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7'의 개최가 다음주로 성큼 다가왔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는 매년 게임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해 흥미로운 강연과 패널토론 등을 펼치는 자리다. 지난해 30주년을 맞게 된 'GDC 2016'에서는 약 2만 7천여 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해 역대 최다 관객 신기록을 수립했으며, VR기술에 무게를 둔 VRDC(Virtual Reality Developers Conference)가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VR의 전초전이었다고 할 수 있는 지난 2016년, 출시를 예고했던 VR 디바이스들이 정식으로 출시되었고, 그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마켓 등의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큰 성공을 거머쥔 사례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 이런 한 해를 보내면서 게임 개발사들이 성공을 위해 VR에 거는 기대가 조금은 줄어든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VR은 이제 막 1년을 보냈을 뿐이다. 이번 GDC에는 VR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남들보다 먼저 VR 개발에 뛰어든 개발자들을 통해 교훈을 얻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25개였던 VR 관련 강연은 올해 50개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많아졌고, 게임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VR에 대한 강연 또한 다수 늘었다.

VR 전초전 그 후 1년, 과연 게임 업계는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이번 GDC 2017에서 주목할만한 강연 및 부대행사를 살펴본다.



관련 주제만 50개 이상! - 작년보다 더 늘어난 VR/AR 강연

▲ 올해 VR 관련 강연 수는 작년의 2배다

지난 2016년이 VR의 '전초전'이었다면, 2017년은 VR이 새롭게 시장을 형성한 지 딱 1년이 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VR 시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방면에서 모두 발전을 도모해왔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VR기기를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방처럼 메는 형태의 컴퓨터를 개발했으며, 사용자의 VR 경험에 다소 제약을 주는 연결선을 없애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됐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킬러 타이틀이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Raw data'와 '잡 시뮬레이터' 등의 VR 게임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여러 대작 VR 타이틀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GDC사상 처음으로 관련 강연들이 VRDC로 한 데 묶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로 VRDC가 27일과 28일 양일 동안 진행된다. 게다가 지난해 25종의 관련 강연이 진행된 것에 비해 이번 GDC 2017에는 그 두 배인 50여 종의 강연이 진행될 예정. 섹션은 지난해와 같이 '게임 VR'과 '엔터테인먼트 VR' 나뉘며, 한 해 동안 좋은 성적을 보인 VR 게임들의 포스트모템과 작년 VR 시장을 뒤돌아보는 강연, 그리고 기획과 사업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진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 지난해 가장 성공한 VR 게임으로 꼽히는 '잡 시뮬레이터'

주목할만한 강연으로는 지난해 RAW DATA와 함께 가장 큰 호응을 받은 VR 게임 '잡 시뮬레이터'의 포스트모템과 VR게임을 개발하는 베테랑 개발자들이 모여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마이크로토크, 그리고 최근 국내에 출시되어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는 AR 게임 '포켓몬 GO'를 주제로 한 디자인 강연 등이 있다. 또한, '울티마 온라인'의 리드 디자이너이자 '재미이론'의 저자인 '래프 코스터'(Raphael Koster) 또한 'VR/AR이 MMO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다.

과연 VR 시장은 어떤 한 해를 보냈으며, 최전선에서 VR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개발자들의 시선에서 VR이 가진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 '재미이론'의 저자 '래프 코스터' 또한 VR을 주제로 강단에 설 예정



성공적인 e스포츠를 위하여 - e스포츠 생태계를 위한 강연들



50여 개가 넘는 VR/AR 강연 외에도, 이번 GDC 2017에는 행사 기간 동안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가진 600여 종의 강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에는 경쟁 게임들의 e스포츠화를 장려하고, 프로 선수와 팀, 기반 플레이어 등 e스포츠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e스포츠 관련 강연들이 'GDC e스포츠 데이'라는 이름으로 28일(화) 하루 동안 진행된다.

먼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제공하는 "Building eSports"라는 제목의 강연이 주목할 만 하다. 트위치의 e스포츠 부문 부사장인 닉 앨런(Nick Allen) 등이 강단에 서 '로켓 리그'와 'H1Z1: 킹 오브 더 킬' 등의 게임을 e스포츠와 접목시키려 했던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전망이다.

언제나 성공 사례에서만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전격투 게임 '킬러 인스팅트'의 개발사인 아이언갤럭시는 직접 격투 게임 퍼블리싱 실패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아이언갤럭시가 격투 게임 타이틀을 통해 어떻게 시장에 접근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쓰디쓴 실패를 맛보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들어보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전세계 격투 게이머들의 축제인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의 설립자 톰 캐논(Tom Cannon)은 아케이드 격투 게임이 유저들의 문화와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격투 게임과 EVO를 사례로, 이 강연은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기가 대전격투 유저들의 문화와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일아보고, 이를 e스포츠에 적용해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 출시된 카드 배틀 게임 '섀도우버스' 개발사 사이게임즈가 제공하는 강연 또한 주목할만하다. '아시아 지역에서 e스포츠를 홍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아시아의 문화들'이라는 주제로 사이게임즈의 키무라 유이토 상무 겸 총괄 프로듀서가 강단에 오르며, 아시아 지역의 경쟁 문화와 페스티벌 문화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e스포츠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개발이 다는 아니다 - 위기 관리부터 홍보까지, 실전 노하우 대공개!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행사인 만큼 기획과 디자인, 사운드,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뜻밖의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것 또한 중요 과제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번 GDC 2017에서는 이런 위기 상황을 미리 겪어본 개발자들로부터 노하우를 들어보는 시간 또한 마련되어있다.

먼저, EA의 자회사 파이어몽키즈의 개발자 엠마 시우(Emma Siu)는 커뮤니티 위기 관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때 파이어몽키즈는 모바일 레이싱 게임 '니드포스피드: 노 미리트' 운영 이슈로 인해 북미 커뮤니티에서 말 그대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현재 공개된 강연 설명으로는 이번 강연이 해당 게임과 관련된 것인지는 정확히 할 수 없으나, 위기를 겪어본 개발자가 들려주는 만큼 생생한 강연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 게임이 출시되는 오늘날,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미디어에 노출시키고, 홍보하는 것은 어느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지만, 또 그만큼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째서 특정 게임들은 게임 전문지 등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게임들 또한 존재하는 것일까? PR 전문 컨설턴트인 ICO 파트너스는 이러한 고민을 가진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강연을 준비했다.

▲ '통수 게임'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온라인 데이팅과 '노 맨즈 스카이'로부터 배우는 교훈"라는 부제목을 가진 이 강연은 성공적으로 게임을 PR하는 방법과 함께,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취재하도록 기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섯 가지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2016년 최고의 통수 게임으로도 알려진 '노 맨즈 스카이'가 어떻게 출시 전부터 미디어들의 관심을 듬뿍 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강연을 주목하자.

라이엇게임즈의 게임 디자인 디렉터 그렉 스트릿(Greg Street)은 '리그 오브 레전드' 밸런싱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브론즈부터 뱅기(배성웅 선수)까지"라는 부제목 답게 모든 플레이어를 위한 밸런싱에 대한 노력과 사례에 대한 이야기할 예정. 이미 어마어마한 유저층을 보유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 있어, 모든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갖추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 라이엇게임들의 밸런싱에 대한 철학과 피드백을 받는 경로 등 라이엇 밸런싱 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 라이엇 게임 디자인 디렉터 '그렉 스트릿'



부대 행사 - 개발자들이 직접 뽑는 시상식 'GDCA', 그리고 인디 게임 페스티벌

▲ 개발자들이 직접 올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GDCA'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강연 외에도, GDC와 함께 같이 개최되는 GDCA를 빼놓을 수 없다. GDCA(Game Developers Choice Awards)는 한해동안 게임 업계에 다양한 영향을 준 게임들을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현직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수상작을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그 의미가 크다.

GDCA는 여러 부문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중 가장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상이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현재 올해의 게임 수상 후보로는 '언차티드4'와 '오버워치', '인사이드'와 '디스아너드2', '파이어워치' 총 다섯 개의 게임이 올라와 있다. 과연 개발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게임'은 무엇이 될까?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GDCA는 GDC가 진행되는 장소인 모스콘 센터에서 3월 1일 개최될 예정이다.


GDC 기간 중에는 각종 강연을 위한 강의실 외에도, 여러 게임을 시연할 수 있는 전시장 및 굿즈샵 또한 운영된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디 게임 페스티벌' 또한 진행될 예정이다.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1998년 처음 개최된 전통적인 행사로, 게임 개발에 혁신을 장려하고, 최고의 인디 게임 개발들을 선정하기 위한 취지로 이어져 왔다. GDC 기간 중 진행되는 엑스포에 입장할 수 있는 참가권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으며, 전시된 인디 게임들을 시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GDCA와 마찬가지로, 인디 게임 페스티벌 또한 3월 1일에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