰 목소리로 파티원을 모을 수 있겠습니까? ]



[ ▲ 글쎄요, 몬스터헌터라는 게임의 몬스터는 도대체 누구? ]



[ ▲ 남캐는 일단 하회탈을 기본적으로 깔고 시작합니다. ]



[ ▲ 광대, 변태, 토속신앙인...남캐로 대표되는 이미지들입니다. ]




물론, 몬스터헌터에 등장하는 모든 방어구가 이런 남녀차별주의가 극대화된 컨셉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방어구의 성능을 중요시해야 하는 온라인게임에서 자신이 선택한 방어구의 외형이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면 전투에 임할 때마다 끊임없는 갈등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다른 몇몇 게임처럼 방어구 일부분 감추기 옵션 조차 없는 몬스터헌터 온라인이라면요.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PS 또는 PSP로 오랫동안 즐겨온 고수 유저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온라인상에서 남캐릭터 스샷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즉, 남캐는 고전적으로 씨가 완전히 말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래전에 이 기사에 대한 기획 의도를 F기자에게 넌지시 귀뜀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만, F기자는 극구 반대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추후 발렌타인같은 남자, 여자 캐릭터가 동시에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는 이벤트(보상도 상당합니다.)를 남녀 인구비율차로 인해 못하게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몬스터헌터 온라인의 오픈베타가 지난 8월 7일 시작된 이후로 수많은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새로운 게임을 찾아, 헌터로서의 삶을 경험하고 있는 이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비로소 결심했습니다.


"오덕후는 아니지만 여캐를 꼭 할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누가 뭐래도 설득력 있는 설득입니다."



☞ 몬스터헌터 인벤 바로가기


"그리고... 인장의 이름은 제 본명이 맞습니다."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