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LoL 팬들의 축제 2017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본격적인 전쟁이 이제 곧 시작된다. 플레이 인 스테이지가 끝나고 본 무대인 그룹 스테이지가 오는 5일에 그 막을 올린다. 벌써 많은 이들이 각 조에서 살아남을 팀을 예상하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LoL 팬들은 한국 팀의 1위 진출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 팀이 없는 D조의 경우에는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선보인 WE의 진출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다크호스는 모두가 결과를 속단했을 때, 가장 멋지게 등장하기 마련이다.

'다크호스'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뜻밖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유력한 경쟁자'를 뜻한다. 이번 2017 롤드컵에서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주목받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경주마'가 될 수 있는 다크호스들이 있다. 각 조에서 최약체로 꼽히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뜻밖의 활약을 보여줄 네 팀을 꼽아봤다.


■ 정반대 성향의 미드라이너와 LMS 최강의 탑라이너 'Ziv'를 보유한 AHQ e스포츠 클럽



AHQ e스포츠 클럽(이하 AHQ)은 LMS 지역 2번 시드로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네 번이나 롤드컵 무대를 밟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AHQ는 아이러니하게도 A조에서 가장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자국 리그에서는 충분한 활약을 보여줬음에도 세계대회에서 아직까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이유다. LMS 결승전에서도 플래시 울브즈에게 0:3 완패를 당했다. 플래시 울브즈가 꺼낸 블리츠 크랭크에 속절없이 당하며 큰 무대와 뜻밖의 변수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AHQ의 전력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AHQ에는 전투력 측정이 불가능한 두 명의 미드라이너와 최근 기량이 절정에 오른 탑라이너가 있기 때문이다.

AHQ는 스타일이 다른 두 명의 미드라이너를 전략 전술에 맞게 번갈아 가며 기용하고 있다. 주전 'Chawy'는 시즌2부터 선수로서 활약한 경험이 풍부한 미드라이너다. 그는 안정감과 넓은 챔프 폭이 장점인 선수다. 미드라이너에게 있어서 안정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덕목이기에 그는 'Westdoor'를 재치고 주전 자리에 올랐다. 이번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Chawy'가 'Westdoor'보다 먼저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서브 미드라이너인 'Westdoor'는 한국 LoL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선수다. 그는 안정감보다는 변수 창출에 특화된 미드라이너다. 로밍형 챔피언과 피즈, 제드와 같은 암살자 챔피언을 잘 다루는 그는 '메타에 구애받지 않는 미드라이너'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 스타일이 다른 미드라이너가 번갈아 출전할 경우,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대처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

LMS 최고의 탑라이너로 등극한 'Ziv'의 존재도 AHQ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5 MSI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Ziv'는 전 세계 LoL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그는 2016 월드챔피언십에서 제이스로 용맹한 전투력을 뽐내며 여러 차례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2017 시즌에 들어와서 노련함까지 겸비한 그는 LMS 최고의 탑라이너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일하게 부족한 것은 그의 실력을 증명할 커리어뿐이다.

AHQ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죽음의 A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모든 팀이 AHQ보다 강하다. 하지만, 다크호스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등장하기 마련이다. AHQ에서 비교적 안정감이 떨어지는 바텀이 충분히 제 몫을 해준다면, AHQ가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유리 검' 기가바이트 마린즈, '강철 검'이 될 수 있을까?



2017 MSI에서 세계 유수의 팀들을 상대로 승리하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2017 LoL 월드챔피언십에 이름을 올렸다. 기가 바이트 마린즈는 갑작스러운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2017 GPL 서머 시즌에서 필리핀의 마닐라 이글스와 태국의 어센션 게이밍을 꺾고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진출에 성공했다. 강팀이 즐비한 B조에서 가장 약체로 꼽히지만, 2017 MSI에서 보여준 저력을 다시 보여준다면 이번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장점은 저돌적인 공격성에 있다. 그들은 빠른 템포로 스노우볼을 굴리며 상대 팀을 압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단단한 팀을 만났을 때, 그들의 공격성이 발목을 잡아 스스로 넘어지는 경우가 자주 나왔다. 결국, 안정감이 떨어지는 운영과 치명적인 실수를 자주 해서 한계가 명확한 팀으로 분류됐다.

기가바이트가 가능성과 함께 약점을 보여줬던 2017 MSI가 끝나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들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했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는 팀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에이스인 정글러 'Levi'가 여전히 뛰어난 캐리력을 보여주고 있고, 다재다능한 미드라이너 'Optimus'가 팀의 중심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그리고 서포터에서 탑라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한 팀의 브레인 'Archie'가 탑에서도 여전히 똑똑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걱정인 점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봇듀오다. 서포터 'Nevan'과 원거리딜러 'Noway'는 다른 세 명과 달리 큰 무대 경험이 거의 없다. 새롭게 합류한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봇듀오가 GPL에서는 분명히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GPL과 롤드컵은 차원이 다르다. 그들이 긴장감을 이겨내고 팀에 완벽하게 녹아든다면,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이번 롤드컵에서 기적을 만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 1907 페네르바체,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되어라!



플레이 인 스테이지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페네르바체는 '1승 상대'로 여겨질 정도로 무시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즌' 김태일이 합류한 페네르바체는 무시할 수 없는 강팀이 되어 있었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페네르바체는 당당히 플레이 인 스테이지를 뚫고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비록 올라오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페네르바체의 팀 색깔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한 페네르바체가 이번에 만나게 될 상대는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상대했던 팀들과 차원이 다른 팀이다. 지난 월드챔피언십 준우승팀인 삼성 갤럭시, 유럽의 맹주 G2, 중국의 자부심 RNG가 상대다. 냉정하게 말해서 페네르바체가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을 위해서 심장을 바친 김태일과 그의 동료들이라면 기적을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나타난 약점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급하게 팀에 합류한 '크래시' 이동우가 아직까지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고, 후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거리딜러 'Padden'이 허무하게 잘리는 등 약점이 뚜렷한 상황이다. 팀의 심장인 '프로즌' 김태일도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무리하다가 사이드에서 끊기는 경우가 종종 나왔다.

다행히도 팀원 모두 할 때는 하는 선수들이다. 각자 '캐리력' 측면에 있어서는 다른 강팀에 밀리지 않는다. 미드라이너 김태일에게 '캐리력'을 빼면 시체일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탑라이너 'Thaldrin'는 마오카이와 같은 탱커를 잘 다루며 한타에서 상대의 진영을 붕괴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줄 정도로 뛰어난 한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원거리딜러 'Padden'은 가끔 허무하게 잘리는 약점을 제외하면 플레이 인 스테이지에서 코그모로 펜타킬을 기록하는 등 과감하게 포지션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페네르바체의 가파른 성장세가 무섭다. 마치 소년 만화의 주인공을 보는 것처럼 그들은 대회를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할 요소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언더독의 반격은 대회를 보는 가장 재밌는 요소 중에 하나다. 그들이 써 내려갈 기적을 기대해 본다.


■ 비교적 생소한 미스핏츠 게이밍, 알고 보면 약점이 없는 팀?



EU LCS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스핏츠는 한국 팀이 없는 D조에서 가장 진출 가능성이 낮은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무대 경험이 거의 없어서 한국 LoL 팬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미스핏츠는 EU LCS 입성 첫해에 롤드컵에 진출한 저력 있는 팀이다. 특히, 단단한 후반 운영이 강점인 팀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팀원 모두 실력이 뛰어나고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충분히 주목해볼 만 하다.

미스핏츠의 탑라이너 'Alphari'는 팀의 리그 승격의 주역이었다.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동안 'Vizicsacsi'나 'Soaz'와 같은 유럽의 정상급 탑라이너와 만나서 압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특히 발군의 이니시에이팅 능력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자르반 4세와 나르를 잘 활용하는 그는 저돌적으로 적진에 파고들어서 완벽한 한타 각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또한, 팀을 떠난 'KaKAO' 이병권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꾼 정글러 'Maxlore'의 존재도 미스핏츠를 다크호스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캐리형 정글 챔피언인 리신과 렝가를 잘 다룰 뿐만 아니라 탱커형 챔피언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남다른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며 자신을 헌신할 줄 아는 선수가 'Maxlore'다. 정규시즌 초반에 약점으로 꼽혔던 기복도 경험이 쌓이면서 기복이 없는 선수로 거듭났다.

가장 중요한 딜러 라인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미드라이너 'PowerOfEvil'은 강력한 라인전이 강점이다. 또한, 독특한 아이템 빌드와 넓은 챔프 폭으로 변칙적인 수를 즐겨 두는 편이다. 원거리딜러 'Hans Sama'는 미스핏츠의 '에이스'로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과감한 포지셔닝과 압도적인 피지컬로 종종 펜타킬을 만들어 내는 등 엄청난 캐리력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미스핏츠의 한국인 서포터 'IgNar' 이동근이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파트너 'Hans Sama'와 함께 상대 팀의 바텀을 박살 내는 등 강력한 라인전 능력이 발군이다. 승격하자마자 EU LCS 최고의 서포터라는 평가를 받는 그가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