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콘 남기영 CTO

우리가 게임을 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그래픽'은 그래픽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의 손에서 탄생한다. 컨셉아트부터 모델링, 캐릭터와 배경 등 우리가 눈으로 접하는 거의 모든 요소는 그들의 작업물들이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어떻게 될 수 있을까.

핀콘의 남기영 이사는 플레이엑스포 2018의 '게임이야기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세부 분야로 나눌 수 있는 아트 직군의 일면을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남기영 이사는 이전 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아티스트라는 직군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떻게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까지, 세세한 과정들을 설명했다.



■ "코룸부터 현재까지" - 아트 디자이너로 걸어온 길

90년대, 남 이사가 '코룸'을 개발하던 시기에는 대부분의 그래픽 툴들이 DOS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들이었다. 3D 스튜디오 R4, 디럭스 페인트, 오토데스크 에니메이터 프로 같은 툴들을 CG 개발에 활용했다. 또한, 업무별로 별도의 세부 직군이 구분되지 않고, 그래픽 디자이너 하나로 불리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혼자서 배경, 이펙트 같은 거의 모든 아트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포트리스'를 제작할 때에는 보다 다양한 툴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3D 스튜디오 맥스 R2는 물론, 어도비 포토샵을 활용할 수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도트는 노가다를 해야 했지만, 도스 시절보다는 생산성이 나아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세부 직군이 구분되기 시작한 시기라고 회상했다. 당시 포트리스 개발에는 디자이너가 네다섯 명 정도가 개발에 참여했었다. 그리고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달랐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맞는 세부 분야를 선택해, 전문적으로 구분을 지어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에는 더 많은 툴들이 아트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오토데스크 3D 맥스, ZBrush, 유니티, 포토샵, 서브스탠스 페인터와 디자이너 등 전문적인 툴들이 많이 등장했다. 다양한 툴들이 사용되면서 아트 직군은 세분되었다. 현재 핀콘에서는 다수의 아트팀이 재직 중이며 , 자신들 세부분야마다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아트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그렇다면 아트 직군은 게임 개발에 있어서 어떤 형태로 참가하며,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먼저, '컨셉아트'를 잡는 것부터 시작된다. 원화가가 스케치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링과 채색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화가는 기획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컨셉 아트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회의 때 나온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말로만 진행되는 것이므로, 결과물을 상상하는 이들마다 생각이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이를 아트로 구체화하여 각자 다른 생각을 정확하게 만드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컨셉 아트를 기반으로 채색이 입혀지고 모델링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컨셉아트는 게임 내에 구현되는 모델링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세밀한 정보들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날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이펙트는 어떤지, 별도의 기믹이 존재하는지 최대한 세밀하게 작업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후에는 정해진 과정에서 모델러가 디테일한 부분들을 모델링하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서브스탠스 페인터, 유니티 등으로 게임 내에서 구현되었을 때의 상태를 구성하며, 최종적인 결과물이 도출된다.

캐릭터 외에도 건물, 환경과 같은 분야도 마찬가지다. 컨셉 아트부터 시작하며, 세분화된 단위로 작업물을 완성하여 최종적으로 하나로 배치하여 분위기가 어울리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UI 디자이너는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아이콘을 디자인하고, 한 장의 텍스처, 아틀라스로 몰아서 작업해야만 한다. 최적화를 위해 아틀라스를 구성하고, 아이콘을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외에도 아트 개발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며, 세분되는 추세다. 이펙트 디자이너는 이펙트가 수치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애니메이터, 테크니컬 아티스트, 씬 디자이너, 라이트 디자이너 등 더 세밀한 분야들로 나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능들이 있는 툴들이 많아지고, 디테일 측면에서 섬세해지므로 발생하는 것이다. 섬세하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툴이 필요하고, 동시에 툴을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AAA급 게임을 제작하는 해외 개발사처럼 게임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세부 직군은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임시직 고용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 그럼 저는 어떤 파트가 좋을까요?

강연자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마친 뒤, 아티스트를 지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먼저, 어떤 파트가 자신에게 맞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연자 스스로 생각을 했을 때,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연자도 처음부터 테크니컬 아티스트를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과정을 거쳤고, 이를 통해 스킬을 쌓는 과정이 수반됐다. 동시에 여러 트리를 거치면서 본인의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에 어떤 세부 분야에서 시작하는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테크트리를 전환할 기회는 어디서 시작하던 간에 올 것이므로,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마지막 명함을 가치 있게 생각하라'는 당부를 전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자신의 값어치가 정해지는 시기가 온다. 하지만 당사자의 어필 만으로는, 얼마만큼의 가치인지 파악할 수 없다. 여기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스스로 개발에 참가한 게임들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참여한 게임이 성공할 수 있다면 참가한 자신의 가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게임 안 그래픽의 역할은 설득'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게임을 구성하는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같은 여러 요소 중에서도 유저를 가장 설득하기 쉬운 것은 '그래픽'이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의 게임이라도 아트가 달라지면 다른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유저에게 다가가기 쉬운 요소이며, 게임 전반의 분위기를 설득하는데 유용한 존재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