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8 MSI는 이전과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약 3년 동안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팀이 세계 공식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기에 MSI에서 이 정도로 고전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5 MSI에서 SKT T1이 준우승할 때와 또 다른 분위기다. 그룹 스테이지부터 세계 강호들이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면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불안하다는 의견이 돌았다. 킹존에게 믿을 건 다전제 승부라는 것과 앞선 경기에서 쌓아온 피드백뿐인 상황이다.

킹존 드래곤X가 4강에서 만나야 하는 상대 플래시 울브즈(이하 FW)는 그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한다. 그룹 스테이지 KDA 통계를 봤을 때,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FW의 팀원들이 차지할 정도다. 특히, FW는 킹존을 상대로 탄탄한 운영과 함께 2전 전승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기에 더욱 까다로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KDA, 상대 전적 등 많은 기록들이 FW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에서 킹존 드래곤X의 승리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망설임 없는 FW 진격
FW 상대 어설픈 대치 구도는 '독'


▲ 독보적인 KDA 자랑하는 '메이플' 비결은?


■ 그룹 스테이지 선수별 KDA

1위 '메이플' - 30
2위 '베티' - 15.5
3위 '소드아트' - 12.6
4위 '무진'('피넛'과 공동) - 7.7

한 팀에 KDA 최상위권의 수치를 자랑하는 선수가 네 명이나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1위를 차지한 RNG 역시 8위에 '우지'가 혼자 있을 정도면 더욱 흥미로운 수치다. 단순히 승리로 얻은 높은 수치를 넘어서 FW의 팀원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KDA를 높였다는 것이다.

두 자릿수 이상의 KDA를 자랑하는 이들은 어떤 플레이를 펼쳤을까. '메이플-베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치 구도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메이플'의 조이와 '베티'의 이즈리얼의 포킹 조합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대치 구도에서 두 선수가 한 번씩만 딜을 넣어도 상대가 끊기거나 빈사 상태로 집을 가야 하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긴 사거리에 정교한 스킬 샷까지 더 해지니 상대 입장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두 선수의 무기는 한두 개가 아니다. 마지막 킹존과 대결에서 '메이플'의 탈리야가 벽으로 퇴로를 막고, '베티'의 애쉬가 궁극기를 적중하면서 탑 라인 2차 포탑까지 순식간에 돌파해버렸다. 일방적인 딜 교환으로 합류한 팀원들 역시 KDA를 드높이며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쉬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바루스 역시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4연승을 거둔 픽이기에 무시할 수 없다.

▲ 대치 구도에서 '칸'을 제압하며 힘을 보여주는 FW (출처 : LoL Esports youtube채널)



심지어 '메이플'은 스웨인으로도 팀 리퀴드와 대치 구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 중반까지 속박 명령(E)을 활용해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발을 묶는 플레이로 포탑을 손쉽게 가져갔다. 그 밖에도 FW는 킹존과 첫 경기에서 '무진' 김무진의 카직스가 먼저 파고들고 '메이플'의 갈리오를 덮어 대치 구도를 깨뜨리는 플레이까지 선보인 바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치 구도에서 이득을 챙길 줄 아는 팀이 플래시 울브즈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 팀이 언제든지 승부수를 띄울 준비가 된 팀이라는 것이다. 킹존을 상대로 대지 드래곤을 챙기고 유리한 시점에 한발 더 나아갔다. 굳히기에 좋은 대지 드래곤 2스택과 봇 포탑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탑 2차로 합류해 진격하는 과감함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작년 MSI에서도 FW의 과감함을 알 수 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SKT T1이 탑과 봇 라인전에서 압도하며 라인을 밀어넣는 상황. 당시 봇 라인 포블에 집중하는 메타에서 FW는 미드로 집결해 순식간에 포탑을 밀어내는 과감한 선택으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에는 탄탄한 운영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자신 있어 하는 대치 전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기에 더욱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앞선 경기에서도 어설픈 대치 전이 킹존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스플릿 푸시나 화끈한 교전으로 칼을 뽑을 때는 확실하게 꺼내 들어야 할 것이다.


킹존다운 힘 이제는 나와야 한다
LCK 지배했던 탑-정글 주도권



작년 섬머부터 이어지는 킹존의 강력함은 상체의 강력한 힘이었다. 라인 주도권과 정글 싸움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게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 힘이 대단했기에 많은 롤챔스 팀들이 당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킹존이 패배할 때를 보면 무기력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단순히 라이너만의 주도권 문제를 넘어서 정글 싸움, 시야 주도권마저 빼앗기니 예전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존 경기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킹존 팀원들이 허무하게 끊기는 장면이 이어졌다.

▲ 시작하자마자 킹존 정글로 들어온 FW


상대 팀들 역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FW는 킹존과 두 번째 대결에서 시작부터 상대 정글로 대거 들어가 사냥을 방해하는 장면이 나왔다. 탈리야가 있는 FW는 빠르게 라인을 밀고 합류할 수 있었고 '커즈' 문우찬의 자크 사냥을 완벽하게 방해했다. '소드아트'의 잔나 역시 3분까지 '무진'의 그레이브즈를 따라다니면서 자크의 정글 동선을 방해할 정도로 지독한 플레이를 펼쳤다. 프나틱의 인베이드도 그렇고 초반부터 킹존을 가만두지 않을 노림수들이 이번 MSI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었다.

반대로 킹존이 초반 설계로 이득을 챙겨도 이를 굴려 나가지 못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RNG와 2차전에서 'Mlxg' 리 신을 끊고 시작하면서 확실히 유리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시야 싸움에서 와드를 지우는 과정에서 '비디디'의 갈리오와 '프레이'의 자야가 말자하-알리스타에 끊기는 장면이 이어진 것이다. 예전의 킹존이라면 시야를 장악하다가 싸움으로 이어져 힘 싸움마저 승리하는 그림이 나왔다면, 이제는 반대로 RNG가 더 빠른 합류로 킬을 내면서 역전해버렸던 경기였다.


■ 희비가 엇갈린 킹존 드래곤X의 탑 정글 픽

카밀 4승 1패(커즈, 칸)
초가스 2전 전승(칸)
일라오이-갱플랭크 1전 승리(칸)

자크 1승 2패(피넛, 커즈)
사이온 2전 전패 (비디디, 칸)
나르-블라디미르 1전 패배(칸)

챔피언 통계를 둘러봐도 킹존이 예전 색채를 많이 잃었단 걸 알 수 있다. 챔피언 폭을 넓힌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만큼 확실한 초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에보스 e스포츠전을 제외한 경기에서 '커즈-피넛' 모두 자크로 패배했다. 킹존의 자크를 상대하는 팀들 모두 킹존의 정글로 과감하게 들어오는 플레이로 이득을 보고 시작했다. 단순히 야스오-자크 조합과 같은 팀 조합만 생각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상대의 단단한 스노우볼을 무시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탑 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난한 픽이라고 불렸던 '칸' 김동하의 나르는 롤챔스 결승전부터 MSI FW전까지 무기력했다. MSI에서도 야스오에게 힘이 빠져버리자 사이드 라인 운영과 한타 모두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어설픈 합류로 아쉬움이 남았던 블라디미르 역시 그랬다. 반대로, 강력한 힘으로 사이드 라인을 주도했던 카밀과 일라오이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빛났다. 로밍까지 온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슈퍼플레이로 기세를 꺾어버린 것이다.

'커즈' 역시 카밀과 같은 공격적인 픽을 잡았을 때 자크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승리에 기여한 바 있다. 이렇듯 이번 MSI에서도 킹존이 잘하는, 킹존다운 경기력이 나올 때 승리로 이어졌다.




이번에 상대하는 FW 역시 정글 지역으로 합류가 만만치 않은 팀이다. 팀 리퀴드의 '엑스미디'가 어설프게 혼자 정글로 들어오는 순간, FW의 팀원들이 빠르게 합류해 바로 응징해버렸다. '무진'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다. 그레이브즈-카직스 등 강력한 딜을 자랑하는 정글 챔피언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무진'이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 경기의 스노우볼이 확실히 FW 쪽으로 넘어갔다. 이전 킹존과 경기 역시 대부분 그랬으니까.

그만큼 킹존과 FW의 대결에서 초반 정글 싸움의 주도권이 중요할 것이다. FW와 마찬가지로 킹존 역시 라이너들이 어떻게 정글러에게 힘을 실어줄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MSI 무대에서도 기존 킹존의 장점을 살려 '주도권'이라는 게 무엇인지 보여줄 시기다. 정글 중심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어떤 픽과 전략을 준비할지가 역시 이번 대결에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룹 스테이지를 3위로 마친 킹존은 MSI 3회 연속 결승 진출을 이뤄낸 SKT T1과 비교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MSI에 출전한 SKT T1 역시 FW와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하고 4강에서 FW를 다시 만난 바 있다. 당시 SKT T1은 모든 우려를 다전제 승리와 함께 털어냈다. 지금 킹존의 상황은 당시 SKT T1보다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지만, 승리한다면 아쉬웠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이제는 자신들이 가장 잘했던 것. 딜러와 탱커의 밸런스보다 전부 딜러를 잡고 강력하게 몰아치던 그 킹존의 힘이 무엇인지 세계 무대에 알려줘야 한다. 이제는 그룹 스테이지처럼 패배한다고 뒤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지막 '배수의 진'을 친 킹존이 특유의 화력으로 모든 기록을 뒤엎고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까. 19일 진행되는 4강 2경기에서 펼쳐질 킹존과 FW의 힘의 대결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