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PC방 점유율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고, 유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게임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e스포츠화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지난 2017 게임스컴에서 열린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각종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리그가 개최되고 있다.

e스포츠화의 속도가 빠른 건 굉장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방향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몇몇 부분에서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가 조금은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옵저빙이나 물리적 시설 등의 문제가 e스포츠 출범 전의 우려였다면, 모든 스포츠의 근간인 규정에 대한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와 관련된 규정을 제정하고 통제하는 집단이 명확하지 않다. 아직 리그와 관련해 명문화된 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게임사는 방송사에, 방송사는 게임사에 규정을 문의하고 있다. 심지어 정식 발매 전에 e스포츠화를 시작했기에 한국e스포츠협회도 배틀그라운드의 프로팀이나 선수에 대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규정이 없어 발생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먼저 현재 배틀그라운드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하다. 아마추어들이 스쿼드를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고, 기존 유명 플레이어라거나 좋은 성적을 내는 아마추어는 특정 기업의 제안을 받아 프로팀의 선수가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 대한 그 어떤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프로라고 자청하는 선수들도 대회마다 팀을 바꾸려 하고, 감독들 역시 책임감 있게 선수를 선발하고 팀을 꾸리기보다 수시로 선수를 영입하고 방출한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우리 팀 선수들에 대한 타 팀 감독의 템퍼링이 있었다"며 제보해온 한 프로팀의 감독은 "다른 스포츠에서 금기시 되는 템퍼링이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나 제재가 전혀 없다"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초창기이긴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행위들에 대한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여기에 대리 게임 의혹을 받는 선수의 리그 참여와 관련된 이슈도 떠올랐다. 현재 특정 선수가 타 게임에서의 대리 게임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지만, 게임사와 방송사, 해당 팀 모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오직 해당 선수의 모호한 사과문만이 게재됐을 뿐이다. 만약 해당 선수가 대리 게임 행위를 인정한다면, 리그 주최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명확한 규정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 주최 측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든 리그를 지켜보는 모든 팬을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위의 문제점들을 대표 e스포츠 종목인 LoL과 비교해보자. LoL의 국내 대표 리그인 LCK의 경우 라이엇 게임즈와 한국e스포츠협회, 방송사가 협업을 통해 리그 시즌마다 공식 규정을 제정하여 공개한다. 규정집에는 경기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팀 운영과 선수 영입, 계약 등에 대한 내용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선수들의 계약 조건이나 영입 기간,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수에 대한 패널티 등을 명시한다.


물론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이기에, 수년의 과정을 통해 쌓아 올린 LoL의 규정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최소한 리그에 참여하는 팀과 선수들을 위한 규정만큼은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관련된 모든 변수를 차단할 수는 없었더라도, 적어도 논란이 될 만한 굵직한 이슈들에 대한 대비나 해결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라는 비행기는 분명히 고공 행진 중이다. 하지만, 기장이 없다. 이 비행기가 엉뚱한 곳에 착륙하거나 추락이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 것인가. 다음 리그부터는 '시범 리그'라는 말로 문제점을 포장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라도 게임사와 방송사가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