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게 언제나 능사는 아니다. 신선한 게 언제나 지지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새롭다는 말은 낯설다는 말과 상통한다. 길지 않은 게임사에 '완벽히 새로운' 흥행작이 얼마나 있었는지 상기해보면 명확하다. 메이저 방송사의 주말드라마가 항상 거기서 거기인 이유다. 다양성에서 항상 지적당하지만, 결국에 흥행에 성공한다.

결국 기존 미디어가 가진 재미에서 어떤 새로운 포인트,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느냐가 과제가 된다.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발전인데, 보통은 다들 잘 모르기 마련이다. 클라이언트들이 "음 좋은데, 콱하는 게 부족한 느낌이에요"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집형 모바일 RPG 시대를 열었던 핀콘은 이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들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수집형 RPG의 핵심요소인 파티 관리를 극대화하면서 성장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방향을 택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특징이다. 그런데 핀콘은 이를 새로운 틀 안에 넣었다.

사실 수집형 RPG라는 게 어떤 식으로 조금씩 비튼 게임이라도 결국 느끼는 핵심 재미는 수집과 성장이다. PC, 콘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전투의 '보는 맛'을 살린다. 멍하니 보고 있음에도 재미있다고 느끼게 하며 유저를 이탈시키지 않기 위해 엄청난 그라인딩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구조를 짠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주 치밀하게 짜인 그라인딩 구조에 성장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피로감이 가중되면 결국 게임에서 이탈하고 만다.

핀콘은 이와 같은 점을 고려했는지, 헬로히어로 올스타를 일반적인 RPG가 아닌, 매니지먼트 RPG, 방치형 RPG, 수집형 RPG의 요소를 한데 섞어 만들었다.

[굳이 단어를 끌어다 붙이자면 '로비'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다]

우선, 성장은 매우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아무리 좋은 캐릭터, 장비를 뽑거나 얻어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육성시키는 데 많은 스트레스와 시간이 따랐다. 오죽하면 "내 캐릭터는 전기세가 키워줘"라는 말이 있을까. 이 정도로 세월아 네월아 자동전투를 돌려야 한다. 손 맛이고 연출이고 초반 몇 시간 이후에는 수동조작의 피로감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 이게 싫으면 시간을 단축해주는 지갑의 마법밖에 선택지가 없다.

헬로히어로 올스타는 성장 과정을 새롭게 해석했다. 처음 게임을 접하면 당황스럽다. 로비 - 모험 등으로 이어지는 UX는 어디 가고 로비에서 이미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영상인가 하고 보면 그건 또 아니다. 전투가 이뤄지는 양옆으로 UI 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진짜 게임 화면이다.

애초에 로비에서 모험스테이지로 진입한다는 개념이 다르다. 모험지도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캐릭터는 방치형 게임처럼 뛰고 또 뛴다. 사용자가 해야 할 건 캐릭터의 배치 및 장비 장착, 스킬 레벨업 등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효과를 불러올 파티를 짜는 일이다.

매니지먼트에 굉장한 무게감을 실으면서 성장은 극도로 간략화했다. 성장분야에서 보고 있자니 귀찮고 안 돌리자니 아쉬운 자동전투를 완전히 배제, 방치형 RPG처럼 캐릭터 스스로 성장하게 했다. 굳이 스테이지를 그라인딩하지 않아도 된다.

풋볼매니저의 매니지먼트와 비슷한 궤다. 풋볼매니저가 챔피언십매니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시절에는 3D 매치 엔진은커녕 바둑판 매치도 없었다. 텍스트만 난무하지만 나를 비롯한 수많은 방구석 감독들은 전술을 짜고 유망주를 키우는 재미에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웠다. 그 재미와 비슷하다.

헬로히어로 올스타즈의 매니지먼트 역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영입(파티 합류), 전술작성(파티 배치), 교체(파티원 교체) 그리고 훈련(스킬 레벨업 및 각성) 뿐이다. 피치(전투)에 나가면 선수(캐릭터)들은 알아서 행동한다. 의도한 대로 골을 넣을 때의 환희는 의도한 대로 움직여 보스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환희와 같다.

[캐릭터 밑 방향과 숫자가 좌표다. 좌표 개념으로 덱빌딩, 레이드 등 단순 방치형 게임과 궤를 달리한다]

그럼 시장에 범람하는 방치형 게임과 무엇이 다른가 싶을지도 모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핀콘은 새로운 개념인 '좌표'를 도입했다. 그래서 '좌표 시뮬레이션 RPG'라고 내부적으로 부르기로 한 듯하다.

어쨌든 좌표 개념은 영웅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좌표를 이용해 임무, 원정, 탐사, 월드보스, 토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게 해준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개념일 텐데, 전투할 때 특정 약점 부위를 공격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그 위치와 같은 좌표값을 가진 캐릭터를 소유해야 한다.

즉 5명의 파티는 각자 고유한 좌표값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수를 더한 값이 목표 공격점이 된다는 말이다. 어렸을 적 즐기던 '동서남북' 놀이와 비슷하게 목표 값이 설정된다. 상22, 하21, 좌3, 우8로 파티를 짰다고 가정하면 공격점은 상1, 우5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공략 대상에 따라 캐릭터들의 좌표 및 장비, 스킬을 고려해 최적의 덱을 짜야 한다. 이 조합을 갖추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매니지먼트의 핵심이며, 의도한 대로 캐릭터들이 움직여서 보스를 무찌를 때 최고의 경험과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스와이프는 편했지만 나머지 버튼은 너무 정신 없었다]

매니지먼트에 집중해 성장하는 것도 큰 재미이기는 하지만 요즘 시절에는 조금 아쉽기도 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준비된 콘텐츠가 레이드다. 레이드는 앞서 설명한 좌표를 활용해 여러 유저가 동시에 진행한다.

각자 다른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 의사소통은 필수다. 아울러 좌표값을 공유해야 하므로 커뮤니티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간마다 발생하는 돌발 오브젝트도 마찬가지. 장수 게임의 특징인 커뮤니티 활성화를 게임 콘텐츠에 자연스레 녹여냈다.

신선하고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콘텐츠와는 다르게 양옆으로 너무 많이 늘어서 있는 메뉴 버튼들은 눈에 거슬렸다. 직관적이지도 않거니와 다 같이 번쩍이고 있으면 정신이 사납기까지 했다. 스와이프로 자주 쓸만한 메뉴로 이동할 수 있는 점은 디바이스 UX의 영향으로 따로 학습이 필요 없어 보여 좋았다.

▲ 헬로히어로 IP를 육성, 확장 중인 핀콘

게임은 성장에 신경을 안 쓰게하며 매니지먼트에 무게를 실었다. 재화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캐릭터를 어떻게 조합할지를, 이를 통해 어디를 공격할지를, 어떤 역할을 맡을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조작의 쾌감보다는 관리 의도대로 움직였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 이러한 재미가 개발진이 의도한 재미이리라.

헬로히어로 올스타즈에는 헬로히어로와 에픽배틀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한다. 헬로히어로 IP를 육성하기 위한 핀콘의 움직임이다. 에픽배틀은 닌텐도 아미보 처럼 스마트토이도 선보일 계획이다. IP무한 소모시대에 국내 모바일 게임기업이 자체적으로 IP를 만들어 파생, 확산시키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에 무게를 실은 이 재미가 챔피언십매니저같이 바이럴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면, 그야말로 새로운 '~형' 게임의 탄생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