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들어오는 짧고 센스 넘치는 글과 이미지가 유행하는 요즘. 길고 장황한 글과 말은 대부분 쉽게 지나치기 마련이죠.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은 잘 정돈된 정보를 찾아보면 됩니다.

이런 시기에 긴 설명을 자처하는 분이 있습니다. 해설자라는 직업 특성상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하고 싶은 말이 몇 마디 더 있다고 합니다. e스포츠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그들의 '땀'을 조명하기 위해 말을 덧붙이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하죠. 스스로 표현 능력의 아쉬움은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선수들과 방송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다는 '빛돌' 하광석 해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기보다 주변 해설진과 선수들이 더 빛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LoL까지 10년 넘게 AOS 장르를 중계해오면서 쌓아온 '빛돌' 해설의 생각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죠.



Q. 이 글을 보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인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새 다양한 경로로 활동하고 있는 '빛돌' 하광석입니다. 인벤에 들어가 반응을 보고 가끔 댓글도 달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Q. 요즘에는 나이스 게임tv 뿐만 아니라 롤챔스 중계, 네이버 라디오, 입롤의 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활동을 영역을 넓힌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도 기회는 있었는데, 다른 일보다 회사 내부 일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017년부터는 방송에 집중해보고 싶었죠. 열심히 해서 제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으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많이 지지해줬어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거예요.


Q. 워크래프트 유즈맵인 카오스를 굉장히 잘 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AOS를 접하게 됐나요?

원래는 워크래프트3를 좋아했어요. 레더 게임 자체를 즐기던 와중에 유즈맵이 워낙 잘돼 있어서 친구들이랑 해보게 됐죠. 도타와 카오스 모두 게임성이 좋다고 생각이 들어서 많이 했어요. 그걸 기반으로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흥미가 붙었고 LoL까지 이어지게 됐죠.


Q. 시대가 변하면서 카오스 대신 LoL 중계를 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카오스 중계를 해온 입장에서 변화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중계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어요. 다만, LoL이 더욱 전문적이고 방대한 지식이 필요했어요. 유저들의 관심도 대단했죠. 해설 초창기에는 저도 스스로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느꼈어요. 그 후로도 LoL 해설에 부담과 책임을 많이 느끼면서 하게 됐습니다.

제가 어떻게 보면 AOS 장르를 어떻게 중계를 해야 할지에 대한 표준을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AOS 초창기라 제 방식이 정답일 수 밖에 없었고, 보는 분들도 좋게 평가해줬어요. LoL 중계의 정석은 김동준 해설이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동준이 형의 해설과 비교해서 냉철하게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죠. 저도 따라가려는데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Q. 카오스와 LoL의 해설을 할 때 어떤 점이 크게 다르다고 느꼈나요?

카오스 시절에는 제가 게이머로서 대회도 나가고 티어도 높았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LoL은 실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배우면서 준비해야 했습니다.


Q. 챌린저스 코리아 중계를 하다가 이제 롤챔스 중계까지 맡게 됐어요. 두 리그의 해설 포인트도 다를 것 같아요.

다르죠. 챌린저스의 경우에는 ‘성장’에 초점을 둬요. 선수들에게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어요. 이런 것을 전제로 중계할 때가 있어요. 중계를 듣고 선수나 코치가 피드백을 통해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냉철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많이 해주기도 했어요. 이런 중계의 영향으로 선수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고려하면서 중계합니다.

최고의 1부 리그에서는 제가 프로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설명하려고 해요. 프로게이머들이 얼마나 피땀 흘려 노력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제 역할이죠. 저의 설명하려는 기질과 해설 톤 때문에 아는 것을 자랑한다는 오해를 받는데, 프로들의 플레이가 조명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긴 설명을 하죠. 와드 하나를 박는 것, 라인을 조금 더 미는 것까지 프로게이머들이 얼마나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지 알리고 싶었어요. 단순히 환호성을 지르면서 넘어갔을 경우 시청자에게 전달이 안 될 수 있으니까요. 아직 저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프로들의 멋진 모습이 더 많은 조명을 받았으면 합니다.


Q. 요즘 롤챔스 해설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요. 해설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해설하나요?

그 부분은 모든 사람이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선수 출신 해설과 선수 출신이 아닌 해설이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저의 경우는 10년 이상 방송 경력이 있다는 게 장점이죠. 방송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재미 요소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주인공이 되기보다 함께 하는 해설자-캐스터를 도와 중계진과 방송 자체가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해요. 같이 방송하는 분들이 더욱 빛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되죠.


Q. 오랫동안 '강퀴' 해설과 함께 하고 있는데, 둘 만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요?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강)승현이가 세세한 부분을 잘 잡아내요. 그런데 본인이 자신이 아는 내용을 말로 풀어내는 게 어렵다고 말할 때가 있어요. 제가 승현이가 말한 부분에 살을 덧붙이는 역할을 하죠. 선수들에게 물어보거나 데이터를 찾은 것을 바탕으로 승현이와 대화를 나눠 게임 내적으로 깊은 대화를 합니다. 저와 승현이 둘 다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게임 관련한 토론을 많이 해요.



Q. '입롤의 신'에서 만나는 멤버들과 사적으로도 친하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뭉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김정균 코치는 카오스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김정균 코치가 당시 선수이기도 했고, 저와 인연이 돼서 처음으로 방송을 진행했죠. ‘클템’ 해설의 경우에는 저도 방송을 재밌게 봤었는데, 본인도 선수 시절에 제 방송을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방송하면서 자주 마주치면서 친해졌어요.

동준이 형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동준이 형의 칭찬과 피드백이 제 자존감을 높여줘요. 이런 부분은 날카롭고 의미 있었다는 말이 제게 큰 힘이 돼요. 팬분들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지만, 전문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만나면 매번 밥을 사주죠(웃음).


Q. 그동안 AOS 장르의 게임을 위주로 해설해왔어요. 다른 게임을 해설할 생각도 있나요?

언제나 있죠. 저도 메이저 게임 중계는 다 해봤어요. 꾸준히 길게 가는 측면에서는 AOS 장르를 주로 했지만요. 제가 게임 마니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도 잘할 수 있지만, 말을 이끌어내면서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FPS는 못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많이 즐겨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사실 하고 싶어도 일정이 만만치 않아요.


Q. 스타크래프트에서 LoL로 e스포츠의 흐름이 넘어왔잖아요. LoL e스포츠의 수명은 언제까지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 3년 전에는 1위 자리를 기준으로 5년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요즘 라이엇 게임즈에서 만들어낸 것들이나 팬들 반응을 보니까 향후 10년간은 잘 될 거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게임의 인기와 e스포츠의 인기는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e스포츠를 넘어서 스포츠로 가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더 나아갈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Q. 앞으로 어떤 해설가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요?

제가 주목받거나 아이콘이 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통해서 한 명이라도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카오스 같은 경우에는 스타플레이어를 만들었어야 했고, LoL 챌린저스 리그를 주로 하다 보니 선수들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부분에 성향이 맞춰지긴 했어요. 팬들이 저를 기억을 못 하더라도 중계를 통해 선수들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선수들이 아쉬운 플레이를 펼치더라도 ‘이런 방향으로 개선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라는 생각이 들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긴 팀과 진 팀을 모두 이야기해요. A팀이 잘한 점은 당연히 부각시켜주고, B팀의 잘한 점도 짚어주면서 다음 경기에서 기대하는 부분을 언급하죠. B팀의 부족한 점을 알려 말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승자와 패자 상관없이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부족한 탓에 많은 분들께서 비판을 해주고 걸러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번 시즌은 중계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프로게임단 숙소를 찾아가서 정보를 구하기도 하고, 발성 연습부터 챔피언 스킬, 효과 같은 것까지 하나하나 제대로 정립하려고 해요. 건방지게 들리실 수 있지만, 스스로 해설 내용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어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더 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OGN 중계도 좋지만, 가끔 선수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스포티비 중계를 봐주시면 좋겠어요. 선수들이 왜 잘한 건지에 대한 부분은 저와 스포티비 중계를 보면 아실 수 있게 만들어갈게요. 팬분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사진 : 박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