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송병구, 스타1 AI 무참히 학살... 알파고 수준 더 기다려야
심영보 기자 (desk@inven.co.kr)
31일 세종대학교에서 인간과 AI의 스타크래프트1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 인간 대표로 참여한 선수는 프로게이머 송병구와 일반인 두 명이었다. AI 대표도 하나가 아니었다. MJ봇(세종대), ZZZZKBOT(호주), TSCMO(노르웨이), CherryPi(페이스북)까지 총 4개의 AI가 이번 행사에 출전했다.
송병구와 AI의 대결이라는 제목이 걸리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현장 분위기는 새로운 분야인 스타크래프트 AI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번에 참여한 AI들 모두 한정된 시나리오 안에서만 작동했다. 시나리오에서 조금만 틀어지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즉, 알파고처럼 유연하게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대하던 AI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의 싱글 플레이에서 접할 수 있는 방식의 AI와 매우 흡사했다.
이번 경기 규칙 중에, 2경기부터 출전한 인간 대표 선수들은 이전 경기들을 관람하지 않은 채로 AI와 상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어떤 의도인지는 모든 경기가 끝난 후에 풀렸다. AI가 보여주는 빌드와 패턴이 너무나 한정적이어서 한 번 경기를 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경기에 나선 인간 대표는 일반인 초보자 이승현이었다. 그의 첫 상대는 MJ봇이었다. MJ봇은 다른 AI와는 다르게 AI 상대가 아닌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된 세종대의 AI였다. MJ봇의 시작은 놀라웠다. 입구를 제대로 틀어막고, 바카닉 전략을 구사하며 이승현을 당황하게 했다. MJ봇은 초반까지는 큰 단점이 보이지 않는 경기력으로 인간 초보자를 무너트리는 듯했다.
하지만, 단점은 금세 발견됐다.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승현은 엘리전을 노렸는데, AI는 갑자기 수준 이하의 경기를 보여줬다. 시즈 탱크를 허무하게 헌납하고, 뻔했던 상대 멀티를 오랫동안 발견하지도 못했다. 결국, 종반에는 이승현의 사이오닉 스톰에 어이없이 유닛을 모두 잃어버리는 상황을 연출하며 승리를 내줬다.
물론 이후 출전한 ZZZZKBOT(호주)는 4드론으로, TSCMO(노르웨이)는 뮤탈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AI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인간 대표 일반인 두 명에 승리를 따냈다. MJ봇도 두 번째로 출전한 인간 대표 최철순(레더 1,500점)에게는 바카닉 러쉬를 성공시키며 승리했지만, 모두 기존 싱글 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AI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송병구는 경기 전에 했던 "AI를 꺾어 말보다는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호언장담을 그대로 실천했다. 일반인 선수와는 다르게 CherryPi(페이스북) AI까지 포함해 4개의 AI와 대결을 했는데, 모두 압승을 거뒀다.
그래도 송병구는 긍정적인 부분을 봤다. 경기가 끝난 후 "첫 번째 AI(MJ봇)는 조금 놀라웠다. 입구를 막고, 리버도 대처하고, 바카닉까지 준비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로게이머가 참여해 보완한다면 더 완성도가 높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나머지 AI에 대해서는 기존 블리자드 AI가 더 나은 거 같다며 혹평했다. 빌드부터 많은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번 개발의 총 책임자인 김경중 교수도 경기가 끝난 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레더 점수 1500점 정도의 사람을 잡는 것이 개발 목표였고, 프로게이머는 어려울 거로 봤다.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해보려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스타크래프트 AI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김 교수는 "현재로써 프로게이머를 이기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의사 결정 모듈인데, 현재 AI의 의사 결정 능력이 없고 짜여진 대로만 움직인다. 다양성이 없고 상황 변화를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이상 발전하려면 학습을 해야 한다. 알파고 같은 접근법이 있어야 하는데,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바둑 AI는 오랜 개발 과정을 거쳤지만, 스타크래프트 AI는 이제 1년 정도 된 초기 단계다. 바둑의 알파고와 같은 AI를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보려면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심영보 기자 desk@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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