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이 무엇인가요?”
“오락실 주인이요!”
??!!!


조금은 쌩뚱맞지만 게임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꿈을 가지기도 했을 것이다. 100원짜리 동전 몇 개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 고사리 같은 손으로 레버를 돌리고 버튼을 두드리면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곳. 바로 오락실이다.


당시에도 가정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패미콤’ 같은 콘솔 게임기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오락실에 있는 오락기의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도 오락실을 들락 나락 거렸던 것 같다. 덕분에 부모님에게 얼마나 호되게 야단 맞았던지.. 오락실 아들이 그렇게 부러웠던 그 시절, ‘우리 집에도 오락실에 있는 오락기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어린 시절의 환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희석되어 갔고,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 담아 둘 수 밖에 없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성능의 PC와 콘솔 게임기에 힘 입어 집에서도 멋진 게임들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오락실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조이패드는 너무나 초라하다.


그런데 최근 어린 시절의 로망을 이뤄 낸 용자(?)를 발견했다.





[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손수 제작한 PS3 아케이드 케이스 ]




헉! 소리 나오는 이 놀라운 아이템을 제작한 유저는 국내 콘솔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팬사이트 루리웹에서 만난 ‘라스트판타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였다. 그리고 난리가 났다. ‘부럽다, 대단하다, 대박이다, 구입하고 싶다, 전세계에 팔아야 한다, 캡콤에서 상을 줘야 한다’ 등등의 수백개의 코멘트가 달리며 수 많은 게이머들이 감탄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 원문 PS3 Arcade Case 제작기 』]



오락실에 있는 오락기보다도 멋진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내다니, ‘라스트판타지’ 이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 그래서 인벤에서 직접 만나 보았다. =]




설레이는 마음으로 찾아간 분당의 한 아파트.
인사를 건내며 안내 받은 방의 문에 붙어 있던 장식그림은 이 방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한번에 알려주고 있었다.



[ 센스 만점! 와이프가 어디선가(?) 구해온 방문 장식 그림이라던데.. ]



문을 열자마자 사진으로만 만났던 자작 아케이드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고, 사방의 진열장에 진열된 수많은 게임 타이틀과 피규어들, 지금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 콘솔 게임기들이 우리를 반겼다.



[ 컴퓨터와 그 오른쪽으로 자작 아케이드 케이스가 보입니다. ]



[ 방의 오른쪽에는 거대한 장식장에 수많은 게임 물품들이.. ]



[ 추억의 슈퍼패미콤, 그리고 그 시절 인기 게임들]



[ 고전이 되어버린 패미콤과 게임보이, 그리고 게임팩들 ]




현재 판매되고 있는 게임들뿐 아니라 이제는 고전 게임기라고 할 수 있는 패미콤, 메가드라이브, 네오지오, 슈퍼컴보이 본체들과 이 고전 게임들용 수많은 게임팩들. 마치 게임 박물관에 온 기분이었다. 콘솔게임기 및 게임타이틀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분들 중에는 훨씬 더 대단한 분들이 많다고 손사례를 쳤지만 이 정도로 수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왜 수집을 시작했을까?


“제가 실제로 이렇게 수집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2005년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처음 모으기 시작한 이유는 ‘내가 그 동안 재밌게 했던 게임들을 모아보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플레이 해보지 않은 게임은 없죠. (웃음)

예전에는 게임을 즐기는 자체가 좋았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도 생기다 보니 실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어요. 최근에는 아들도 태어나서 요새는 정말 조금씩 밖에 못하고 있네요.

게임은 좋아하는데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수집을 하는 쪽에서 재미를 찾고 있어요.”





[ 서랍을 열어보니 TCG 카드부터 시작해서 미니 게임기 까지 잔뜩 ]



[ 한국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보고 계십니다. -_-; ]



[ 스타워즈의 광선검도 보이네요. ]



[ 추억의 아케이드 시스템, 동전을 넣으며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라스트판타지님 ]



이렇게 많은 게임들이 다 즐겨 본 게임이라니, 어린 시절부터 내노라하는 열혈 게이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누구나 게임은 좋아하지만, 이렇게 많은 게임을 누구나 해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공부 안하고 게임만 한다며 많이도 혼났던 기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해 졌다.


“다행히도 제 부모님은 게임을 하는 것을 많이 이해해 주셨죠. 친구들도 매일 놀러 와서 같이 게임하고 놀기도 했구요. 완전 제 방이 오락실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결혼한 이후에도 게임하는 것을 이해해 주는 와이프 덕분에 행복합니다. 얼마 전에는 그렇게 기다리던 스트리트파이터4를 구입하지 못해서 실의에 빠지기도 했었는데, 와이프가 짠~하고 스트리트파이터4를 건내줬어요. 어떻게 구했는지 말은 안해 주고 재밌게 하라는 말만 해주는데, 정말 감동의 눈물이.. 와이프 고마워 ㅠ.ㅠ”



한쪽에 모여 있는 기타를 보면 취미가 게임만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방 한쪽 장롱 문을 열어보니 장식되지 않은 또 다른 레어아이템(?)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찾기도 힘든 80286XT PC부터 386 PC까지..


“기타요? 예전에 미국에 잠깐 공부하러 갔을 때 만난 사람에 배웠었어요. 그 때 작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기타 연주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막상 연습용 기타를 샀더니, 안가르쳐주고 요리조리 매일 도망만 다니는 거였어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2개 구입하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고급 기타를 같이 사자고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샀죠. ㅜ.ㅜ 미국에서는 공연도 두 번 했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친구들과 합주 정도만 해봤네요. 지금은 ‘방구석기타리스트’죠. (웃음)

컴퓨터도 다른 콘솔 게임들을 수집한 것과 비슷한 이유로 모아 놓고 있어요. 지금은 골동품이지만 여전히 전원만 꽂으면 XT용 게임도 할 수 있어요. 5.25인치 디스크로 게임도 보관중입니다.”




[ 창고용 장롱을 열어보니 XT 컴퓨터부터 386까지.. ]




그리고 드디어 PS3 아케이드 케이스에 전원을 넣었보았다. 곧 아케이드 케이스 좌우측의 LED팬이 돌아가며, PS3 구동 화면이 HD화질을 자랑하는 37인치 스크린을 통해 보였고, 우리가 기대했던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 아케이드 케이스를 통해 보는 플레이스테이션3의 구동화면 ]



큼지막한 스크린, 스크린 위쪽으로 보이는 완성도 높은 아크릴 판넬의 스트리트파이터4 로고와 전면의 캐릭터 기술표, 브릿츠 2.1채널 스피커에서 들려 오는 게임 사운드 속에 레버를 돌리며 버튼을 두드리는 경쾌한 조작음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흡사 오락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작을 위해 자연스럽게 팔꿈치부터 올려 놓은 양 손의 느낌 또한 오락실의 그것과 굉장히 닮았다.


“예전부터 대전 격투 게임은 아케이드 스틱을 구매해서 즐겼었는데, 단순히 스틱만으로는 오락실의 그 느낌을 받기 어려웠어요. 좋은 부품을 구입해서 개조 아케이드 스틱을 만들어도 그 느낌을 살리긴 어려웠죠.

그러던 차에 스트리트파이터4의 출시 소식을 듣고, 정말 제대로 오락실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제작을 시작했어요. 통째로 판매되는 아케이드 케이스도 있었지만 너무 고가였고 구입 절차도 어려웠었고요.

그리고 목공방을 드나들며 제작을 시작했죠. 최종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5개월은 걸린 것 같습니다. 전부 수작업에 참조할 수 있는 도면도 없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죠. 정말 고생도 많이 했고 비용도 많이 들어갔지만 최종 완성품을 보고 너무 감동했습니다. (웃음)






[ 5개월간의 제작 기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대전 격투 게임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내 방에도 오락기가 통째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것 같아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을 이뤄낸 것 같아 기쁩니다.

루리웹에 아케이드 케이스 제작기를 소개하고 정말 많은 분이 문의를 주셨어요. 이렇게 만드려면 구체적인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도면을 얻을 수 있는지, 몇몇 분은 판매가 되냐고 묻기도 하셨죠. 제작하면서 특별히 도면은 없었습니다. 현재 완성 품 자체가 도면인 셈이죠.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깜짝 놀랐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처음 앉아서 화면을 볼 때는 오락실보다 다소 큰 37인치 화면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금방 적응이 됐다. 막상 자신은 스트리트파이터4를 많이 해보지 못했다며 실력이 별로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실제로 기자와 대전을 해본 결과 지나친 겸손이었음이 단번에 드러났다. 기자 역시 형편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나름 스트리트파이터4 네트워크 대전 랭킹 점수 2000대인데 도대체 몇 번을 졌는지 기억도 안난다. -_-;




[ 1인용 플레이 모습 ]



[ VS모드 도전! ]



[ 화면을 자세히 보세요. 긴박한 순간입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ㅜㅜ ]



아쉽게도 이 아케이드 케이스는 곧 다른 사람에게 양도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보니 실제로 제작한 이후에 느껴지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몇 분이 꼭 구입을 하고 싶다고 몇 차례나 연락을 하면서 판매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벌써 두 번째 아케이드 케이스 제작 계획이 시작되었다. 기존에는 화면을 오픈 프레임의 LCD로 제작 했었는데, 막상 게임이 아니면 사용되기 힘들어서 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LCD TV를 올려 놓을 수 있는 구조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이스틱 부분도 더 고급화 할 계획으로 일본의 부품 업체에 주문까지 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에 부품 주문 시 금전적인 타격이 막심하다고 한 숨을 쉬기도 했지만, 머지 않아 ‘라스트판타지 아케이드케이스2호’가 선보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나면 의뢰를 부탁한 몇 분들의 것도 제작하려고 해요. 그러나 일단은 제 것부터 다시 만들어야죠. ^^”


그렇다고 라스트판타지 유저가 단순히 콘솔 게임 매니아라고만 말하긴 어색하다. 몇 년 동안 온라인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즐기고 있고, 한 때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노가다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대장군'이라는 칭호까지도 따내기도 했었다. 비록 지금은 사회 생활과 가정 때문에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는 없어졌지만, 그 열정은 식지 않고 수집과 제작이라는 형태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바뀐 것이리라.


게임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게임기와 수많은 게임 타이틀, 생각은 해봤어도 쉽게 도전하기 힘든 자작 아케이드 케이스, 게이머라면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이 모든 것들이 게임을 이해해준 부모님과 와이프 덕분이라며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 태어난 아들 종민이가 어서 커서 같이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머지 않은 미래에 아버지가 만들어준 게임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게임을 하며 즐거워할 종민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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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시간까지 내어 주며 인터뷰를 허락해 주신 ‘라스트판타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__)




이게 다 너의 것이란다. 정말 부럽다. 종민아






Inven Ntter - 공민환 기자
(Ntter@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