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행사장에 가면 코스프레 소개 기사는 제가 꼭 쓰겠다며 손을 들고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셔터를 눌러대곤 합니다. 처음 방문한 미국의 최대 게이머 쇼 'PAX EAST 2018'에서도 수많은 코스튬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멋지고, 자유롭고, 때로는 발칙한 상상이 더해진 그들의 사진과 함께 PAX의 코스프레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프로라는 타이틀, 마음만큼은 모두가 똑같다
복장 디테일부터 표정, 포즈, 그리고 코스프레를 즐기는 마음
최근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 미안하다며 거절하는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물론 예전부터 쑥스럽거나 사진 촬영이 내키지 않아 거절하는 관람객은 많았습니다. 되레 부담은 주지 않았나 걱정이 들긴 할 정도로 미안해하면서 말이죠.
최근에는 좀 다릅니다. 코스튬 플레이어가 당장은 촬영을 거절하면서도 언제, 어디로 와서 꼭 찍어달라며 수차례 부스 위치를 설명합니다.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하죠. 네. 부스 홍보를 위해 코스프레를 하는 전문 모델들이거든요.
국내 게임 행사처럼 해외 게임 행사에서도 이런 홍보 모델들이 많이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팬과 부스 관계자 모두 만족스러워할 만합니다. 많은 게임 팬이 게임 속 캐릭터를 멋지게 구현한 코스튬 플레이어를 보기 위해 부스에 들렀다 게임에도 관심을 보이는 건 기본. 다양한 이벤트를 돕고 패들과 함께 사진도 찍으며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부스 관계자들이 좋아할 만하죠. 게임 팬들도 전문 모델들의 멋진 연기와 고퀄리티 의상을 볼 수 있어서 좋고요.
다만 이 행사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코스튬 플레이어의 사진을 바로 찍지 못하고 정해진 시간에 행사장 위치로 찾아가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요.
멋진 코스튬 플레이어를 보면 프로 모델은 아닐까 하며 그냥 지나칠 생각도 한 번쯤은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가가 촬영을 요청하는 이유는 분명 일반 게임 팬이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코스튬 디테일과 연기를 보여주는 코스튬 플레이어가 넘쳐나기 때문이죠.
프로거나, 혹은 아니거나.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엄청난 디테일과 연기를 자랑하는 꿀 코스프레를 보는 팬으로서는 즐거운 마음뿐입니다.
아래는 프로거나, 혹은 프로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복장과 연기를 보여준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사진입니다.
남자, 여자. 그런게 중요해?
그들이 게임 캐릭터를 대하는 방법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처음 해외 게임 행사장에 갔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장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게임이나 만화 속 캐릭터를 포함해도 아마 태어나서 평생 본 여장의 90%를 행사장을 찾은 코스프레를 통해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행사를 다니면서 깨달았죠. 여장이냐 남장이냐가 아니라 그들이 게임 속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요.
왜 그런 생각 한 번쯤은 하지 않나요? 좋아하는 캐릭터, 멋진 캐릭터를 보면 한 번쯤 포즈도 따라 해보고 비슷한 옷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 말이에요.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코스튬 플레이어도 똑같습니다. 캐릭터가 되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들의 복장을 하고 연기하죠.
물론 그저 재미를 위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성 캐릭터의 옷을 입고 행사장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 이유가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런 복장과 연기로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이 즐거울 수 있냐 하는 게 코스프레의 이유죠. 어쨌든 내가 즐겁기 위해 게임 행사장을 찾았고,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이니까요.
코스프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성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즐거울 수 있느냐'입니다.
아래는 성별이 아니라 캐릭터를 사랑하고 즐기는 각양각색의 코스튬 플레이어의 사진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
같은 마음으로 즐기는 게임 행사
멋진 복장의 코스튬. 하지만 큰 날개나 긴 치마, 혹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마스크 등 착용하고 혼자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친구나 가족이 코스튬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며 서포트를 해주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해 PAX에서는 조금 다른 이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연인이나 친구들이 함께 부담없는 복장으로 돌아다니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죠. 멋진 복장이나 화려한 포즈 없이 서로 함께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할까요?
특히 놀라웠던 건 가족 단위의 코스프레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거예요. 갓난아이를 마리오카트 스타일의 유모차에 데리고 다니고 슈렉 아빠가 피오나 딸을 목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죠. 비록 많은 부모가 어린아이가 상처받을까 사진 촬영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사진으로 그 모습을 모두 보여드릴 수 없지만요.
커플, 친구, 그리고 가족. 솔로에 혼자 취재 다니며 돌아다닌 저로서는 왠지 질투 나는 이들이었지만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그들을 보니 저도 기운이 났습니다.
아래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게임 행사를 즐기는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사진입니다.
코스프레, 그리고 게임
사진, 많습니다
뭐 거창한 것처럼 몇 가지 이야기했지만 사실 특별한 건 아닙니다. 그저 게임을 사랑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행사를 즐기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PAX가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리고 코스튬 플레이어의 사진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