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래 문화체육부 콘텐츠정책국장

한국게임학회가 주최하는 2018 춘계학술대회가 6월 1일부터 2일 양일간 중앙대학교에서 개최된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 게임 산업과 관련한 50여 편의 신규 연구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학회 최초로 첫 날 기조강연과 초청강연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조현래 문화체육부 콘텐츠정책국장은 “게임이 문화로서 인식되고 자리잡는 것이 올해 WHO 질병코드 지정 시도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게임문화 활성화에 대한 문체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로서의 게임'을 살펴보는 기조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조현래 국장은 이미 게임이 하나의 문화이자, 사회현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MBC의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PC방에서 서로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방영한 적이 있으며,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여는 소재로 게임이 활용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또한, 조현래 국장은 영화 워크래프트와 같이 할리우드에서는 게임 그 자체를 영화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그는 게임이 일상 문화로 자리 잡은 현실에 대해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17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만 10세에서 65세 중 게임 이용자 비율은 약 70.3%에 달했다. 10대의 88%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으며, 20~30대에는 약 85%가 게임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진행된 문체부의 국민 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게임이 TV 시청과 인터넷 검색 다음으로 3위에 집계됐다. 이를 통해 조현래 국장은 "청소년 세대에게 게임은 친숙한 여가 활동이자 동시에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과거에는 게임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였다면, 현재 게임은 일상이 되어있다. 다만 어떤 게임을 하느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그 뿐 아니라 게임은 사회적 가치 또한 전달한다. 게임 '애프터 데이즈'의 경우 2015년 네팔 강진의 참상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출시된 게임으로, 수익금을 현지 학교 재건에 사용한 사례가 있으며, '디스 워 오브 마인'의 경우 민간인이 전쟁 중 겪는 참혹한 실상을 사실적으로 전달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종래의 전통적 예술 분야와 결합해 예술문화로서의 확장 또한 취하고 있다. 조현래 국장은 이 사례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 메이플스토리의 OST를 연주했던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메이플스토리'나, 게임 블레이드&소울을 뮤지컬로 각색한 '묵화마녀 진서연'공연 등을 꼽았다.


위와 같이 게임은 이미 일상생활 일부가 되었으며,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려는 노력도, 새로운 예술 문화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현래 국장은 이를 두고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 나오는 막연한 두려움"이라고 전하며, 게임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치 확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에 대해 '뉴미디어 포비아'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과거부터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는 언제나 기존 미디어에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그래서 현재는 게임이 기존 매체로부터 경계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은 다른 기존 미디어보다 더 많은 몰입과 집중을 유도해 '교육, 건강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 조현래 국장의 설명이다.

이어 조현래 국장은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프레임과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 삶의 한 부분이 된 게임을 계속해서 부정할 수는 없으니, 인정과 이해가 필요한 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게임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조현래 국장은 게임문화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간략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게임 관련 정책들은 크게 ▲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정책과 ▲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문화정책, ▲ 게임의 좋은 측면을 발전시키고 지원하는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먼저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정책에는 흔히 셧다운제라고 알려진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 제도가 존재한다. 현재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태적 셧다운제가 동시에 운용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해 인터넷게임을 제공하는 사람은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게임을 하지 못하게 강제된다. 선택적 셧다운제의 경우 강제적 셧다운제의 대용으로, 친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이 심야에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조현래 국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여성가족부의 협력을 통해 이원화된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일원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 지난 5월에는 셧다운제에 대한 제도 진단 및 개선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현재도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두번째로는 이른바 게임 질병화 이슈에 대해서도 각겨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해서 토론회를 개최해 나가고 있다. 조현래 국장은 "현재 게임 과몰입 원인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며, 과연 게임으로 인해서 질병이 나타나는지, 다른 요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게임 질병화가 섣불리 이야기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추후 진단 기준 마련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정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과몰입군 실태조사와 함께, 게임 리터러시 교육,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 중심 예방치유 프로그램 보급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게임이용자 12만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실태조사 자료집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과몰입군은 약 0.7%였으며, 과몰입 위험군은 약 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래 국장은 이러한 과몰입 및 과몰입 위험군의 주된 영향은 부모의 과잉간섭, 대학, 교우지지 등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컸으며, 이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 상승이 결국 게임과몰입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게임리터러시 교육은 올바른 게임 이해와 이용, 자기조절 이용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청소년, 보호자, 교사 등을 대상으로 특성과 수준에 맞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약 15,100명에 대해 게임리터러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밖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는 올바른 게임 이용을 교육하고, 진로 체험 교육 및 게임 이용 지도자 교육 등을 하는 '굿 게임 플레이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과몰입자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수도권, 경상권, 전라권, 충청권 등 5개 지역에서 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방/치유 통합 매뉴얼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문가를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또한, 과기정통부, 교육부 및 여가부 등 범부처 합동 대응을 통한 게임/인터넷/스마트폰 과몰입 실태조사 및 예방교육 캠페인 또한 마련하고 있다.


다음으로 조현래 국장은 문화로서의 게임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으로 e스포츠 활성화 및 기능성 게임 개발 지원, 게이미피케이션 시범운영 지원, 게임문화 지식기반 및 게임생태계 다양성/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럼 개최 등을 꼽았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가족 e스포츠 대회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e스포츠 아카이브 구축 및 실태 조사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능성 게임 개발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소방 안전 게임 3종과 가상환경 놀이 학습 게임 '샌드크래프트'등이 만들어졌다.

게임의 활용가치 발굴 및 확장을 위한 게이미피케이션 지원사업도 2017년부터 시작했다. 게임을 교육에 접목해 학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으로 게임을 활용한 코딩 교육 및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초중학생 진로 탐색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게임 문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그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문화를 확산/홍보하기 위해 자녀 게임 기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관련 TV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게임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한 정책도 펴고 있다.


끝으로 조현래 국장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며, 게임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긍적적 가치 확산에 주력하는 미래지향적 게임 문화 정책이 필요할 것을 강조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까지 게임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문화와 산업의 조화를 통해 게임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는 "산업의 토대로 볼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게임을 개발하고, 다양한 게임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력 양성을 위한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또한 게임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재원 확보 측면에서도 중장기 계획에 담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