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6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주최 하에 ‘게임산업 진흥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4차산업시대, 게임산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케이엔투자파트너스 박형택 이사, 구글 플레이 민경환 총괄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패널과 함께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 박형택 이사 - 게임산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케이엔투자파트너스 박형택 이사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박형택 이사는 '4차산업시대, 게임산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연단에 오른 그는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짚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박형택 이사는 현재 게임산업 분야에서 약 11조원가량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연간 35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의 10%에 해당되며, 수출액에서는 무려 50%를 차지하는 수치다.

하지만 그는 매년 사업체의 수가 줄어들고, 업계 종사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게임 산업의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선택적 셧다운제 등 신규 규제 정책이 발표되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게임 업계 전체가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언급했다.

박형택 이사는 그럼에도 게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 저력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산업 전체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에는 10조 원을 달성했으며 '펄어비스', 블루홀' 등 기업의 호재 이후 투자 시장 역시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VR/AR,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4개의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산업의 내일은 위의 기술들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증진시키고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시키는데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 김정수 교수 - 4차산업 발전과 게임산업계의 대응 전략

▲ 명지대학교 김정수 교수

박형택 이사의 기조 발제 이후, 업계 전문가 4인이 무대에 올라 전문가 포럼이 진행됐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김정수 교수, 구글 플레이 한국 및 APAC 마켓 담당 민경환 총괄, 하티스트 조인숙 부사장, 시프트릭 최경연 대표, 그리고 첫 강연을 맡았던 박형택 이사가 해당 포럼에 참여했다.

김정수 교수는 4차산업 발전과 게임산업계의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짧은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게임은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규모는 여전히 굉장히 작은 편이라며, 전 세계 시장의 5.7%가량의 비중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게임산업 전반의 성장속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중국 시장에 비하면 정체 상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투자 동결 역시 굉장히 큰 문제라 강조한 그는 2014년에 1700억 원을 기록한 투자액이 17년도에는 1100억 원까지 감소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그는 게임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반면, 벤처 캐피탈의 투자가 축소되어 전반적인 트렌드가 대기업에 종속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장 성장 동력원이 부족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현재, 이 난관을 극복할 키워드는 AI, 블록체인 등의 '기술 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정수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어쩌면 이런 기술의 활용도 대기업 위주로만 이루어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그는 이러한 테크놀로지 디바이드(Technology-divide)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황성익 : 게임에서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없을까요?

박형택 : 현재 법적 규제가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습니다. 법제화에 대해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원복'과 복제본'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수익 모델, 파생상품 등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죠.,

황성익 : 혹시 구글에서는 블록체인 관련해서 이야기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민경환 : 아직 공유 드릴만 한 부분은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이 기술을 어떻게 여러 분야에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주의 깊게 들여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성익 : 사실 증강현실, 가상현실도 4차 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B2C 채널도 제대로 열려있지 않은 상황이고, 몇몇 분들은 정부 사업을 수주할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AR,VR 산업은 어떻게 나아가야 될까요?

김정수 : 뾰족한 답을 드리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일단 제가 대학에서 하이테크 마케팅의 특성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거기서 캐즘 마케팅이란 용어가 등장합니다. 불연속적인 혁신 기반의 제품이 대중시장으로 갈 수 있는지, 이 문제를 다루고 있죠.

기존의 제품들은 대부분 시야가 오픈되어있는 환경에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었고, 주변 환경에 대한 간섭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VR 상품은 사용하는 동안 주변 시야가 차단되어버리죠. 콘텐츠의 재미는 높아질 수 있으나, 기존 소비자가 경험해오던 행동 양식과는 사뭇 다릅니다. 갑자기 행동 양식을 바꿀 만큼, '이득'이 있는지를 따져보게 되고 의문이 생기면서 캐즘을 넘기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캐즘을 넘기기 위해선 연관성과 유용성이 깊은 레퍼런스를 찾아내야됩니다. 시야가 차단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절실한 필요성'을 입증해낼 수 있다면 캐즘을 극복하고 대중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산발적인 레퍼런스만 있을 뿐, 큼직한 게 없어서 넘어가질 못하는 거 같습니다.

조인숙 : 4차산업 기술이란 옷이 가장 잘 입혀지는 게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모두 게임 안에 녹아있는 요소들이에요. 앞으로 이러한 점을 더 고도화시키고, 새로운 시장에 대한 확장성을 논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수 : 블록체인 부분에 대해서도 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합니다. 특히 ICO이슈와 블록체인을 구별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ICO는 일반 개인들이 투자하는 방식인데, 기술 백서 등을 일반인들이 평가하는 게 상당히 힘듭니다. 기업에서 기술력을 자랑해도 공공평가나 검증이 없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 민경환 총괄 - 글로벌시장 진출지원을 위한 지원방안

▲ 구글 플레이 APAC 담당 민경환 총괄

구글 플레이 대변인이 아닌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는 민경환 총괄은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지켜보며 자부심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게임 시장이 상당히 큰 산업으로 성장해오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시장은 점차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국 게임 역시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중소 게임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평가했다.

또한, 해외 진출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언급한 그는 그 가능성에 대해 '곧 떠날 지하철 보는 것 같다'고 밝히며 힘든 현실을 묘사했다.

민경환 총괄은 모바일 게임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기존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을 하나의 생물처럼 생각하며 라이프사이클을 길게 가져가야 하며, 진출하는 국가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챠만을 고집하지 말고, 회사와 진출 전략에 적합한 수익 모델을 채택할 것을 조언했다.

황성익 :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패의 이유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저희는 퍼블리셔에게 팔기 위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글로벌을 바라본 게 아니라, 퍼블리셔를 바라봤다는 거죠. 그리고 정부나 투자사에서 RPG 장르만을 고집한 문제도 있고요. 이런저런 문제가 겹쳐 글로벌 진출이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형택 : 게임산업이 그래도 수출을 제일 잘하고 있는 산업이긴 합니다. 영화 시장의 경우, 전체 5조 원 정도 규모인데 해외 실적이 1조 원도 안됩니다. 게임 산업은 해외 실적을 제법 내고 있는 회사가 국내에 꽤 있습니다. 다만, 투자사들이 실적이 조금 나올 거 같은 RPG가 아니면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미뤄지는 게 사실입니다. 마케팅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판가름되기 시작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생기는 거 같고요.

김정수 : 투자가 줄어든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자가 줄어드니, 조금 불공정하더라도 자꾸 퍼블리셔를 통해 종속구조로 가게 되는 거죠.

민경환 :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정말 중요합니다. 중소 기업 입장에서는 알면서도 못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만큼 리소스가 들어가는 부분이니깐요. 공공기관을 통해서 가능성 있는 중소 개발사가 자원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 조인숙 부사장 - IP 활용과 연계한 게임산업의 확장

▲ 하티스트 조인숙 부사장

민경환 총괄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하티스트 조인숙 부사장은 IP의 중요성에 대해 논했다. 현재 중국 기업에서 웹툰 등의 IP와 게임을 연계시키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그녀는 IP가 가진 잠재성이 굉장히 막대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50위권을 모아봤을 때, 대다수의 게임들에 IP가 적용되어있으며, 이는 명성과 가치를 덧입히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인숙 부사장은 게임에 잘못된 가치를 덧입히게 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황성익 : 중국은 2015년부터 계속 IP의 중요성을 논해왔습니다. 그리고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른 콘텐츠와의 융합을 이야기해왔죠. 우리는 그런 판단이 조금 늦었던 거 같습니다. 웹툰과 연동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하고는 융합이 잘 안되는 거 같아요.

박형택 : 게임은 긴 플레이타임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호흡이 짧아서 콘텐츠 분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웹툰은 긴 연재 시간을 가지면서 호흡이 길기 때문에 따라갈 수가 있습니다.

김정수 : IP 역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촉진하는 독소조항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이 인기있는 IP를 도입하는 건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돈 놓고 돈 먹기인 거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IP를 활용하라는 게 요원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원소스 멀티유즈가 가능한 생태계를 정책적으로 만들어놓는 게 중요합니다.

박형택 : 저는 IP 게임이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는 흐름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웹툰을 게임화시킨 개발사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작권을 가진 작가분들이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줄 곳을 선호하거든요. 이런 이해관계가 잘 맞고, IP의 힘을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수십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대체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민경환 : 저는 IP를 활용하는 타이틀을 제작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IP의 게임 첫 번째 난관은 유저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와 경험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냐는 겁니다. 각자 해당 IP에 대한 추억이나 경험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제작하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IP를 활용하는 게임들은 타겟 유저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는데, 확장성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한다 생각합니다.



■ 시프트릭 최경연 대표 - 게임창업자들의 고민과 바람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시프트릭 최경연 대표는 '게임창업자들의 고민과 바람'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른 분들에 비해 자신은 한참 부족하다며 겸손을 표한 최경연 대표는 해답이 아닌 고민만을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겠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하루하루 '생존'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모든 발언과 행동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고, 사원들의 월급도 보장해줘야 하는 만큼 이전과는 판단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좀 더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컨설팅 시스템이 필요하다 언급했으며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할 때 작성하는 '페이퍼'에 관한 피드백이 전무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형택 : 저는 지금 게임 투자 관련 심사 업무를 맡고 있고, 청강대에서 게임 관련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예전에 '죽기야 하겠어?' 하고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가 정말 죽을 고비를 겪었어요. 딱 3년 하고 파산했습니다. 12년 걸려서 그 빚을 다 갚았어요. 그 당시 매달 월급날이 되면, '모두에게 이달 월급은 어떻게 주지?'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마음은 참 잘 알겠어요.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그리고 발품 팔 공간은 협회에요. 협회에 정말 많은 자문위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질문하는 분은 소수에요. 왜 협회에 안 물어보시는지 모르겠어요.

김정수 : 확실히 이 부분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발로 뛰고 체험해야하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과는 달리, 실제로 현장에서 체득해야 하는 테크닉인거죠. 다만, '페이퍼'의 '페'자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사실 '페이퍼'의 '페'자를 아는 사람들이 모이고 창업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