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네요.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중요한 말이다. 좋은 글이라도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SNS에서는 아무리 좋은 글이더라도 길다면 많은 사람이 시선조차 주지 않고 넘긴다. 하지만 그만큼 파급력이 좋은 것도 SNS일 것이다. 그럼 이런 SNS에서 콘텐츠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금일 '2017 성남 게임 대학생 캠프'에서는 게임 업계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어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강연은 넥슨 조금래 PD가 '넥슨의 페이스북 활용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페이스북이 다른 플랫폼과 다른 점이 무엇이며, SNS를 운영하는 데에 중요한 팁을 알려주었다. 빠르고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 SNS인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 무엇이 중요한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 그리고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으로서의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본 강연 기사는 강연자 시점에서 서술했습니다.

▲넥슨 홍보기획팀 조금래 PD

넥슨 홍보실에서 SNS 채널을 관리하고 바이럴 마케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조금래라고 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이제는 카카오채널까지 관리하고 있어요. 그 외에 이미지 콘텐츠,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는데, 시의성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에 맞춰 빠르게 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2주, 3주 지나면 타이밍을 놓쳐요. 그래서 배우 섭외할 시간도 없어서 자주 제가 출현하고 있지요(웃음).

오늘은 콘텐츠 유통에 있어서 업무에 관한 이야기와 콘텐츠 사례, 그리고 팁까지 재미있고 쉬어가는 느낌의 강연으로 진행하겠습니다.



■ 게임보다 재미있는 페이지를 만들자

넥슨 페이스북을 팔로우한다는 건 물론 넥슨 게임 관련 소식을 보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재밌어서 하는 거죠. 페이스북은 그만큼 순간 보고 재밌고 공감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할 때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팔로우를 하는 것이죠. 그만큼 '게임보다 재밌는 페이지가 되자'는 목표가 있어요. 그럼 콘텐츠 사례로 소개해볼게요.

▲만우절 출근길

'게임 캐릭터들이 회사로 출근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진행한 '만우절 출근길'인데요.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좋아해 주었던 콘텐츠입니다. 촬영 당일 로비에 모여서 준비를 하는데 재밌더라고요. 이거 되겠다, 하고 생각해서 입구, 로비, 게이트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까지 촬영을 했지요. 다소 즉흥적으로 진행됐어요. 게이트 통과 못한다든지 즉흥적으로 콘티가 생기더라고요. 재밌게 촬영했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콘텐츠입니다.


이 영상은 인원수만 400만 명에 도달하고 노출, 클릭 수가 800만 명을 넘었어요. 기사도 많이 났고 넥슨 페이스북의 대표 콘텐츠가 되었죠. 폭발적으로 팔로우 수가 늘어났었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그 이후에 2016년 만우절에도 고민이 되더라고요. 인기를 이어가야 할 텐데.

▲이상한 나라의 넥슨, 사장님..?

그래서 이번엔 넥슨 사옥으로 캐릭터들을 데리고 와봤습니다. 사장님 다오, 컴퓨터를 수리하는 마비노기의 키홀, 빵을 준비하는 클로저스의 이슬비까지 게임 캐릭터들이 자리했죠. 2015년보다야 폭발적은 아니었지만 절반 정도 성과가 나왔고, 넥슨 페이스북을 주목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017년엔? 이젠 회사 안에선 찍을 장소도 없고. 석 달 정도 기획을 하다가 떠올랐어요. 넥센과 넥슨을 헷갈리신 분들이 넥슨으로 가끔 "이번에 야구 이기셨죠?"하고 연락이 올 때가 있었거든요. 이에 착안해서 넥센 타이어로 이직한다는 느낌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직영점에 문의드리고 촬영한 건데 도움도 많이 받고 재밌게 촬영했었지요.

▲만우절 출근길, 이제는 이직까지!



■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어느 게임 회사의 몰컴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느냐는 질문. 먼저 유저의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례가 있어요. 자주 그런 질문을 받거든요. '업무시간에 게임을 해도 되나요? 혼나나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영상을 구성했습니다. 재작년에 촬영한 것인데 댓글로도 LOL을 즐기는 유저들이 와서 LOL 이야기도 하고, 다 같이 게임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공간이 되더라고요. 또한, 영상을 라이엇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공유해서 추가 바이럴이 되는 효과도 있었고, 콘텐츠로 게임 회사들이 함께 노는 모습처럼 되어서 뜻깊었던 사례입니다.

SNS를 운영하다 보면 공채, 인턴십 관련해서 홍보 요청을 많이 받게 돼요. 대부분 포스터 형식으로 제작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잘 보이도록, 노출이 잘 되도록 고민하게 되었지요. 사실 딱딱한 이미지가 바이럴 마케팅에서는 효과가 없거든요. 재밌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하다가 만들어진 영상을 만들게 되었지요.

▲2016 흔한 게임회사의 면접

철도대학 면접에서 '칙칙폭폭' 소리 내며 들어갔다는 유머 글을 보면서 카트라이더로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나온 영상입니다. 인기가 좋아서 2016년 공채 때도 후속작이 제작되었죠. '머리띠 하나로 될 줄 알았는데, 풀장착한 면접자들을 만난다'라는 콘셉트였는데, 반응도 좋고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었지요.

▲발로스의 드로잉 강의

▲이벤트 영상을 보고 댓글로 그림을 올린 유저들

이벤트 콘텐츠도 좋은 사례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가 있는데요, 이미지로만 하면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서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고 고민하다 나온 '밥 로스' 패러디 시리즈인 '발 로스' 콘텐츠입니다. 요즘엔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올리는 게 쉬워진 만큼 많은 분이 댓글로 참여해주셨고, 그 댓글을 보기 위해서 많은 분이 방문했었죠. 그래서 듀랑고 베타키 증정 이벤트 때도 2편을 진행했습니다. 바이럴 효과도 있고 유저분들께 참여하는 즐거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유머글을 패러디하거나, '병맛', 황당한 상상력을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메이플 스토리 관련해서 '최고의 경험을 위해서 이어폰을 꼭 착용해주세요' 영상, 지마켓의 '덥다덥다' 영상을 패러디하기도 했지요. 황당한 상상력이나 유머를 통해 과거 그 게임을 했었던 추억을 떠올리고, 페이스북 댓글에서 친구들과 모여 PC방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페이스북 콘텐츠를 통해 삼삼오오 놀러가는 유저들



■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은? 코어유저

코어 유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넥슨 페이스북 팔로워 중 많은 사람이 코어유저에요. PC방 안 가본 사람이 없고, 신작 게임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넥슨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페이스북 팔로워의 대부분인 거죠. 이런 유저들을 통해 성공적인 바이럴 수치를 기록한 사례를 보여 드릴게요. 홍보하기 힘든 신작, CBT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얼마 전 CBT 관련 광고를 진행한 외부광고 그래프인데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실제 유저들이 유입된 수는 월등히 높고, 들인 비용은 낮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노출은 높고, 금액은 낮고. 효율이 좋은 거죠.


동일한 내용으로 페이스북을 확인해보면 빨간 원이 넥슨 페이스북 페이지의 광고 효율입니다. 만 명의 이용자가 실제 CBT를 신청했고, 이에 따른 비용은 742원으로 가장 저렴합니다. 쉽게 말해 포털이나 유튜브 등 다른 채널 페이스북 대비 콘텐츠를 보고 직접 반응하는 유저, 실제 게임접속까지 하는 경우는 넥슨 페이스북을 통해 유입된 유저들이 월등히 많아요. 넥슨 페이스북은 코어유저들이 많이 활동하기 때문이죠.

신작 게임 관련 홍보 콘텐츠 사례를 보여 드릴게요. 하이퍼 유니버스 영상인데요,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트레일러보다는 친숙하고 쉬운 영상이 더 반응이 좋습니다. 히오스 짤도 만들어지고 프로모션 영상보다 10배는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건파이어드벤처, 얼마 전 출시된 레고퀘스트엔콜랙트, 테일즈런너R 등 페이스북에 맞는 재미있는 영상으로 제작했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지요.

▲하이퍼유니버스 정식 오픈 영상



■ SNS 콘텐츠 제작 TIP

지금까지는 콘텐츠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팁이라기보다는 조금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페이스북을 팔로우한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공감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인지 생각하고 이용자 지향형 콘텐츠를 구성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또한, '가벼운 웃음'이 가장 좋은 콘텐츠 인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은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가볍고 쉽고 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쉽게 받아들여지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에 타서 잠깐 쓱쓱 넘겨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면 30초, 1분 이내로 짧게 구성해야 해요. '내가 페이스북을 볼 때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하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좋은 글이군요.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라는 말이 있지요? 소셜 미디어 전략과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취업을 고민하는 예비 게임인들에게

▲'2017 성남 게임 대학생 캠프' 조금래 PD 강연

저는 직급은 대리고 PD로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전까지 SNS가 유저와 소통하는 정도의 의미였다면 이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페이스북 페이지가 긍정적인 느낌과 이미지를 주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취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저는 취업 준비할 때 게임을 좋아해서 넥슨을 선택했어요. 물론 제가 선택했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2013년 말 바이럴 마케팅이 주목받으면서 넥슨의 아르바이트 쪽으로 지원했어요. 영상 전공이었고 수상경력도 있었으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 후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어서 성과를 냈고, 파견직,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 것입니다.

말씀 드리고 싶은것은, 경험을 쌓는다는 데에 있어서 고용형태는 후순위가 될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견직이건, 인턴이건 기업에서 내가 어떤 것을 경험하는가가 중요해요. 근래 공채 비중은 낮아지고 있지만, 그만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직자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고민해볼 만은 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제게 딱 맞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준비가 그래서 어려웠고요. 바이럴 마케터라는것은 없었으니까요. 요즘은 직업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때에요. 많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