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디 디프(Teddy Dief) 스퀘어에닉스 몬트리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호주 멜버른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3회 GTR 2017 컨퍼런스의 첫 강연으로는 스퀘어에닉스 몬트리올의 테디 디프(Teddy Dief)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강단에 올라 시스템적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테디 디프 디렉터는 과거 자신이 게임 디자이너 및 라이터로 참여했던 게임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를 예로 들며 플레이어가 주인공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될 수 있도록 게임에서 활용한 요소를 설명했다. 2016년 3월 스팀을 통해 출시된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는 픽셀 그래픽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인디 액션 RPG로, 킥스타터 모금 당시 약 65만 달러(한화 약 7억 3천만 원)를 모금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그는 "처음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플레이어가 조종을 통해 주인공의 특성과 한계, 성격 등을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생각하면 좀 더 쉬운데, 플레이어들이 배우가 되어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세계에 몰입하고, 캐릭터의 성격에 따른 연기를 펼쳐줬으면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주인공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3가지 키워드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주인공은 서서히 죽어가는 병에 걸려 있으며, 치료제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 바로 게임의 주된 목적이다. 실제로 주인공 캐릭터를 작업한 개발자는 큰 병에 시달린 적이 있으므로,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어 테디 디프 디렉터는 이 주인공 캐릭터를 유저가 실제로 조종하면서 느꼈으면 했던 키워드로는 불안정함(fragile)과 치명성(Deadly), 그리고 절박함(Desperate)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정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그는 게임의 시스템적인 부분에 하나하나 디테일을 끼워 넣었다. 캐릭터가 어느 정도 움직이다가 이따금씩 피를 토하는 동작을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게임에서 주인공은 5칸의 체력을 가지고 있는데, 게임을 진행한다고 해서 최대 체력을 늘릴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테디 디프 디렉터는 "개발 초기에는 게임을 더 진행하면서 체력 칸을 늘리는 기능을 고려했지만, 그렇게 되면 유저들에게 체력이 적은 데서 오는 절망감을 계속 줄 수 없었기에 이 이상 체력이 늘어날 수 없도록 설정했다"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게임 내에 즉사하는 함정을 제외하고는 어떤 적도 주인공을 일격에 죽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도 기획 의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대 맞을 경우 한 칸에서 두 칸, 몇몇 보스들은 세 칸의 체력까지도 소비시킬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캐릭터의 불안정함을 유저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저들이 계속적으로 '절박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체력 회복에 필요한 회복약을 게임 내에서 상당히 드물게 획득하도록 해야만 했다. 또, 원거리 무기인 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칼로 근접 공격을 수행해 총알을 획득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디 디프 디렉터는 플레이어들이 총만을 사용해 손쉽게 전투를 이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적과의 전투에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디자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시'기능 또한 절박함과 불안정함을 동시에 느끼기 위해 제작됐다. 다시 말하면,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도망칠 때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대시 기능을 공격의 용도로 사용하고는 하는데, 이 경우 대시 이후 약 0.5초간 딜레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테디 디프 디렉터의 설명이다.


플레이어가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를 차례차례 설명한 테디 디프 디렉터는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의 트레일러를 선보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해당 트레일러에는 개발 당시부터 고안한 위 세 가지 키워드가 모두 담길 수 있도록 신경썼다" 며, "주인공 캐릭터가 적을 상대하는 장면에서는 빠르고, 강인함을 엿볼 수 있지만, 도망치거나 피를 토하는 장면을 통해 절박함과 같은 주인공 캐릭터의 속성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트레일러나 피칭을 위한 영상을 제작할 때 있어, 많은 개발자들이 게임과 함께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을 소홀히 생각한다. 게임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적인 관점도 좋지만, 게임 자체의 품질 또한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