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GDC가 설레는 이유 중 하나는 게임 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각 회사들이 하나씩 아름다운 보따리를 짊어지고 오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매년 그들은 자기네 회사가 자랑할만한 소식들을 한가득 보따리에 싸와서는 기대로 부푼 개발자들과 언론 앞에서 뻥뻥 터트려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소식을 들고 왔다. 그중에는 회사명보다 '언리얼' 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에픽게임스도 있었다. 에픽게임스는 3일째인 3월 1일 아침 키노트를 가지고 다양한 새로운 소식을 터트려주었다. 그 중에는 실적이나 현황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자동차 회사와의 협업에서부터 영화 산업으로의 진출까지 매우 놀랍고 흥미로운 소식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과연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스 키노트에서는 어떤 내용이 나왔었는지, 그 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순서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지난 2년 간 언리얼 엔진의 성과

▲ 에픽게임스 팀 스위니 대표

에픽게임스는 본격적인 쇼에 앞서 가장 먼저 현재 언리얼 엔진의 현황을 공유했다. 지난 2015년 GDC에서 무료화를 선언한 이후 언리얼 엔진4의 사용률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팀 스위니 대표는 무대에 올라 무료화를 선언했던 2015년에도 언리얼 엔진의 매출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었으며, 2016년에는 사용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게임 서비스 플랫폼 스팀(Steam)의 판매 상위 25개 게임들이 사용한 상업 엔진은 오직 언리얼 엔진이었으며, 10개 이상의 플랫폼 1위 게임들이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모바일 매출 1위를 기록했던 게임 2개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고, 전세계의 언리얼 엔진 게임 개발자들은 총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또 언리얼 엔진과 관련된 놀라운 소식이 이어졌다. 바로 지난해 말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신작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가 언제나 ‘스타워즈’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ILM의 손으로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영화 제작 작업에 참여한 사실을 밝힌 것이다. ILM의 CCO 존 놀(John Knoll)은 프리렌더링 없이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해 어떻게 영화에 등장하는 드로이드 K-2SO 를 렌더링하고 영화에 적용하였는지를 설명했다.

이번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특수효과 후보에 올랐었던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영화의 특수효과에 쓰이는 컴퓨터 후처리 작업은 매우 높은 수준의 퀄리티와 작업 편의성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서 매우 인상적이이었던 부분은 바로 프리렌더링 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작업물을 수정해나가는 리얼타임 렌더링 기능이었다.


THE HUMAN RACE


그리고 그 리얼타임 렌더링 기능을 더욱 강조한 다음 발표 내용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에픽게임스와 미국의 자동자 브랜드 쉐보레(Chevrolet), 더 밀(The Mill)이 협력하여 제작한 ‘The Human Race’ 는 자연스럽게 마치 비디오 영상인 것처럼 상영 되었다. 그러다 발표자가 등장, 자연스럽게 영상에 등장하는 자동차의 색상을 마음대로 바꾸어 버리며 이것이 리얼타임 렌더링이라는 것을 공개했다.

프리렌더링 된 실사 트레일러에 가까운 퀄리티에 완전한 리얼타임 렌더링 기능을 선보임으로서 언리얼 엔진은 이제 퀄리티와 사용 편의성 양면에서 굉장히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나 마치 TV쇼와도 같은 연출은 강연장 내의 관중들에게서 즐거운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앤디 서키스,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 만든다


이어, 반지의제왕의 '골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한 베테랑 연기자 앤디 서키스(Andy Serkis)가 자신의 새로운 스튜디오인 '이매지너티 스튜디오(Imaginati Studios)'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스튜디오는 에픽게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언리얼엔진4와 모션 캡쳐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 캐릭터를 렌더링하여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극단의 공연 '템페스트'의 연출을 맡은 적이 있다. 앤디 서키스와 그의 팀원들은 이제 게임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앞서 설명한 바 있는 언리얼엔진4의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와 협업하는 언리얼 엔진


앤디 서키스의 발표 이후, 팀 스위니 대표는 닌텐도의 새로운 콘솔 기기 '스위치'와 에픽게임스의 파트너십을 소개했다. 스크린에 등장한 북미 닌텐도 지사의 레지 필스에임(Reggie Fils-Aimé) 대표는 "닌텐스 스위치는 에픽게임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언리얼엔진을 완벽히 지원할 예정이며, 전세계 개발자들이 스위치를 위한 고품질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언리얼엔진4를 활용해 개발되고 있는 스위치용 게임으로는 '스네이크패스'와 '레드아웃'등의 게임이 있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임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추가적인 발표가 있을 계획이다. 한편, 스모 디지털이 개발한 '스네이크 패스'는 GDC 2017 엑스포 기간동안 에픽게임스 부스에서 시연이 가능하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

▲ 넷마블 미국 심철민 법인장

이제 언리얼엔진4를 활용한 고품질 모바일게임의 성과를 발표할 차례, 이번 발표에는 심철민(Simon Sim) 넷마블 미국 법인장이 연단에 올라 자사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심철민 법인장은 이날 "그래픽 퀄리티나 기능 측면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리니지를 모바일환경에서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하며, "언리얼엔진4가 이러한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기능들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국내 성과 또한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서비스 30일만에 1억 7600만 달러(한화 약 2,060억 원)매출을 기록하였으며,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는 약 17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글로벌 친줄을 위해 아시아 및 북미/유럽 등을 위한 빌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각 시장에 맞게 최적화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언리얼로 만드는 인디 게임


AAA게임은 물론 소규모 개발사의 인디 작품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되는 '언리얼엔진4'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최근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아스트로니어'라는 게임을 출시한 시스템 에라의 아담 브로멜(Adam Bromell) 공동창립자가 연단에 올라 소규모 개발사가 언리얼엔진4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다섯 명의 팀원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개발사에서 '아스트로니어'를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언리얼엔진이 아니 완전히 다른 엔진을 사용했다"며, "그래서 당시에는 필요한 툴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언리얼엔진4로 개발 환경을 바꾼 이후에는 필요했던 모든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담 브로멜은 끝으로 "소규모 개발사에게 언리얼엔진4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줄 강력한 리소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더랜드 신작과 함께하는 언리얼 엔진


다음으로는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랜디 피치포드(Randy Pitchford)가 연단에 올라 자사의 유명 FPS 시리즈 '보더랜드'의 후속작을 위한 테크데모를 공개했다. 랜디 피치포드는 테크데모의 실시간 화면을 통해 보더랜드 시리즈 전통의 윤곽선이 드러나는 아트 스타일과, 크로스해칭을 활용한 명암 효과 등을 차례로 공개했다.





언리얼과 VR의 만남, 언리얼 에디터


언리얼엔진4을 활용한 VR 개발도 빠질 수 없는 주제였다. 에픽게임스의 테크니컬 아티스트인 라이언 브럭스(Ryan Brucks)와 프로그래머 로렌 릿지(Lauren Ridge)는 이날 지난해 GDC에서 출시된 VR 에디터를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출시된 이후, VR에디터는 그동안 더 많은 기능의 추가가 이루어졌다. 직접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세계에 들어가 모션 컨트롤러를 이용해 상호작용 하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VR에디터는 간단한 동작으로 메뉴를 활성화하고, 즉각적으로 개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데스크탑 모드에서 사용가능한 거의 모든 툴을 지원하며, '시뮬레이트 모드'를 이용해 물리효과를 적용한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VR 속에서 시퀀서 에디트모드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VR 에디터의 모든 기능은 현재 GitHub를 통해 활용 가능하며, 소스코드 또한 모두 지원된다.




에픽이 만든 VR 게임의 모범, '로보리콜' 출시


이날 에픽게임스 키노트의 마지막은 오큘러스 VR의 브렌든 아이리브 CEO가 맡았다. 그는 발표가 진행된 이 시점 이후로, 오큘러스는 자사의 VR기기인 리프트와 터치 컨트롤러가 동봉된 패키지의 가격을 200$ 할인된 가격인 598$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제품을 각각 구매할 경우 헤드셋은 499$에 판매되며, 터치 컨트롤러는 99$에 구매할 수 있다. 룸스케일을 지원하는 오큘러스 센서 또한 59$로 할인된다.

오큘러스 전용 VR FPS인 '로보리콜' 또한 이날 정식 출시가 발표되었다. 모든 오큘러스 터치 이용자는 게임을 정식 버전 '로보리콜'을 무료로 이용 가능하게 되며, 게임 애셋과 풀소스코드가 포함된 '모드 킷'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