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부터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가 진행된다. EDG와 SKT T1이 포진한 A조 마지막 자리는 클라우드 9이 차지하면서 치열한 경기를 예고했다. A조의 네 팀은 모두 각 리그를 대표해 꾸준히 롤드컵 무대를 밟은 만큼,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특히 SKT T1과 EDG의 한중 라이벌 대결은 지역을 막론하고 가장 빅매치로 손꼽힌다.

다크호스 역할의 ahq와 꾸준히 8강 무대에 오른 클라우드 9은 각각 '웨스트도어'와 '스니키'라는 무기를 가지고 이변을 준비 중이다. 이번 A조의 키워드는 복수다. 2015년에 SKT T1과 EDG가 MSI와 롤드컵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으며, ahq와 클라우드 9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사이 좋게 3승 3패를 거뒀다. 그때는 ahq가 클라우드 9을 따돌리고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SKT T1은 공공의 적이 될 예정이다. 2015년에만 EDG와 ahq에게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승리했다. 2016년에는 클라우드 9에 2패를 선사해 세 팀 모두 갚아야할 빚이 생겼다. 세 팀 역시 서로 물고 물리는 전적이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SKT T1과 EDG가 강세일 것으로 보이나, 남은 두 팀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A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빛 좋은 개살구 EDG, 이번에는 정말 달라야 한다


중국 LPL 역사상 최고의 팀은 의심할 나위 없이 EDG다. 그런데 안방을 벗어나면 그 명성과 실력은 어디로 갔는지 자국 내에서의 최강자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EDG는 늘 최선의 변화를 통해 롤드컵 무대에 도전해왔다. 복한규, 정민성을 코치로 기용하기도 했으며, '데프트' 김혁규와 '폰' 허원석 그리고 '스카웃' 이예찬까지 수혈했다. 물론, 롤드컵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EDG는 LPL 라이벌 로얄 클럽이나 OMG와 달리 롤드컵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 최고 성적 8강, 최상의 전력이라 평가받던 2015년에는 한중 라이벌 SKT T1에 2연패는 물론, 8강전에서도 무기력한 0:3 완봉패를 당했다. 결국, 중국의 자존심인 그들은 메인 코치로 정노철 감독을 선임했다.

스프링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정노철 감독과 EDG는 '데프트'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상당히 고전했다. 게다가 5회 연속 우승 중이던 데마시아 컵에서 8강에 머물러 자존심을 꽤 구겼다. 가까스로 RNG를 3:2로 꺾으며 롤드컵 티켓을 따냈지만, 또 다른 가시밭길이 열렸다. 중요 무대에서 마주하던 SKT T1 그리고 2014년부터 늘 격돌했던 ahq와 한 조로 편성됐다. 마지막으로 상대전적이 없는 클라우드 9이 합류하면서 쉽게 8강 진출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냉정하게 예년만 못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팀의 정신적 지주인 '클리어러브'가 유독 롤드컵 기간만 되면 맥을 못 추다 보니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그런 이유로 토너먼트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또 EDG는 아직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 조 1위를 달성한 기록이 없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시즌 동안 2위로 8강 무대에 합류했다.

확실히 EDG는 섬머 시즌 우승팀이지만, RNG와 WE에 비해 뚜렷한 강점이 적어 보인다. '아이보이'가 '우지' 혹은 '미스틱' 진성준만큼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성공한 유망주'에 불과하니 말이다. 또 '스카웃'이 기량이 올랐다 해서 '페이커'급으로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웨스트도어'나 '옌슨'보다 더 활약할 것이라는 확신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도 EDG의 8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적응 기간도 필요 없을 뿐더러, 더욱 일찍 롤드컵 일정에 대비할 수 있었다. 확실히 팀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하나, '스카웃'이라는 안정적인 옵션이 존재한다. '아이보이'의 경우 '제트' 해성민과 로테이션 시스템이 아닌, 롤드컵을 홀로 책임지게 됐다. LPL에서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벌써 '웨이샤오'-'나메이'-'우지'의 계보를 이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불타는 향로'로 귀결되는 현재 메타에서 '아이보이'가 얼마나 제 실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중국 최고의 서포터 '메이코'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스카웃'과 '아이보이' 모두 이제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자신의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검증할 차례다.

EDG가 1년 동안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에 동시 변화를 준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롤드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의지도 충만하다. 분명한 점은 EDG가 조 2위에 만족하지 않을 테고, SKT T1을 꺾길 바랄 것이다. 만약 A조에서 조 1위로 8강에 오른다면 팀 창단 최초 4강 진출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

■ 무조건 우승 후보 SKT T1, 더 증명할 것도 없다


SKT T1과 롤드컵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세 번의 롤드컵에서 전부 우승을 들어 올렸으니 이보다 더 최강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리기 어렵다. 그런데 SKT T1에도 고충은 있다. LCK 섬머 시즌에 이상 기류가 흐르면서 탑과 봇 라인 그리고 정글러 기용 문제에 부딪혔다. 정글러는 '피넛' 한왕호와 '블랭크' 강선구가 시기적절하게 서로를 보완하고 있으나, 이적생인 '피넛'이 주전으로서 확고히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후니' 허승훈이 단독으로 맡아야 할 탑 라인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후니'의 경기력에 기복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에 '운타라' 박의진의 안정감이 돋보였지만, SKT T1이 경험이 많은 '후니'를 뽑으면서 낙마하고 말았다. 확실히 탑 라인을 한정으로 '큐베' 이성진이나 '칸' 김동하보다 무게감은 떨어진다.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이 중요한 현시점에서 '뱅' 배준식 또한 경기 내외적으로 흔들렸다.

어디까지나 이전의 SKT T1의 행보보다 불안한 것뿐, 탈락할 일은 없어 보인다. EDG나 ahq 그리고 클라우드 9에게 고전할 수는 있겠으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페이커' 이상혁의 존재감과 코칭스태프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받침 되기 때문에 이변의 희생양이 되진 않을 것이다.

꼭 '페이커'만 아니더라도 '뱅'도 롤드컵에서 펄펄 난다. 2015, 2016 그룹 스테이지에서 모두 두 자릿수 KDA를 기록했다. '뱅'은 2년 동안 6데스에 불과했고, 무려 56킬을 쓸어 담았다. 어시스트 역시 76에 달하며, 괴력을 발휘했다. 토너먼트 기록으로 따져봐도 10경기 이상 한 플레이어 중 2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당장 부진하더라도 그가 보여줄 클래스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

늘 저평가를 받는 '울프' 이재완이야말로 SKT T1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보물이다. '울프'는 2017 MSI에서 MVP를 수상하며 '마타' 조세형 이후 국제 대회에서 두 번째로 서포터 MVP를 달성했다. 보조 역할을 맡은 포지션임에도 압도적인 피지컬은 같은 국내 팀들도 혀를 내두른다. 맞대결을 펼치는 동 포지션 선수들도 "울프와의 라인전은 숨을 쉬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부분은 홈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EDG와의 대결에서 주의해야 한다. 최병훈 감독은 과거 제자였던 '스카웃' 이예찬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당연히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원거리 딜러들의 기량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양 팀 모두 강력한 미드 라이너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전략, 전술 운용이 가능하다. 김정균 코치와 정노철 감독이 미드 라이너들에게 어떤 롤을 부여할지가 관건이다.

어차피 우승은 SKT T1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섯 명 전원의 활약이 절실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여유롭게 8강에 올라 우승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 늘 제자리걸음인 ahq, 고래 싸움에 낀 새우


벌써 네 번째 롤드컵일 정도로 터줏대감이 됐는데, 대우가 영 시원찮다. 그야말로 최악의 조 편성이다. 어느 하나 만만하게 볼 상대가 없다. 현실적으로 ahq의 8강 진출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현재로서는 '웨스트도어'의 복귀가 위협적이지 않다. 오롯이 봇 라인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존재하는데, 한 조에 묶인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진다.

자국 무대에서도 한결같은 모습이다. 좋게 표현하면 꾸준하게 2위 자리를 지켜왔고, 솔직하게 말하면 늘 우승을 노리기 어려운 발전이 부족한 팀이다. 우승하기에는 부족함이 크고, 그 밑에 팀들과는 격차가 크다 보니 롤드컵 진출 티켓을 따내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충분히 경험이 쌓였음에도 탑 라이너 '지브'와 정글러 '마운틴'이 A조의 상대들과 견주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즉, ahq만의 색깔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국 최강인 플래쉬 울브즈는 한국 팀 킬러로 명성을 떨쳤고, 자신들의 색을 확고히 다졌다면 ahq는 변수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단단하게 후반을 도모하는 유형도 아니다. 쉽게 표현하면 중국 팀들의 전투 색깔과 한국 팀의 운영을 어정쩡하게 섞어놨다.

대개 최소한의 변화로 팀워크를 다지는 데 주력하며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는 좋은 예로 삼성 갤럭시가 뽑힌다. 아마 안 좋은 예 중 하나로는 ahq일 것이다. '웨스트도어'에게 너무 많은 짐이 실려 있고, 은퇴를 번복할 만큼 대체자를 구하지도 못했다. 그나마도 가장 최근 만난 EDG과 호각세를 이뤘다는 게 위안거리인데, 여섯 번의 경기에서 8강 진출 마지노선인 4승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웨스트도어'는 현재 메타에 적합한 미드 라이너가 아니다. 피즈 플레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발 빠른 움직임이 주된 임무가 된 미드 라이너로서 '페이커' 이상혁과 '스카웃' 이예찬 그리고 '옌슨'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정글 메타 역시 세주아니를 시작으로 탱커 챔피언이 선호 되는데, '마운틴'이 즐겨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추세에 발을 맞출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변을 일으킨다면 의외로 봇 라인이 될 수 있다. 2015년만 하더라도 원거리 딜러 '안'은 상당히 좋은 모습으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하향세가 완연하다. 지난해 롤드컵에서는 무리한 포지셔닝과 미숙한 플레이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본적으로 전진 포지션의 성향이 강해 '불타는 향로'만 잘 활용한다면 꽤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수비 위주의 서포터가 보좌할 예정이기 때문에 아마 A조 최고의 다크호스 역할은 '안'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밖에 희망적인 요소는 그동안의 롤드컵 무대에서 꾸준히 3승 3패를 기록해 왔다는 점이다. 그중 2015년에는 8강 무대를 밟기도 했다. 비록 SKT T1에게 0:3 완패를 당했지만 말이다. 당시 ahq가 클라우드 9을 조 3위로 밀어냈다는 부분도 기분 좋은 기록이다. 아프고, 좋은 기록을 경험한 팀들이 모두 한 조에 묶였으니 행운이 따라준다면 내심 8강도 기대해 볼 법하다.

■ 애매한 클라우드 9, 2위가 현실적인 목표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다. 특히 각 라이너들의 경기력이 꽤 경쟁력 있어 보인다. 원거리 딜러 '스니키'는 북미 최고 클래스에 걸맞은 활약상을 이어가는 중이고, '임팩트' 정언영은 단단한 탑 라이너의 대표답게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미드 라이너 '옌슨'도 꾸준히 제몫을 다하고 있다.

클라우드 9은 롤드컵 기준으로 SKT T1과 가장 최근에 만난 팀이다. 당시 '옌슨'은 호기롭게 '페이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패기와 달리 좋은 결과는 못 얻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SKT T1에 몸을 담았던 복한규 감독과 '임팩트'가 존재한다. '스니키'의 경우 '뱅'이 직접 잘하는 원거리 딜러로 꼽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클라우드 9이 이전과 달리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스니키'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풀어줘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가장 잘 파고드는 SKT T1의 경우 상대의 강한 라인을 집요하게 노린다. 밴픽 단계부터 운영까지 해당 라인을 중심으로 '밀봉'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친다. 지난해 '스니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임팩트'의 어깨가 무겁다. 자주 등장하는 초가스를 필두로 아군 보호에 최적화된 쉔 그리고 공격적인 챔피언까지 폭 넓게 플레이 하기 때문에 이를 밴픽 단계부터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봇 라인이 잔나-룰루를 나눠 가지는 추세라면 원거리 딜러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기량의 문제를 떠나 후반부에 유독 약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완할 필요도 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두 차례씩 붙기 때문에 비슷한 전략만으로는 힘겨울 수 있다. 크게 무너질만한 라인은 없으므로 유연함을 갖춘다면 분명 클라우드 9의 8강 진출도 꿈은 아니다. 탈 LCS NA급 위력을 과시 중인 '스니키'가 성장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토너먼트 단골인 클라우드 9이 예선전부터 시작했으니 체면이 살지 않는다. 총 네 번의 롤드컵에서 2015년을 제외하면 전부 8강에 올랐을 만큼, 풍부한 경험을 가졌는데 토너먼트서는 늘 뒷심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흥미롭게도 2015년에 ahq에 밀려 자신들의 경력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설욕할 상대가 꽤 존재한다.

분명 클라우드 9이 8강 도전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전력인데도 불구하고, 확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ahq보다 한 수 위일 수 있지만, SKT T1을 꺾기에는 힘에 부친다. 현실을 직시하면 EDG와의 맞대결이 승부처인데, '스니키'가 후반 집중력이 매우 좋다는 평을 받고 있어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