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MSI 결승행 티켓을 놓고 RNG와 프나틱이 4강에서 만났다. RNG는 그룹 스테이지 초반 다소 부진했지만, 어느덧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회복하며 1위로 4강에 안착했다. 반면 심한 기복을 보여준 프나틱은 4위 결정전을 뚫고 가까스로 생존했다.

RNG는 4강 상대로 프나틱을 지목했다. 프나틱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도 그럴 것이 RNG는 프나틱을 상대로 이번 대회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유리한 경기는 그대로 승기를 굳혔고, 초반 주도권을 내줬던 경기는 프나틱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승리를 따냈다.

RNG의 우세가 예상되는 대결이지만, 경기력 고점을 놓고 보면 프나틱에게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나틱의 캐리 라인인 '캡스'와 '레클레스'의 경기력에 따라 충분히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번 MSI서 양 팀이 선보인 경기력을 토대로 RNG와 프나틱의 4강 대결을 예상해보자.


탑-정글 상체 대결
탑-RNG 우세, 정글-박빙




■ 그룹 스테이지 지표

RNG '렛미' - KDA 6.5, 킬 관여율 54.2%, 분당 CS 8.2
RNG 'mlxg' - KDA 4.4, 킬 관여율 59.8%, 분당 CS 5.3
프나틱 '브위포' - KDA 1.8, 킬 관여율 59.8%, 분당 CS 8.2
프나틱 '브록사' - KDA 3.7, 킬 관여율 65.2%, 분당 CS 5.1


먼저 객관적인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놓고 보면 탑에서 RNG가 크게 앞서고 정글은 박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표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일단 두 팀의 탑, 정글의 성향은 각각 반대다. 탑에 딜러 챔피언이 자주 등장하는 현재 메타에서 RNG의 '렛미'는 단 한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서 탱커 챔피언을 선택했다. RNG가 '우지' 중심으로 조합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렛미'는 라인전에서 단단하게 버티며 한타 때 존재감을 발휘하는 편이다. 특히 10경기 중 5번이나 꺼낸 오른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합류해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반면, 프나틱의 탑라이너 '브위포'는 방패보단 창과 어울리는 선수다. 딜러 챔피언을 할 때와 탱커 챔피언을 할 때의 경기력 차이가 꽤 컸다. 갱플랭크와 카밀을 했을 때 사이드 주도권을 잡는 등 존재감이 잘 드러냈지만, 탱커를 플레이했을 땐 실수를 자주 범했다. RNG를 상대로 사이온을 꺼냈던 '브위포'는 합류 실수로 허무하게 잘리며 패배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을 놓고 보면 '브위포'의 창이 '렛미'의 단단한 방패를 뚫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래서 프나틱은 무난하게 가는 것보다 밴픽에서부터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렛미가' 선호하는 오른을 내주고 야스오, 일라오이 등 카운터 카드를 꺼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러나 경험 많은 정글러 두 명을 보유한 RNG는 프나틱의 승부수를 충분히 대체할 자신이 있을 것이다. 'mlxg'와 '카사' 모두 이번 대회서 공격적인 챔피언을 선택해 게임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mlxg'는 신짜오, 녹턴, 리신 등 극단적인 딜러 챔피언을 꺼내기도 했다. 특히,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꺼낸 리 신으로 초반 2데스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전의 발판 역할을 하는 등 놀라운 경기력과 단단한 멘탈을 선보였다.

프나틱의 정글러 '브록사'도 경험과 지표상으로 RNG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브록사'는 전승을 달리고 있던 FW를 상대로 바론 스틸을 두 번이나 성공시키며 역전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브록사'는 비교적 탱키한 챔피언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중반에 가장 많은 사고가 터지는 지역이 탑과 정글이기 때문에 양 팀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탑과 정글에 많은 것을 투자할 것이다.


프나틱의 키 플레이어 '캡스'
기복 극복해야 승산 있다




■ 그룹 스테이지 지표

RNG '샤오후' - KDA 6.1, 킬 관여율 69.5%, 분당 CS 9.5
프나틱 '캡스' - KDA 2.4, 킬 관여율 77.7%, 분당 CS 9.2


프나틱의 미드라이너 '캡스'는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선수다. 2.4라는 낮은 KDA를 통해 알 수 있듯 데스가 많다. 대신 킬을 기록한 횟수는 42로 전체 미드라이너 중 1위다. 높은 킬 관여율과 분당 CS 수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CS를 놓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합류해 많은 킬을 기록했다. 많이 죽은 만큼 캐리력도 뛰어나다는 뜻이다. 과거에 붙여졌던 '베이비 페이커'라는 별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물론,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미드라이너에게 있어 높은 데스 수치는 치명적이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프나틱의 승리는 대부분 '캡스'의 활약에서 비롯됐다. '캡스'가 없었다면 프나틱의 4강 진출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레클레스'가 후반에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캡스'가 톡톡히 수행했다.

'캡스'는 패배한 경기에서도 환상적인 피지컬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킹존 드래곤X와의 2차전에서 야스오를 꺼낸 '캡스'는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 더블 킬을 따내며 명장면을 연출했다. 가장 중요한 4위 결정전에서는 탈리야로 전장을 누비며 모든 라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포벨터'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워버린 '캡스'는 자신의 손으로 프나틱을 4강으로 올렸다. 이처럼 캐리력이 뛰어난 '캡스'지만,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 큰 약점으로 꼽힌다.



확실히 '캡스'는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즐겨 하는 선수다. 프나틱이 '캡스'에게 요구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문제는 캐리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플레이를 자주 한다는 것이 불안 요소다. 게다가 에보스 e스포츠와의 경기에서는 멘탈까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약점을 극복해야만 프나틱의 행보가 결승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RNG의 미드라이너 '샤오후'는 이번 대회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지표에서 알 수 있듯 밸런스가 잘 잡힌 뛰어난 미드라이너다. 킬 관여율은 '캡스'보다 떨어지지만, 데스가 적고 분당 CS도 미드라이너 중에서 가장 높다. 초반에 말리더라도 꿋꿋하게 버티며 결국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다.

'샤오후' 입장에서 팀에 '우지'라는 큰 보험이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반반만 가도 충분히 이득인 경우가 많다. 반면, '캡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리크스를 감수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지표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

'캡스'는 '샤오후'를 상대로 자신감 자체는 충만할 것이다. RNG와의 1차전에서 야스오로 바텀 타워를 지키던 '샤오후'의 라이즈를 솔로킬 내며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좋은 기억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미드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프나틱에게도 승산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원딜
'우지' vs '레클레스'




■ 그룹 스테이지 지표

RNG '우지' - KDA 11.8, 킬 관여율 80.9%, 분당 CS 12
프나틱 '레클레스' - KDA 6.5, 킬 관여율 63.4%, 분당 CS 11.6


LPL의 슈퍼스타 '우지'는 이번 대회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표에서 드러나듯 원거리 딜러의 기량을 나타내는 중요 지표에서 대부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죽지 않는 원딜이면서 가장 딜을 잘 넣는 원딜이라는 뜻이다.

RNG의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뻔하다. 모든 것이 '우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상대 팀 입장에서 그 뻔한 스타일을 파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단, 라인전에서 '우지'는 괴물이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딜 교환 이득을 통해 라인전 주도권을 꽉 잡는다. 초반 라인전이 약한 하이퍼 캐리형 원딜 챔피언을 선택해도 라인전에서 최소 반반은 간다. 그래서 상대 팀 입장에서 바텀 갱킹이나 다이브 각이 잘 나오지 않는다.



'레클레스'도 분명 뛰어난 원딜이지만, 지표상으로 '우지'보다 앞선 부분이 없다. 바텀 포탑을 먼저 내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플레이메이킹을 하기보단 파밍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잦았다. '레클레스'가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 팀원들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레클레스'는 스스로 인정하는 상대인 '우지'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진과 이즈리얼을 선택해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거나 이번 대회서 아직 선보이지 않은 카이사, 코그모 등 하이퍼 캐리 형 원딜을 선택해 '우지'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서포터 대결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RNG 서포터 '밍'은 서포터 중 킬 관여율과 분당 와드 설치 개수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지'를 완벽하게 보좌할 뿐만 아니라 서포터로서 해야 할 몫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는 뜻이다. 브라움, 알리스타, 라칸 등 이니시가 가능한 챔피언부터 룰루, 카르마 같은 서포팅 챔피언까지 못 하는 것이 없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반면, 프나틱의 서포터 '힐리쌍'은 세주아니 서포터를 꺼내는 등 독특한 픽을 선보였지만, 지표상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아직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시야가 없는 곳에 안일하게 들어가 잘리는 등 실수가 포착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데이터가 RNG에게 웃어주고 있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한국 시각으로 18일 오후 7시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