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서보고 싶었던 프로 무대. 작년 섬머 스플릿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던 '하루' 강민승에게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데뷔한 첫 시즌부터 승강전에서 떨어지고 새로운 팀을 구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시련도 잠시. '하루'는 어느새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끈 뛰어난 정글러로 거듭났습니다. 불과 1년도 안 된 짧은 기간 동안 확실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으로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죠. 승강전의 아픔을 겪은 '하루'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요.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에서도 그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솔로 랭크부터 시작해 자신감을 되찾고, 결국 삼성 갤럭시라는 강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롤드컵 준우승의 주역들이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하루빨리 적응해 기존 팀원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죠.

'하루'가 성장한 것은 기량만이 아니었습니다. 방송 인터뷰와 기자실에서 봤을 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제는 소소한 이야기도 편하게 들려주고 있었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성장하는 소년' 강민승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도록 하죠.



Q. 스프링 스플릿이 끝났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휴가 때 집에 다녀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숙소에 돌아와서는 남은 팀원들과 게임도 했죠. 평소에 못 잤던 잠도 많이 자고 연습실에서 못하는 다른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한 번은 피시방에 같이 갔는데, 각자 다른 게임을 하더라고요. (이)승주 형은 메이플 스토리를 했고 저는 디지몬을 했어요. '룰러' (박)재혁이는 축구 게임, '트레이스' 코치님은 오버워치를 하더라고요.


Q. 비시즌 기간에도 팀 일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요즘에는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최근 개인 방송을 시작했고, 구단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개인 방송은 주로 솔로 랭크를 돌리면서 제가 하는 플레이와 상황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정신없는 한타 때는 말을 잘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는 '러브라이브'와 같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생겼는데, 게임 대기 시간에 추천받은 노래를 틀어드리고 있어요. LoL과 애니메이션에 모두 관심있는 분들이 제 방송에 찾아주는 것 같더라고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생긴 지는 얼마 안 돼서 저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기존 팀원이 거의 그대로 가는 상황에서 본인이 새롭게 합류했어요. 새로운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어렵진 않았나요?

제가 맞추면 되는 부분이라 어렵지 않았어요. 나머지 팀원들이 저한테 맞추는 것보다 제가 연습이나 숙소 생활에 잘 녹아 들어가려고 했죠. 모두 잘해줘서 힘든 부분은 거의 없었어요.

쉬는 시간에는 주로 팀원들과 휘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하거나 야식을 시켜먹으면서 보내요. 한 달에 운동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규칙이 있어요. 안 지키면 벌금을 내야 해서 팀원들과 같이가서 운동했죠. 몇 명은 귀찮아해서 잘 안하고, '큐베' (이)성진이 형이 열심히 하더라고요. 몸무게 유지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운동 마치면 오히려 다들 더 많이 먹거든요. 특히, 성진이 형은 치킨을 시키면 한 조각도 양보를 안 해요. 무조건 '1인 1닭'. 가위-바위-보로 계산할 사람을 결정하는 데, 그 형은 잘 걸리지도 않더라고요(웃음).


▲ '큐베'없이 맞이한 평온한 식사

Q. 이제 프로게이머 '하루' 이야기를 해볼까요. 처음으로 롤챔스 플레이오프에 나가봤어요. 한 번 가보고 나니 기분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작년에는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올해 이 정도 성적을 거둬서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3위라도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정규 시즌에는 첫 경기만 긴장하고 나머지는 잘했는데, 결승전을 갈 수 있는 경기를 치르니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Q. 확실히 삼성 갤럭시가 작년부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본인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느낌을 언제 받았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잘 못 느꼈어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확실히 강팀의 저력이 있더라고요. 팀원들끼리 서로 잘해주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최우범 감독님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습니다. 저도 경기에서 승리를 이어가다 보니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Q. 프로게이머로 두 시즌 활동하는 동안 승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모두 경험해봤어요. 언 1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프로로 데뷔할 때부터 제 실력에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프로 경기를 하면서 부족한 점도 느꼈습니다. CJ 엔투스 시절에는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어요. 삼성 갤럭시에 들어와서는 잘못한 부분을 찾아서 바꾸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Q. 어떻게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아마추어 시절에 'BDD' (곽)보성이가 추천해줘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시작하게 됐어요. 보성이랑은 온라인 친구였는데,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당시 제가 학교를 그만두고 팀을 알아보던 시기였어요.


Q. 학교를 자퇴하고 프로게이머를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

두 분 다 긍정적인 분들이라 크게 반대하진 않으셨어요. 그래도 아버지께서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더라도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긴 하셨죠. 다행히, 제가 형이 있거든요. 형이 아무래도 LoL을 알다 보니까 부모님께 제가 한국에서 몇 등이라는 말을 잘 해줬어요.

그 후로는 아버지도 저를 밀어주시더라고요. 부모님 모두 제가 하는 경기를 다 보시는데, 지는 날 전화해보면 아버지께서 화가 나서 일찍 주무신다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제가 잘하거나 이기면 엄청 좋아하십니다. 게임을 잘 모르시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보시는 것처럼 정말 열심히 응원해주세요.



Q. 승강전이라는 아쉬운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를 떠올려보자면?

팀 분위기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계속 지다 보니 이기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야하나...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슬럼프를 겪으면서 자신감을 잃으면서 솔로 랭크까지 잘못하겠더라고요.

CJ 엔투스와 계약 종료 후 집에서 밤늦게까지 솔로 랭크만 했어요. 새로운 팀을 찾아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때 솔로 랭크를 많이 올려놔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 같아요. 삼성 갤럭시 입단 후 솔로 랭크 1위까지 올렸던 거로 기억합니다.


Q. CJ 엔투스에서 나온 후에 작년 롤드컵 준우승팀인 삼성 갤럭시에 입단했어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저도 해외 팀을 비롯해 새로운 팀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우범 감독님께서 직접 입단 테스트를 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직 한국에 남아서 작년에 보여주지 못한 기량을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큰 상황이었죠. 그리고 작년에 스크림을 해보니 삼성 갤럭시가 굉장히 잘한다고 느꼈고, 저도 그 팀에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단을 결정하게 됐어요.


Q. 같은 포지션에 작년 삼성 갤럭시 돌풍의 주역이었던 '앰비션' 강찬용이 버티고 있었어요. 주전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은 없었나요?

찬용이 형이 1년 동안 맞춰놓은 호흡이 있기 때문에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폼이 올라왔다고 생각하면 스크림부터 경기까지 출전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기회가 저에게도 온 것 같아요. 만약에 다른 팀이었다면, 기회가 안 왔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티치' (이)승주 형도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 나왔잖아요. 요즘 솔로 랭크도 올리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마지막에 나와서 라인전에서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보여주더라고요.


Q. 이번 SKT T1 결승전봤나요. 본인의 스타일이 SKT T1의 '피넛'과 닮은 것 같아요.

'피넛' 선수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저도 정말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봐요. 솔로 랭크 방송하는 걸 봐도 정말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승패나 정글러 활약 여부는 라인전 때문에 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스코어' 고동빈 선수도 인터뷰에서 정글이 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저도 그 말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라인전 주도권이 있어야 정글러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많거든요. 정규 시즌에서 SKT T1에게 승리할 때는 라이너들이 잘해줘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 어흥! 현실에서도 렝가?의 모습을 재현해보았다

Q. 게임 내에서 '렝가 그 자체'일 정도로 맹수 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줬어요. 본인의 성격과 게임 성향에 대해 말해보자면?

제가 경기에서 킬을 많이 내는 것을 보고 성향이 공격적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제가 공격적이라 들어가는 건 아니거든요. 확실하게 킬을 기록할 것 같을 때만 들어갑니다. 제가 정해둔 선이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될 것 같다고 느끼면 시도해보는 정도예요.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는 양면성이 있죠. 이길 때도 있지만, 패배하는 경우도 빈번하죠. 정글러가 그렇게 해버리면 게임이 제 플레이 하나 때문에 패배할 위험한 상황이 생겨요. 안전한 선에서 하는 게 팀에 도움도 되고 저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무리한 플레이를 했다가 패배하면, 제 탓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상대가 먼저 공격하거나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근거가 있어요. 뒤에서 누가 받쳐주거나 상대 팀원들 위치를 정확히 알고 들어오는 것일 수 있으므로 속아 넘어가면 안 되죠. 저도 솔로 랭크에서는 의문의 플레이를 하기도 하는데, 팀 게임에서는 확실한 것만 하려고 합니다.


Q. 스프링 스플릿 동안 미드-정글의 캐리력이 빛났던 경우가 많았어요. '크라운' 이민호와 평소에도 잘 맞나요?

사실, 연습 때는 잘 맞지 않았어요. 제가 극한의 훈련을 시켰죠(웃음). 처음 스크림할 때부터 제가 생각없이 미드로 갱을 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준 적이 있어요. 버프를 상대 미드 라이너에게 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극한의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호흡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팀원들이 실전에서 확실히 더 강하더라고요. 실전에서 연습 때보다 미드-정글에서 합류전이나 시야 장악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래서 민호 형과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민호 형은 제가 먼저 잘리는 경우에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중요한 경기에서 이유없이 잘릴 때만 "집중해!"라고 한마디 하고 다시 게임에만 신경쓰죠. 팀원들이 혹시나 기죽을까봐 저한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미드에서 끊기고도 팀원들한테 괜찮다고 크게 말하기도 하는데, 저의 죽음이 운영적으로 큰 피해가 없다는 판단 하에 그렇게 말할 때도 있어요.

찬용이 형과 제가 교체 출전했던 MVP전이 기억납니다. 그 때 두 정글러가 번갈아가면서 상대 미드 라이너에게 더블 버프를 줬을 거예요. 두 판 모두 결과는 승리했는데, 팀원들이 장난으로 미드 라이너 스크림 훈련이 정말 잘됐다고 말했어요. 민호 형은 옆에서 못마땅해 하더라고요(웃음). 이제는 민호 형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Q. 정글러는 팀 전반에 영향을 주는 포지션인데, 팀원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게임 외적으로는 모든 팀원들이 서로 잘 지내는 것 같아요. 게임 안으로 들어가서는 역시 미드-정글 호흡이 좋아야겠죠. 롤챔스에서는 미드-정글이 안 맞는 경우가 잘 없었던 것 같아요. 팀에서 누군가 일방적으로 오더를 내리기보다 상황마다 의견을 내고 합의해서 풀어나가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탑 라이너는 순간 이동을 활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혼자서 거의 다른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요. 주로 미드-봇 라이너들과 게임 중에 말을 많이 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가족들과 친척들이 저를 정말 많이 응원해주세요. 제 경기도 다 챙겨봐주시는 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팀원들과 감독-코치님한테 할 말은 아껴두겠습니다.

섬머 스플릿 경기에 따라 롤드컵을 갈 수 있잖아요. 매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프링 시즌보다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저도 롤드컵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사진 - 박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