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롤드컵 결승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결승은 작년에 이어 SKT와 삼성, 삼성과 SKT의 대결입니다. 작년 결승 기억나시나요? 온전히 경기만으로도 많은 팬들이 감동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삼성과 SKT의 경기는 'e스포츠 팬이 되길 잘했어'라는 마음이 생길 만큼 대단했습니다. e스포츠 팬들은 올해도 그런 경기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값어치 있는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 공부를 해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서 '레퍼드-러스트보이-캡틴잭' 세 분을 모셨습니다. '레퍼드' 복한규 감독과 '러스트보이' 함장식 코치는 직접 롤드컵에 참여하기도 했었죠. 세 분이 전문적이고 넓은 시야로 이번 결승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워낙 이야기가 방대하니, 여기서 각설하고 바로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캡틴잭-레퍼드-러스트보이' : 네, 안녕하세요.


오늘 하실 말씀들이 너무 많을 것 같은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삼성과 SKT, SKT와 삼성의 결승 대결, 간단히 승부 예측부터 시작해보죠.

'캡틴잭' 강형우 : 이번 결승이 제일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이면 그냥 SKT를 점 찍었을 것 같은데... 지금도 어느 정도 SKT에 마음이 가 있는데, 삼성이 SKT보다 더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어렵네요. SKT가 작년만은 못하다는 느낌인데, 그래서 SKT가 아슬아슬하게 이기지 않을까(웃음) 합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 : 삼성에 걸고 싶어요. SKT가 큰 대회 경험이 많고 중요한 대회에서 항상 이겼으니까, 솔직히 삼성을 찍으면서도 마음이 안 좋기는 해요(웃음). 그래도 집문서를 건다는 조건이 있다면, 삼성에 걸어보고 싶네요.

팀마다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이번 SKT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것 같아요. 미드를 제외하면 불안한 모습이 있는데, 삼성이 SKT의 약점을 잘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삼성이 현재 미드가 약해서 어쨌든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될 것 같지만, 삼성이 더 좋은 조건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레퍼드' 복한규 : 삼성이 이길 것 같아요. 일단 (강)찬용이가 결혼을 했으니까 롤드컵에서 우승하면 좋을 것 같네요(웃음). 이건 우스갯소리고, SKT가 정글 쪽에서 많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삼성은 정글이 상당히 안정돼 있어요. 그리고 지금이 봇 캐리 메타인데, 삼성 봇 듀오가 SKT 봇 듀오보다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삼성이 우승의 길목에서 가장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라인전은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삼성이 블루사이드를 잡았을 때 얼마나 준비를 잘하느냐 아닐까요. WE와의 4강전 대결을 보면, 삼성이 블루사이드를 잡았을 때 살짝 말리고 들어간 게 아닌가 싶었어요. 지금 메타에서는 블루사이드가 이점이 많은데,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 부분만 잘 해내면 삼성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도 마음이 조금 불편해요. (강)찬용이가 결혼을 안 했으면 SKT에 걸었을지도 몰라요(웃음). 그리고 (김)정균이형은 아직 결혼을 안 했으니까요.



왜 이렇게 다들 삼성을 선택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시는 거예요(웃음).

'캡틴잭' 강형우 : '페이커' 이상혁 선수 때문 아니겠어요. SKT의 경험도 무시 못 하고요. '페이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지는 경기력을 보여주더라고요. 올해도 그런데 '페이커'는 매년 역대급 경기력을 갱신하고 있어요. 존경스러우면서도 무서워요. 아마 SKT의 팀원들도 '페이커'가 가지고 있는 우승을 향한 열망에 영향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의지만으로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가장 무서운 점이 아닐까 싶네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어우슼(어차피 우승은 SKT의 줄임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올해, 초반에 불리하다가 후반에 역전하는 대표적인 팀이 SKT와 삼성인데, 두 팀이 서로 조금 달라요. 삼성은 대놓고 '후반 갈 거니까 한번 때려봐라'라는 느낌이고, SKT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캡틴잭' 강형우 : 의도치 않게 불리하게 가고, 조합도 괜찮지 않은데 어떻게든 버티긴 버텨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뭔가 SKT의 함정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분명히 객관적으로 SKT가 약세는 맞는데, 삼성도 SKT의 함정에 걸려드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네요. 이게 몇 년이나 지속됐으니까요.

'캡틴잭' 강형우 : 저도 공감을 하는 게, SKT가 미스피츠와 RNG에게 져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억제기 앞 한타에서 말도 안 되게 이기고, 뭐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요.

'레퍼드' 복한규 : 우리(C9)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SKT 잡을 뻔했었는데... SKT가 스플릿 조합이고 우리는 한타 조합이었어요. 보통 한타 조합이 바론을 먹으면 지기가 어려운데, 우리 애들이 갑자기 신나서 운영 실수를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SKT에 이길 수 있다는 마음에 들뜨게 되는 거죠. SKT를 상대하는 쪽에서 평소 같으면 안 했을 실수를 하는 느낌도 있어요. SKT라는 이름값이 있는 거죠.

SKT의 우승이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게, 4강전을 봤을 때 밴픽 준비를 정말 잘 해온다고 생각했어요. 상대방의 의도와는 다르게, 또는 상대방이 예상치 못하게 밴픽을 하더라고요. 같은 메타 안에서 한 달 동안 경기를 하다 보면 허점이 되게 많이 보여요. 예를 들면, '아우렐리온 솔 쓸만한데? AP 신지드도 좋은데? 케이틀린도 괜찮네?'와 같이 정말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와요. 이런 친구들을 1승 1승 카드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데, SKT가 4강 때 준비를 잘했어요.



그렇다면 혹시, 각자 팀에서 깜짝 카드로 준비했던 것 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메타에서 경기할 일은 이제 없으시니까요.

'레퍼드' 복한규 : 소나를 준비했었죠. 삼성이 8강전 때 타릭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어요. 그때부터 모든 연습 경기에 타릭이 등장했는데, 타릭의 카운터를 연구하려고 정말 여러 가지로 다 해봤어요. 그중에 소나로 압박하면서 타워를 파괴하는 전략이 꽤 좋았어요. 타릭이 트리스타나와 함께 뛰어들어오면 라인전에서도 조금 무섭기는 한데, 그게 아니라면 타워 안에서 버티는 것밖에는 없거든요.

안 그래도 우리가 8강전에서 소나를 쓰려고 WE에게 심리전을 걸었어요. 블루사이드일 때 타릭을 골라서 이기고, 그러면 상대가 블루사이드일 때 타릭을 가져갈 테니 소나로 게임을 끝내버리자는 계획이었죠. WE의 '벤' 선수가 타릭을 꽤 선호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안 고르더라고요...


TSM 쪽에서는 준비했던 전략이나 카드가 혹시 없었나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음... 이 전략으로 C9과 연습을 했었는데, 사용할 기회가 없어서 정말 아쉬웠어요. 레드사이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인데요.

'레퍼드' 복한규 : 아, 그거. 기억나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레드 1-2-3픽이 구체적으로 정확히 선택돼야 해요. 바루스에 잔나 혹은 룰루를 뽑고, 3픽에 이즈리얼을 골라야 해요. 첫 버프 출현 타이밍에 미드-정글-봇 듀오가 함께 상대 레드 지역으로 인베이드를 가요. 상대가 1레벨이 적당히 강하면 보통 막아보려고 해요. 하지만, 우리 조합이 1레벨에 너무 강해서 무조건 상대를 2차 타워까지 몰아낼 수 있어요.

이렇게 밀어내는 동안 바루스 아니면 서포터가 상대 돌거북 앞 부시로 가서 대기를 해요. 그러면 상대 첫 미니어 웨이브가 오는데, 이걸 몸으로 맞으면서 프리징을 해요. 상대 봇 듀오가 무조건 프리징을 막으러 와야 하는데, 레드 버프를 획득한 이즈리얼이 뒤통수에 나오면 난리가 나는 거죠. 제 기억으로는 이 전략을 사용해서 진 적이 없었어요.


이즈리얼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토너먼트 때부터는 진짜 나오던 정글만 나오는 거 같아요. 특히, 세주아니는 너무 강하던데요. 정글 롤드컵 스킨으로 세주아니는 거의 확정인 것 같아요.

'캡틴잭' 강형우 : 세주아니가 정말 너무 압도적이에요. 탱킹력이 다른 정글러의 2인분을 해버리니.

'레퍼드' 복한규 : 세주아니는 너무 쿨한 게, 상대 5명이 부시 안에 있을 게 뻔해도 패시브를 믿고 그냥 페이스 체크를 해요. 어떤 정글러가 이게 가능하겠어요. 한참 맞다가 Q 쓰고 나와버리고, 상대가 더 따라오면 궁쓰고 그냥 역으로 이니시에이팅을 해버려요. 말이 안 돼요.

'캡틴잭' 강형우 : 단점으로는 초반 정글링이 느린 건데, 바위게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단점도 단점 같지가 않아요. 상대가 오든 말든, 양쪽 바위게를 빠르게 먹어버리면 모든 라인이 안전해지니까요.

'레퍼드' 복한규 : 심지어 바위게 먹는 동안 체력도 회복해요. 우리 팀은 세주아니 무조건 밴했어요. 앞서 말한 것 이외에도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세주아니는 상대 미드에 정화를 강제해요. 그리고 탑과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 특히, 탑에 캐리형 챔피언을 고르고 세주아니를 더하면 그냥 끝난 거예요. 그런데 웃긴 게 상대가 캐리형 탑 챔피언을 뽑았을 때, 우리가 세주아니를 선택하면 또 박살 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니시에이팅 방식이 너무 이기적이에요. 다른 챔피언들은 다 들어가서 이니시에이팅을 하는데, 세주아니는 그냥 멀리서 던지면 그만이니까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양 팀이 세주아니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용하는지가 이번 결승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에요.


이번에는 갈리오 얘기를 좀 해보죠. '페이커'가 4강에서 5연 갈리오를 했잖아요. 이번에는 갈리오를 두고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까요?

'캡틴잭' 강형우 : RNG가 갈리오를 풀어준 것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페이커'가 갈리오를 하는 게 그나마 낫다고 판단했을 거예요. 다른 캐리 챔피언을 하는 게 더 골치가 아팠던 거죠. 실제로 RNG는 갈리오를 열어주고 앞쪽 두 세트를 이겼잖아요. RNG는 준비 자체를 갈리오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했을 거예요. 그렇게 수십 판을 연습했는데 갑자기 갈리오를 닫는다? 오히려 엄청난 혼선이 올걸요.



잠깐 번외로 삼성과 롱주의 8강 3연 세주아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레퍼드' 복한규 : 롱주랑 삼성의 경기는 '칸' 김동하가 캐리 챔피언을 쓰는데 세주아니에 대한 경계가 너무 없었어요. 말했듯이 탑 캐리 챔피언은 세주아니에 약해요. 당시 롱주는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도 돼'라는 느낌이었어요. 다 괜찮은데, 세주아니를 너무 우습게 봤어요. 세주아니만 밴해도 많이 바뀌었을 거예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롱주 삼성 경기는 이것저것 너무 할 말이 많기는 한 것 같아요.


다시 갈리오 얘기로 돌아가 보죠.

'캡틴잭' 강형우 : 결승 때는 밴이 나올 확률이 제일 높을 것 같아요.

'레퍼드' 복한규 : 저는 삼성에서 한 번 열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저도 삼성이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레퍼드' 복한규 : 어찌 됐건 삼성이 말자하라는 카드를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팀이 떨어지면서 아쉬웠던 게 말자하 연습을 안 했던 거였어요. 시간이 없었죠.

'캡틴잭' 강형우 : 아, 이지훈 선수가 갈리오 상대로 말자하를 많이 연습했었어요. 보면서 느낀 게, 대부분의 미드 챔피언들은 아이템이 웬만큼 떠도 갈리오를 못 잡는데, 말자하는 비교적 잘 녹여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삼성이 갈리오를 자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SKT가 '크라운' 선수를 밴픽으로 견제할 것인가예요. '크라운' 선수가 현재 폼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뭔가 특별한 픽을 할 거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거든요. 고를 픽이 한정적일 거란 말이에요. SKT가 밴픽으로 '크라운' 선수를 견제하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SKT는 전통적으로 밴픽에 있어서 미드 자존심이 엄청 강한 팀이에요. 그래서 그냥 '크라운' 선수가 선택하고 싶은 대로 나둘 수도 있어요. SKT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네요.

'레퍼드' 복한규 : 저는 '페이커'가 '크라운'한테 탈리야를 주고 피즈를 선택하는 전략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페이커'가 피즈를 잘 사용하기도 하고, 피즈가 탈리야를 상대로 압박을 줄 수 있는 챔피언이기는 한데, 확실히 불안정한 픽이기는 해요. 삼성 상대로는 특히 안 좋을 것 같아요.


현재는 미드 싸움에서 '페이커'가 유리하다는데 이견이 없잖아요. 삼성이 미드를 좀 유리하게 가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캡틴잭' 강형우 : 미드에서 풀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레퍼드' 복한규 : 만약에 미드에서 풀고 싶으면... 레드사이드에서는 가능할지도 몰라요. 두 번째 밴 페이즈에서 오리아나를 밴하고, 선픽으로 신드라를 가져가는 거에요. 그러면 상대가 할 만한 게 코르키 정도인데, 이건 삼성 쪽으로 편안한 구도 같아요. 코르키가 신드라 상대로 좋은 게 사거리 우위와 버티기가 괜찮아서지, 라인전 자체가 편안 건 아니라서요. 만약에 삼성이 능동적인 게임을 하고 싶다면 이런 식의 밴픽을 할 수도 있다는 거죠.


'크라운' 선수가 이번 롤드컵에서 폼이 안 좋다 보니, 신드라 사용했을 때 딱히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어요. 괜찮을까요?

'레퍼드' 복한규 :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 : 결승전 구도가 한 라인을 후벼 파는 것보다는 5:5 힘 싸움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SKT 입장에서는 삼성 상대로 현재 미드 말고는 딱히 힘을 줄 만한 라인이 없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SKT가 미드에 힘을 주려고 해도 미드 매치업은 이미 다 나온 상태라 특별히 변수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물론, '페이커'가 정말 이상한 챔피언을 가지고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네요. '페이커'니까.

'레퍼드' 복한규 : 아, 삼성이 '크라운'을 중심으로 게임을 빠르게 터트릴 방법이 하나 있을 것 같아요. 바루스나 케이틀린을 원거리 딜러로 뽑고, 아우렐리온 솔을 더해주면 진짜 좋아요. 아우렐리온 솔이 라인전에서만 5:5를 갈 수 있으면, 이 조합으로 게임 터트릴 수 있어요. 중반에는 특히 강력하고요.

아우렐리온 솔은 카운터도 없어요. 무조건 뒤에 뽑아야 하니까요(웃음). 롤드컵 메타에서는 상대가 탈리야-라이즈-코르키 정도를 뽑는다면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갈리오 상대로는 별로예요. 아우렐리온 솔이 푸시력에서 이득을 볼 부분도 크지 않고, 아무리 때려도 갈리오 체력이 깎이지도 않아요.

그리고 이건 아까 신드라 얘기인데, '크라운' 선수가 신드라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절대 '페이커'한테 오리아나를 내주면 안 돼요. 오리아나만큼 무난히 후반으로 갔을 때 좋은 챔피언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친구를 '페이커'가 잡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죠.



이제는 봇으로 화제를 바꿔보죠. 바루스가 조금 궁금한데요. 삼성은 바루스를 애용하지만, SKT는 그렇지 않죠. 무슨 이유일까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바루스가 후반 캐리도 가능한 챔피언이기는 한데, 코그모나 트위치에 비교하면 당연히 약하죠. 그래서 하이퍼 원거리 딜러를 선호하는 SKT가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레퍼드' 복한규 : 현재 메타에서 가장 좋은 선픽 카드 중 하나에요. 후반 캐리력이 조금은 부족해도 그 전 과정에서 다 좋아요. 탈리야 같은 챔피언이 있다면 중반 과정에서 변수를 만들기에도 좋죠. 삼성이 이미 경기로 많이 보여줬잖아요.

'캡틴잭' 강형우 : 삼성은 안정감을 선호하는 팀이잖아요. 조합의 CC 개수를 엄청 신경 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바루스는 CC가 많은 챔피언이라 삼성의 입맛에 제대로죠.


이번 롤드컵에서 SKT 봇 듀오의 라인전이 예전만큼 강하진 않았잖아요. 삼성이 이 부분을 파고들 수는 없을까요?

'레퍼드' 복한규 : 지금 메타에서 단순 2:2 싸움으로 한 쪽이 압도하기 되게 힘들어요.

'캡틴잭' 강형우 : 다른 라인이 봇에 투자를 해줘야 가능해요.

'레퍼드' 복한규 : SKT가 선픽으로 코그모나 트위치를 뽑으면 가능은 한데,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SKT 봇 듀오가 정말 기량이 확 떨어졌다 이런 게 아니라서요. 실수가 잦아져서 불안정한 것이죠.


결승에도 비향로 서포터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SKT 입장에서 보면, 블리츠크랭크는 실패 경험도 있어서 웬만하면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레오나도 승리를 하기는 했는데, 경기 내적으로 보면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아서 가능성을 크게 두고 싶지는 않네요.

제가 삼성의 '코어장전' 조용인 선수와 친해서 조금 아는데, 공격적인 걸 정말 좋아해요. 블리츠크랭크, 쓰레쉬, 알리스타 웬만한 건 다요. 하지만, 삼성 코치진이 못하게 할 거예요. 결국, 양쪽 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죠.

'레퍼드' 복한규 : 나는 '코어장전' 선수 스스로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향로는 실수를 한 번만 해도 망해요. 그런 애들보다는 타릭에 비중을 둘걸요.



OP 챔피언도 조금 궁금한데요. 자야-라칸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 거죠?

'캡틴잭' 강형우 : 정말 1티어죠.

'레퍼드' 복한규 : 1티어로 부족해요. 갓 티어에요. 삼성이 자야-라칸을 한 번 열었잖아요. 그 판에 '룰러' 박재혁이 트리스타나를 했단 말이에요. 트리스타나가 이론적으로는 '라칸'의 W스킬을 다 무력화할 수 있어요. 또, 후반에는 트리스타나가 자야보다 더 좋고요. 그런데, 자야-라칸이 후반이 오기 전까지 너무 세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캡틴잭' 강형우 : 조금 다른 얘기인데, 라칸의 점멸-궁극기-W는 보고 피하는 게 불가능해서 진짜 위협적이에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그런데, 롱주랑 연습 경기를 했을 때 '프레이' 김종인 선수가 너무 잘 피하더라고요. 이것 때문에 TSM 내부에서 크게 논란이 됐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피하는 것인가'라는(웃음). 결국, 우리끼리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어요.

'레퍼드' 복한규 : 우리 쪽에서는 못 맞추는 사람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우리는 너무 궁금해서 '프레이' 선수한테 직접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프레이' 선수가 "라칸의 눈빛에서 느낌이 왔다"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캡틴잭' 강형우 : 그렇죠. 예상한 거 아니면 피할 수가 없어요.

'레퍼드' 복한규 : 상대가 예상할 수 있게 만든, 서포터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살짝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는데 다시 봇 OP 얘기로 돌아와서, 칼리스타는 어떻게 한 번을 못 나오는 거죠?

'캡틴잭' 강형우 : 라인전이 정말 세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밴이 됐으면 칼리스타에 익숙한 팀이 거의 없을 테니 풀어 볼 만도 한데...

'러스트보이' 함장식 : 스크림에서 몇 팀이 칼리스타를 풀기는 했어요. 그런데, 느끼는 게 있었으니 아직 대회에서 한 번도 안 풀었겠죠.

'레퍼드' 복한규 : 칼리스타가 플레이메이커인데, 향로랑도 잘 맞아서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약한 타이밍이 있었는데, 지금은 약한 타이밍도 없어요. 루난의 허리케인을 첫 코어 아이템으로 가도 데미지가 잘 나오니까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칼리스타는 한 방에 확정 CC로 죽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힘들어요.


'캡틴잭' 코치님 말처럼 연습이 안 되어 있지는 않을까요?

'레퍼드' 복한규 : 연습이 안 돼도 할 수 있는 챔피언이에요. 그동안 너무 많이 나와서 다들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죠. 요새 솔로 랭크에서도 조금은 해봤을 거예요.



이제 탑 얘기를 해볼게요. 기억에 남는 챔피언이 케넨인데, 정말 애매한 것 같더라고요.

'레퍼드' 복한규 : 나르 상대 한정으로는 괜찮은 것 같아요.


삼성은 쉔 상대로도 뽑더라고요.

'레퍼드' 복한규 : 쉔 상대로도 뽑을 수는 있죠. 하지만, 그렇게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쉔 상대로는 신지드가 진짜 최고예요. 질 수가 없어요. 공짜로 이긴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신지드는 가지고 있는 강점을 모두 발휘할 수 있고, 반대로 쉔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캡틴잭' 강형우 : '임팩트'가 신지드를 너무 잘해서 그런 건 아닐까? 삼성-SKT가 신지드를 걱정해서 쉔을 안 뽑지는 않을 것 같은데.


신지드 같이 탑 깜짝 픽으로 나올 만한 게 있을까요?

'캡틴잭' 강형우 : '페이커' 말고는 특별히 깜짝 픽을 뽑지 않을 것 같아요.

'레퍼드' 복한규 : SKT가 이번 롤드컵에서 럼블을 안 썼는데, 결승에서는 쓸지도 모를 것 같아요. '후니' 선수가 럼블을 진짜 잘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후니' 선수가 NA LCS 있었을 때, '후니' 선수 저격으로 럼블 밴이 많이 나왔거든요.

럼블-제이스 조합이 정말 좋은데, SKT는 '페이커'가 제이스를 잘 쓰잖아요. 럼블-제이스 조합은 지금 메타에서 막기 진짜 힘들어요. 하지만, 럼블 혼자는 별로예요. 미드까지 주도권이 있고, AD-AP 밸런스가 잘 맞을 때 럼블이 좋아요. 제이스와 루시안이 그래서 가장 잘 어울려요.

그리고 한 가지 약을 팔면 야스오-세주아니 조합이 나르 상대로 정말 강합니다. 야스오와 나르 1:1 구도는 나르도 할 만한데, 세주아니까지 나오면 답이 없어져요.


함정 카드는 없나요? 요새는 초가스 인기가 좀 식은 느낌인데요.

'레퍼드' 복한규 : 두 팀 모두 초가스는 가져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초가스는 특정팀을 상대했을 때 함정 카드가 될 수 있어요. 삼성과 SKT는 모두 그 특정 팀이에요.

탑 라이너의 챔피언 폭이 넓어서예요. '큐베'와 '후니' 모두 나르, 트런들, 쉔까지 정말 잘 쓰잖아요. 초가스는 잘 버텨서 나중에 괴물이 되는 녀석이에요. 탱킹력, 데미지, CC 폭탄. 그런데, SKT와 삼성은 초중반에 초가스를 가지고 놀 확률이 높아요.

'캡틴잭' 강형우 : 초가스는 마오카이 같은 수동적인 탱커들을 상대로 했을 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상대 나르, 트런들, 쉔의 숙련도가 높지 못하다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면에서 탱커 위주인 중국 탑 라이너들이 한계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레퍼드' 복한규 : 우리팀도 탱커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여러 가지로 다양성을 넓히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탑 라이너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탑 친구들한테 요구 사항이 많아요. 자원은 조금 들이지만, 좋은 결과를 바라요(웃음). 그런 면에서 (정)언영이는 정말 대단한 탑 라이너에요.



또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갔지만, 다시 결승에 집중해보죠. 두 팀은 식스맨 활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팀이잖아요. 먼저 SKT 식스맨 얘기부터 해보죠.

'캡틴잭' 강형우 : 가장 최근 경기에서는 '피넛'이 좋기는 했는데...

'러스트보이' 함장식 : 4강전을 보고 나니 전혀 예측할 수가 없네요.

'캡틴잭' 강형우 : 확실한 건 한 선수가 두 판 지면 다른 선수가 나오겠죠.


지금은 두 선수가 경기력이든, 스타일이든 거의 차이가 없긴 하죠. 이런 경우에도 식스맨이 의미가 있을까요?

'레퍼드' 복한규 : 실력, 챔피언 폭, 스타일이 모두 비슷해도 식스맨은 잘 활용만 한다면 의미가 있어요. 식스맨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분위기 전환이거든요. 새로운 선수가 교체로 들어왔을 때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게 분명히 있어요.

'캡틴잭' 강형우 : 그렇죠. 분위기 전환의 의미가 강하죠.

'레퍼드' 복한규 : 그리고 제 3자의 눈에서 객관적으로 경기를 보고 들어간다는 점도 중요해요. 누구보다 제대로 팀에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거죠.

'러스트보이' 함장식 : 바꿀 때 많이 이기니까 확실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캡틴잭' 강형우 : 사실 선수들이 책임감이 없으면, 식스맨도 역효과가 나기도 해요. '쟤가 나가서 이겨주겠지'라는 생각이 역효과 중 하나죠. 하지만, 성적과 프로 생활에 욕심이 있으면 서로 교류도 많이 할 거고, 여러 가지로 시너지가 나요. 또 식스맨이 효과를 보려면, 코치진이 동기 부여를 잘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SKT 코치진은 그런 면에서 의문의 여지 없이 뛰어나죠.


'하루' 강민승 선수가 나온다면 역시 이즈리얼 정글이 핵심이 될 텐데 어떨 것 같나요?

'레퍼드' 복한규 : '하루' 선수가 나올 수는 있죠. 이즈리얼 정글이 4레벨까지 정말 계획을 세세하게 짜서 이득을 봐야 좋아요. 후반에도 나쁜 건 아닌데, 중반에 탱커들이 그냥 들이밀어 버리는 타이밍에 매우 취약해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저는 오히려 SKT가 이즈리얼 정글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이즈리얼 정글이 갈리오와 시너지가 정말 좋아요. 이걸 SKT가 모를 리가 없을 거예요. 4강전에서 '피넛' 선수가 교체 출전했을 때, RNG가 이즈리얼을 밴하기도 했잖아요. 여러 가지 정황상 SKT도 충분히 이즈리얼을 사용할 수 있어요.



정말 긴 시간 이야기를 했네요.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인데요. 스코어를 한번 예상해볼까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삼성 3:1이요. SKT로 바꾸라고 강제한다면 3:0이요.

'레퍼드' 복한규 : 나도 SKT에 걸면 3:0이에요. SKT가 정말 제대로 세게 가보자해서 빠른 템포로 경기를 하면 압박감이 장난 아닐 수도 있어요. 삼성을 정신 못 차리게 하면 후다닥 3:0으로 끝날 거 같네요. 삼성이 빠른 템포로 SKT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상상은 잘 안 가서 삼성 승리는 박빙의 3:2고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페이커'가 인터뷰에서 결승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고 싶다고 했어요. 이게 복선일지도 몰라요(웃음).

'캡틴잭' 강형우 : 저는 SKT 3:1에 걸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결승전이 남기는 하지만 이번 롤드컵 총평이 듣고 싶네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이번 롤드컵에서도 여전히 한국은 강세였어요. 하지만, 경기력 자체에서는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북미는 여전히 못 했지만요. 격차는 앞으로 계속 줄어들 거라 예상합니다.

'레퍼드' 복한규 : 해외팀들이 다들 본인들의 색깔을 고수했어요. 그 때문에 격차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는 롤드컵 기간만 되면, LCK를 따라 하려고 했었는데 결과가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모두 생각을 바꾼 것 같아요. '어차피 LCK 따라서 똑같이 하면 진다'라고요. 내년에도 본인들의 색깔을 지키면서, 경기력을 발전해 나간다면 한국에 한 방 먹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번 롤드컵은 정말 재밌었어요.

'러스트보이' 함장식 : 2017년은 본인들의 색깔을 지키는 게 먹힌다는 걸 확인했다는 데에서 정말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캡틴잭' 강형우 : 이미 앞쪽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서...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게요. 불타는 향로처럼 너무 과한 부분은 롤드컵 직전에 수정을 하고 들어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롤드컵마다 늘 이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수정 없이 그냥 대회를 속행하는 게 달갑지는 않네요.

'레퍼드' 복한규 : 많은 서포터들이 플레이메이커로 올라왔는데, 롤드컵에서는 그냥 지원형을 해야 해서 아쉬웠죠.

'러스트보이' 함장식 : 불타는 향로를 싫어하는 서포터가 정말 많았죠. 다양성을 존중하는 패치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