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며 즐거움을 얻는다. 스타 플레이어의 화려한 플레이에 찬사를 보내고, 한 치 물러섬 없는 팽팽한 대결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낀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역전승이 나올 때면 둘도 없는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 관람에서 그 무엇보다 즐거운 건 내가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수많은 고생과 노력 끝에 영광을 쟁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아닐까.


지난 4일, SKT T1과 삼성 갤럭시의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무대가 막을 내렸다. 많은 LoL 팬들이 팽팽한 승부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삼성 갤럭시의 3:0 승리였다. 지구상 모든 스포츠 경기에 특별하지 않은 우승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의 롤드컵 우승은 더없이 특별했다.

삼성 갤럭시의 행보를 지켜본 LoL 팬이라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삼성 갤럭시의 탑을 지키며 이젠 자타공인 '세체탑' 자리에 올라선 '큐베' 이성진, 부진을 딛고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낸 1세대 LoL 프로게이머 '앰비션' 강찬용, 수천 시간의 연습으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크라운' 이민호, 원딜에서 완성형 서포터로 거듭난 '코어장전' 조용인, 2016년 괴물 신인에서 1년 반만에 진짜 괴물이 된 '룰러' 박재혁. 그들의 만들어낸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롤드컵 우승 스토리를 살펴보자.



■ 2015년, 새롭게 태어난 삼성 갤럭시

2014년 롤드컵 이후 삼성 화이트와 자매팀 삼성 블루의 모든 선수, 연습생, 코칭스태프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삼성 갤럭시는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창단 멤버는 베테랑 '큐베' 이성진, '이브' 서준철, '블리스' 박종원, '퓨리' 이진용, '레이스' 권지민으로, 2015년 2월에 '에이스' 김지훈이 서브 미드라이너로 합류했다. 프로 무대 경험이 있던 봇 듀오와 달리 탑-정글-미드를 담당했던 '큐베'와 '이브', '블리스', '에이스'는 완전한 아마추어였다.


그리고 2015 LCK 스프링 시즌이 시작됐다. 전면 리빌딩에도 불구하고 프리 시즌에서 kt 롤스터와 IM, 나진 e엠파이어 등의 팀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기존 팬들의 기대를 끌어모은 삼성 갤럭시였다. 하지만,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민 첫 LCK 무대의 결과는 비참했다. 2승 12패, 8팀 중 8위를 기록하며 2015 LCK 서머 시즌 승격강등전으로 향했다.

삼성 갤럭시는 승격강등전에서 만난 프라임 클랜과 제닉스를 상대로 2:0 완승을 하며 LCK 잔류엔 성공했지만, 다음 시즌에도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2015년 5월 브라질 리그에서 있던 '크라운' 이민호와 '루나' 장경호를 영입해 서머 시즌 경기에 투입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6승 12패, 최종 7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번 시즌보다는 조금 나아진 경기력이었다.



■ 2016년, 두 번의 변화로 단단해지다

두 번의 LCK 시즌을 마친 삼성 갤럭시는 2015년 말 또다시 대규모 로스터 변경을 했다. '에이스', '블리스', '이브', '퓨리', '루나'를 떠나보내고 팀의 기둥으로 정글러로 포지션 변경 후 애매한 위치에 있던 CJ 엔투스의 '앰비션'을 필두로 '코어장전', '헬퍼' 권영재와 '스티치' 이승주를 영입했다.


2016 LCK 스프링 시즌에서 삼성 갤럭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베테랑 '앰비션'의 출전으로 경기에서 우왕좌왕하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고, 삼성 갤럭시 특유의 단단한 운영이 기틀을 잡아갔다. 지난 1년간 탑을 지켜온 '큐베'와 끊임없이 연습을 이어온 '크라운'의 기량이 올라온 것도 눈에 띄었다. 비록 SKT T1이나 kt 롤스터, 락스 타이거즈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는 힘든 경기를 이어갔지만, 정규 시즌 10승 8패로 최종 6위의 성적을 받았다.

그리고 5월, 삼성 갤럭시는 다시 한번 변화를 맞이했다. 최우범 감독이 LCK 챌린저스에서 맹활약하던 원딜 '룰러'를 영입하고, 기존 원딜이었던 '코어장전'의 포지션 변경을 이끌었다. 이를 수락하며 서포터가 된 '코어장전'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레이스'와의 호흡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레이스'와 경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작된 2016 LCK 서머 시즌, 삼성 갤럭시는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첫 경기에서 만난 강호 락스 타이거즈를 2:0으로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고, 이어진 아프리카 프릭스, MVP,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경기에서도 연달아 2:0 승리를 거뒀다. ‘룰러’는 신인답지 않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고, '앰비션'의 지휘 아래 삼성 갤럭시는 더욱 견고해졌다. 다만 ‘코어장전’은 정규 시즌 동안 단 3세트에만 출전하여 전패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기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결국 삼성 갤럭시는 2016 LCK 서머 시즌에서 12승 6패, 최종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작년 승강전을 치렀던 팀에서 1년 만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것이다. 1차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제압한 삼성 갤럭시였지만, 2차전 상대는 kt 롤스터였다. 삼성 갤럭시는 2015년부터 약 2년간 kt 롤스터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승리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상성을 가지고 있었다.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kt 롤스터의 승리, 세트스코어는 3:0으로 kt 롤스터의 무패행진이 이어졌다.



■ 1년 반의 예고편을 마친 드라마 '삼성 갤럭시', 본편 시작

두 번의 LCK 시즌이 종료된 후, 2016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이 시작됐다. 챔피언쉽 포인트 3위를 기록한 삼성 갤럭시는 2차전에서 진에어 그린윙스를 꺾고 올라온 아프리카 프릭스를 만났다.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2:0 승리를 거뒀던 삼성 갤럭시였기에 충분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리라' 남태유 리 신의 맹활약에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이어진 2세트, 삼성 갤럭시의 서포터로 '레이스' 대신 '코어장전'이 출전했다.


정규 시즌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코어장전'이었기에 교체 출전에 의문이 남았다. 그러나 '코어장전'은 2, 3세트 연달아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삼성 갤럭시의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각각 '큐베'와 '앰비션'의 하드 캐리에 가려져 플레이가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시작된 4세트. '코어장전'은 바드로 완벽한 스킬 활용을 뽐내며 판을 마음대로 주물렀고, 승리의 주역이 되며 본인의 출전 의미를 증명했다.

삼성 갤럭시의 2016 롤드컵 진출까지 단 한 경기만 남은 상황, 상대는 절대상성의 kt 롤스터였다. 삼성 갤럭시의 선발 서포터는 '코어장전'이었고, 무거운 긴장감 속에 1세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코어장전'이 또다시 일을 냈다. 탐 켄치의 궁극기로 '썸데이' 김찬호의 럼블을 잡으며 선취점을 만들고, 죽어가던 '앰비션'의 그라가스를 살렸다. 이후 '코어장전'의 끝없는 활약이 이어지며 1세트는 삼성 갤럭시의 킬스코어 20:1 완승으로 종료됐다.

그러나 이어진 2, 3세트에서 kt 롤스터가 승리하며 두 팀의 상성은 깨지지 않는 듯했다. 4세트가 시작됐고, 그라가스와 니달리를 밴한 삼성 갤럭시가 스카너를 픽했다. '스코어' 고동빈에게 항상 밀리며 '인간상성' 이야기까지 나왔던 '앰비션'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오랜만에 스카너를 상대하게 된 ‘스코어’가 평소와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사이 '앰비션'은 종횡무진 활약했다. 15분경 나온 '스코어'를 향한 '앰비션'의 점멸-꿰뚫기는 그동안의 한을 푸는 듯이 날카로웠다.

▲ 삼성 갤럭시의 기세를 올린 '앰비션'의 날카로운 점멸-꿰뚫기.

결국 4세트에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2:2를 만든 삼성 갤럭시였다. 그리고 5세트에서 삼성 갤럭시의 연습과 노력이 빛을 발했다. '큐베'와 '크라운'은 라인전부터 CS를 벌렸고, '앰비션'과 봇 듀오의 호흡은 완벽했다. 치열한 대결 중 중반부터 삼성 갤럭시가 우세를 보이며 조금씩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Kt 롤스터가 몇차례 반격을 시도했지만, 삼성 갤럭시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결국, 5세트를 승리로 마무리한 삼성 갤럭시의 선수들은 생애 첫 롤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 승승장구를 이어간 삼성 갤럭시, SKT T1을 만나다

첫 롤드컵 무대에 도전한 삼성 갤럭시였지만 경기에서 긴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RNG와 TSM, 스플라이스와 그룹 스테이지 D조에 속한 삼성 갤럭시는 2일 차 경기에서 TSM에게 당한 1패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5승 1패, 최종 1위의 성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그룹 스테이지 종료 후 추첨을 통해 결정된 8강부터 결승까지의 대진도 삼성 갤럭시의 편이었다. 반대쪽 조에서 한-중 대결이 펼쳐질 동안 삼성 갤럭시는 C9과 H2k, ANX와 같은 조가 됐다. 둘도 없는 기회를 잡은 삼성 갤럭시가 롤드컵 우승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삼성 갤럭시는 그룹 스테이지보다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C9과 H2k를 3:0으로 격파하며 LCK 결승전보다 롤드컵 결승전을 먼저 치르게 됐다.

결승전 상대는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롤드컵 우승을 꿈꾸는 SKT T1이었다. 대부분의 LoL 팬들은 SKT T1의 승리를 점쳤고, 실제로 SKT T1이 1, 2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며 팬들의 예측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어진 3세트마저 SKT T1이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며 2016 롤드컵 결승전은 세트스코어 3:0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의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글로벌 골드가 9,000골드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룰러'가 각성했다. 이즈리얼로 1:3의 상황에서 ‘페이커’의 오리아나에게 앞 비전 점멸을 시도해 킬을 올렸다. 삼성 갤럭시가 그대로 바론을 획득했고, 차이를 급격히 좁히며 SKT T1을 압박했다. 결국, 70분이 넘어가는 혈투 끝에 삼성 갤럭시가 승리했다.

SKT T1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든 삼성 갤럭시가 4세트까지 승리했다. 경기 중반 '블랭크' 강선구의 자크가 무리한 진입을 시도했다가 수호천사가 빠졌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SKT T1의 챔피언들이 몰려왔다. 이때 스플릿 푸시를 하던 '큐베'의 케넨이 순간이동을 사용해 SKT T1의 퇴로에 등장하며 3킬과 함께 바론을 쓸어 담았다. 이후 우위를 점한 삼성 갤럭시 특유의 운영이 시작되며 45분만에 SKT T1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롤드컵 결승전, '패패승승', '승승패패', 2:2의 세트스코어.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 LoL 팬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5세트가 시작됐다. 서로 한 대씩 주고받는 팽팽한 대결이 한없이 이어졌다. 신인의 패기였을까, 단순한 실수였을까. 36분의 균형을 깬 것은 '룰러'의 움직임이었다. '룰러'의 무리한 앞무빙으로 SKT T1은 '코어장전'의 탐 켄치와 바론, 장로 드래곤을 챙겼다. 이후 무난하게 차이를 벌린 SKT T1이 5세트의 승자가 되며 삼성 갤럭시는 2016 롤드컵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 너무나 유명한 '룰러'의 '요우무 돌진' 장면. 기회를 놓치지 않은 SKT T1이 차이를 벌렸다.



■ 롤드컵 결승전보다 높았던 LCK 결승전의 벽

롤드컵 무대에서 선보인 경기력으로 삼성 갤럭시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하루' 강민승까지 영입해 전력을 보강한 삼성 갤럭시는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2017 LCK 스프링 시즌에서 kt 롤스터와 SKT T1을 상대로 1승 1패를 거뒀고, 최종 성적은 14승 4패로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했다. 부진을 겪은 '앰비션' 대신 주전으로 출전한 '하루'는 30세트의 경기를 23승 7패의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어진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갤럭시는 숙적 kt 롤스터를 만났다. 작년 롤드컵 한국대표 선발전에서의 승리와 2017 LCK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의 1승 1패로 두 팀의 상성 관계는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kt 롤스터의 3:0 승리였다. 삼성 갤럭시는 1, 2세트에서 주전 멤버가 패하자 3세트에서 '앰비션', '스티치', '레이스'를 출전시켰지만 kt 롤스터를 꺾을 수는 없었다.


2017 LCK 서머 시즌에서도 삼성 갤럭시는 강팀의 면모를 이어갔다. 시즌 후반 '하루'와 '크라운'의 부진이 눈에 띄었지만, 최종 성적은 13승 5패였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갤럭시의 발목을 잡은 건 SKT T1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1, 2세트를 내리 캐리하며 삼성 갤럭시에 패배를 안겼고, 지난 플레이오프와 같이 3세트에 출전한 '앰비션', '스티치', '레이스'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며 3:0으로 패배했다.

이와 같이 작년 롤드컵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삼성 갤럭시였지만 kt 롤스터와 SKT T1라는 벽에 가로막히며 올해 롤드컵은 진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2017 LCK 스프링 포스트시즌 3위, 서머 포스트시즌 4위를 기록한 삼성 갤럭시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챔피언십 포인트 3위를 기록하며 두 번의 한국대표 선발전을 치르게 됐다.



■ 특급 소방수 '앰비션'의 활약과 영원한 숙적 kt 롤스터

2017 롤드컵 한국대표 선발전이 시작됐고, 삼성 갤럭시의 1차전 상대는 작년과 같이 아프리카 프릭스였다. 작년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3:1로 꺾은 삼성 갤럭시였지만 2017년의 아프리카 프릭스는 전면 리빌딩으로 모든 선수가 교체된 상황이었다. 삼성 갤럭시는 결국 1, 2세트를 내주며 2017 롤드컵 진출 실패의 위기에 봉착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것은 '앰비션'이었다. '하루' 대신 출전한 3세트에서 자크로 존재감을 뽐내며 아프리카 프릭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4세트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카직스로 30초에 달하는 잠복 끝에 '쿠로' 이서행의 탈리야를 솔로 킬 내며 삼성 갤럭시의 승리를 이끌었다. 운명의 5세트에서 삼성 갤럭시가 본인들의 색깔을 되찾았다. 다수의 킬 없이도 충분한 차이를 벌렸고, 철저한 운영으로 단 한 번의 추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 갤럭시가 세트스코어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 끈질긴 잠복으로 '쿠로'의 탈리야를 잡아낸 '앰비션'의 카직스.

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만 만날까. 힘겹게 아프리카 프릭스를 넘어온 삼성 갤럭시의 앞에는 언제나처럼 kt 롤스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롤드컵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9전 전패의 상성을 깨고 극적 승리를 거둔 삼성 갤럭시였지만 kt 롤스터와의 상대전적은 여전히 최악이었다.

양 팀은 1세트부터 혼을 다해 싸웠다. 경기 중반 kt 롤스터가 우세를 보였으나 삼성 갤럭시가 마법 같은 한타를 펼쳐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승부는 쉽게 갈리지 않았고, 양 팀 글로벌 골드의 합은 20만을 넘어갔다. 한 번의 한타가 승패를 결정하는 상황, 승리의 여신은 삼성 갤럭시의 편이었다. 59분경 바론 앞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삼성 갤럭시가 대승을 거두고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세트는 삼성 갤럭시 봇 듀오의 완벽한 승리였다. '룰러'와 '코어장전'의 완벽한 호흡이 '스코어' 그라가스의 날카로운 봇 갱킹을 무위로 돌리고 역으로 3킬을 올렸다. 우위를 점한 삼성 갤럭시가 자주 그래왔듯이 차이를 굳히며 무난하게 승리했다.

3세트에서 삼성 갤럭시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37분 만에 모든 억제기가 파괴될 정도로 열세를 맞이했다. 하지만, kt 롤스터의 창은 끝내 삼성 갤럭시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삼성 갤럭시의 견고한 수비로 경기가 이어지며 1세트와 같이 글로벌 골드의 합은 20만을 돌파했다. 마지막 전투에서 웃은 삼성 갤럭시가 58분 만에 kt 롤스터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삼성 갤럭시가 2년 연속 롤드컵 무대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 삼성 갤럭시를 또다시 롤드컵으로 보낸 3세트의 마지막 한타.




■ 드라마 '삼성 갤럭시' 종영, 그 결말은...

두 번째 롤드컵 진출을 달성한 삼성 갤럭시는 RNG, G2 e스포츠, 1907 페네르바체와 함께 그룹 스테이지 C조에 속했다. 그리고 많은 팬은 LCK 팀들의 조 1위를 기대했다. 그래야 2015년 롤드컵처럼 8강에서 한국 vs 한국 대진이 연출되는 비극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A조와 B조에서 1위를 달성한 SKT T1, 롱주 게이밍과 달리 삼성 갤럭시는 크게 흔들렸다. 불안한 경기력으로 작년 롤드컵에서 2승을 거뒀던 RNG에게 2패를 당하며 조 2위의 성적으로 그룹 스테이지를 마무리했다. 팬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설상가상으로 2017 LCK 서머 시즌부터 물오른 기량을 보이던 롱주 게이밍을 8강 상대로 만나게 됐다.

공격의 정석 롱주 게이밍과 수비의 정석 삼성 갤럭시의 만남에 대다수의 LoL 팬들은 롱주 게이밍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3:0, 불과 5개월 전 리빌딩을 마친 롱주 게이밍은 삼성 갤럭시의 노련함에 무릎 꿇었다. 밴픽 단계부터 우위를 보인 삼성 갤럭시는 1세트부터 특유의 단단함을 보였고, 2세트에서는 속도까지 올렸다. 3세트에서 완승을 한 삼성 갤럭시의 챔피언 초상화는 하나같이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 삼성 갤럭시의 2017 롤드컵 8강 3세트, 짜 맞춘 듯한 챔피언 초상화의 푸른 빛.

이어진 4강에서 삼성 갤럭시는 WE를 만났다. 자야-라칸 조합을 허용하며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삼성 갤럭시였지만, 2세트부터 WE는 삼성 갤럭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개인 기량도 충분히 뛰어났지만, 삼성 갤럭시라는 이름 아래 펼쳐 보인 플레이는 그 합을 훨씬 웃돌았다. 삼성 갤럭시의 모든 선수는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명언이 사실임을 보여줬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롤드컵 결승 무대를 맞이한 삼성 갤럭시의 드라마는 최종화를 맞이했다. 그리고 신원 미상의 연출가는 드라마의 극적 연출에 힘썼다. 삼성 갤럭시의 2년 연속 롤드컵 결승 진출에 2년 연속 결승전 상대로 SKT T1을 만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여느 스포츠와 같이 그들의 드라마에 작가는 없었다.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결말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삼성 갤럭시의 몫이었다.

이 승부의 결과에 대해 많은 말이 필요할까. 3:0, 삼성 갤럭시의 완승. 올해 롤드컵에서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였던 SKT T1과 달리 삼성 갤럭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졌다. 삼성 갤럭시 전통의 빡빡한 운영으로 1세트 완승을 따낸 후, 이어진 2세트에서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3:5 한타에서 에이스를 띄우며 승리까지 그 기세를 이어갔다. 3세트, 글로벌 골드 7,000 차이의 위기에서도 삼성 갤럭시는 침착했다. SKT T1의 공세를 끝없이 받아치며 40분 만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 드라마에 종지부를 찍은 삼성 갤럭시의 마지막 한타.

승리의 기쁨에 취한 삼성 갤럭시에게 전 세계의 LoL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선수들과 감독, 코칭스태프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경기 종료 후 이어진 승자 인터뷰에서 ‘앰비션’은 감격에 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5, 6년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선 LoL과 함께 한 지난 수년의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 삼성 갤럭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많은 팬들이 삼성 갤럭시라는 이름에 더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노력과 발전에 진실성이 담겨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승강전에서 롤드컵 우승까지 모든 순간을 삼성 갤럭시와 함께 한 '큐베'와 비시즌 휴가까지 반납하며 연습한 '크라운',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이고 기량을 키워 온 '코어장전'과 솔로 랭크 1위를 달성했던 '룰러', 그리고 이 모두를 하나로 만든 '앰비션'까지, 지난 약 2년간 삼성 갤럭시가 걸어온 길은 틀리지 않았다.

롤드컵이 끝나고 많은 선수의 계약 종료가 다가옴에 따라 삼성 갤럭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의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LoL 팬들은 드라마 ‘삼성 갤럭시 시즌 2’의 방영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물론 그들의 이야기에 작가는 없겠지만, 시청률만큼은 충분히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출처 : 라이엇게임즈 공식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