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퀴드의 경기력이 롤러코스터다. 5승이나 챙겼지만, 3패를 당했고 패배하는 과정도 좋지 못했다. 압살당하는 경기가 많았다.

경기력 상승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다. '더블리프트'가 최근 경기에서 블라디미르를 다시 꺼냈던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직 과정과 결과가 모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14일 경기 승리 후에 만난 '임팩트'는 현재 팀 문제에 대해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임팩트'는 인터뷰에서 봇 픽에 대한 의견, 지난 리브트 라이벌즈부터 확연히 드러났던 팀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줬다. 또한 최근 이슈되고 있는 북미의 솔로 랭크, 북미 선수들의 프로의식(워크에틱)에 관해서도 의견을 건넸다.


리프트 라이벌즈부터 얘기하면, 조금 아쉬울 것 같은데 어땠나?

많이 배우긴 했다. EU가 생각보다 AP를 잘 쓴다고 생각했다. 거기는 애초에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버렸다. '레클레스'가 직업을 잃었을 정도다(웃음). EU는 정말 봇에 AP를 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느꼈다.

NA는 그냥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해도 돼'라는 기조였는데, 솔직히 원거리 딜러 선수들의 욕심이었다. 그나마 나왔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루시안이나 카이사였는데, 단점이 사거리가 짧아서 AP들 상대로 약하다.

애쉬 같은 챔피언이라도 썼으면 모르겠다. 애쉬는 사거리가 길어서 하이머딩거 터렛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챔피언 상성도 생각하지 않고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뽑았던 게 문제였다. 상대 픽을 전혀 대처하지 않았다. 상대가 하이머딩거를 사용할 걸 뻔히 알고 있는데, 그냥 '풀어봐' 했다가 크게 당했다. 좋은 픽, 나쁜 픽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대 픽을 염두에 둬야 했다.


본인은 봇에 AP를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요새 그나마 한국에서 바루스, 애쉬, 진 같은 챔피언이 나오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나마'다. 정글에 킨드레드나 그레이브즈가 자주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굳이 봇까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쓸 필요가 있나 싶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은 초반에 엄청 약한데 중반도 약하다. 블라디미르는 2코어만 나와도 세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은 그때쯤에 그냥 코 파고 있다가 '어, 죽었네' 해야 한다(웃음).


북미 원거리 딜러 선수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변화는 이미 하고 있다. 그러나 숙련도가 아직 부족하다. 하이머딩거를 하는 선수들을 보면 가끔 어떻게 포지션을 저렇게 잡나 싶을 정도로 의아할 때가 있다. 도주기 있는 챔피언을 하는 것처럼 포지션을 잡더라.

오늘 경기에서도 '애로우' 노동현 선수가 실수를 몇 번 해서 우리에게 찬스가 왔다. 경기가 길어지면 조합상 절대 질 거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상대 실수 때문에 경기를 길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우리 쪽에 문도 박사가 있는데, 상대는 문도 박사를 잡을 수 있는 챔피언이 하나도 없었다.

밴픽을 보고 왜 저렇게 픽을 하나 싶었다. 나 같았으면 무조건 다리우스를 뽑았을 것 같다.



문도 박사 상대로 자르반 4세를 뽑은 이유는 뭐였을까?

중하위권 팀에게 자르반 4세가 좋을 수 있는 건, 이니시에이팅이 좋아서인 것 같다. 그리고 자르반 4세가 초반에는 문도 박사 상대로 강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도 박사가 무조건 이긴다. 오늘 경기도 보면 시간이 갈수록 문도 박사가 CS도 많이 먹고, 경기를 장악할 수밖에 없다. 점점 레벨도 벌어진다. 문도 박사가 16레벨을 찍게 되면 거의 게임이 끝이다.

요새 탑에 이니시에이팅을 할 수 있는 챔피언은 거의 못 나온다. 오른도 사라지는 추세고, 문도 박사-다리우스-갱플랭크 정도가 나오는데 다 이니시에이팅에는 장점이 없는 챔피언들이다. 이니시에이팅을 하려고 자르반 4세를 뽑는 것 같은데, 솔직하게 좋은지 모르겠다. 녹턴이나 갈리오까지 더해지면 자르반 4세가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보통 그렇게까지 상대방에게 픽을 주지는 않는다.


팀 리퀴드 영상을 보면 리프트 라이벌즈 경기에 패배하고 '카인' 장누리 감독이 강하게 피드백을 하더라. 어떤 이야기를 했었나?

감독님은 하이머딩거를 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열어주고 상대에게 처벌을 당했다. 그것에 대해 말했다. 또한 우리가 지고 있을 때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배운 걸 하지 않아서 화를 내셨다. 미드 2차 타워를 밀고 그 이후에 왼쪽에 시야를 먹으라고 하셨는데, 우리가 시야를 먹을 생각을 안 했다.

사실 시야를 먹는다는 게 한 명이 하자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다 같이 해줘야 한다. 만약에 내가 봇 스플릿을 하고 있을 때 "탑 쪽 시야 먹어야 하지 않아?"라고 얘기를 해도, 팀원들이 라인을 먼저 밀고 싶어한다던지, 멍을 때리면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에 모두 미리 생각하고 잘해야 한다.

이번 주 대회를 준비하면서, 게임 중에 다 같은 생각을 하도록 연습을 했는데 뜻대로 잘 안 됐다. 오늘 경기도 이기긴 했는데 경기력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강타 미드를 상대를 안 해봐서, 상대 갱 타이밍이나 여러 가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게 많았다. 나도 그렇고 팀원들도 실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탐 켄치 궁극기를 타고 온 진이 바로 죽은 장면도 있는데, 보면서 어이없어서 웃었다(웃음). "어쩔 수 없다. 그냥 들어가자"라고 콜을 했던 기억이 난다.


북미 솔로 랭크 환경 관련해서 이야기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솔로 랭크가 문제긴 하다. 스크림은 우리도 매일 3블럭(아홉 세트)씩 하고 있다. 그런데 솔로 랭크가 너무 질이 안 좋다. 북미는 로밍을 가면 잘 죽어주고, 시야를 생각 안 한다. 와드가 없어도 그냥 감으로 한다. 한국 서버 시즌3 정도의 느낌이다. 한국 마스터가 북미 챌린저보다 더 잘한다.

아마 핑 문제가 꽤 크긴 할 거다. 나도 핑 때문에 짜증이 나긴 한다. 예전에 솔로 랭크에서 야스오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웨인이나 문도 박사처럼 약간 손 안 타고, 머리로 할 수 있는 챔피언을 많이 한다.

그래도 프로 선수니까 메타에 좋은 챔피언을 최대한 하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야스오 같이 피지컬이 중요한 챔피언은 손이 잘 안 간다. 보통 상대 챔피언 모션을 보고 써야 하는데, 핑이 높으면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야스오의 바람장막을 예측하고 사용하는 거 아니면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게 넓게 보면 악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핑 문제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하는 마음가짐의 차이다. 한국은 승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저의 비율이 높다. 지고 있으면 짜증 내고, 같은 팀원이 이상한 플레이를 하면 질책한다. 그만큼 이기고 싶어 하고, 열정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북미는 지고 있으면 "아 졌네, 다음 판 가자" 이러는 유저들이 많다. 그래서 솔직히 연습이 잘 안 된다.

또 북미 솔로 랭크 문제가 밤 11시나 12시만 지나면 너무 질이 낮아진다. 갑자기 다이아몬드3이랑 매칭이 잡히고 그런다. 이러면 아예 연습이 안 된다. 라이엇 시스템 문제는 아닐 거고, 아마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엇이 조금 더 고티어 유저들에게 솔로 랭크에 대한 보상을 올려주면 어떨까 싶다. 라이엇 돈도 많이 버는데(웃음)... 솔로 랭크 질을 높이려면 보상을 높여서 경쟁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나라면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많이 낼 텐데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솔로 랭크를 등한시하는 프로 선수들도 많아질 것 같다.

연습이 잘 안 되더라도 솔로 랭크를 하면서 챔피언 연습을 해야 한다. 솔로 랭크를 안 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실력이 떨어지더라.

사실 솔로 랭크를 안 해도 스크림을 정말 열심히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런데 솔로 랭크를 안 하면 멘탈적인 문제가 생긴다. 솔로 랭크를 안 하시는 시간에, 다른 걸 하게 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게임을 하든지, 밖에 나가서 놀든지.

잘하는 선수들은 게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을 해야 경기력이 확실히 좋아진다. 정말 많은 선수들을 봐왔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웬만하면 솔로 랭크는 열심히 하는 게 좋다.


중국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쪽은 연습 시간 자체가 정말 길더라. 리프트 라이벌즈 때는 거의 연습 일과 시간으로 14시간을 잡아놨었다고 들었다.

북미 문제가 연습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거다. 다른 팀이 안 하면 스크림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리프트 라이벌즈 대회 기간에 팀에 진짜 스크림를 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대회 때는 시간이 정말 많이 남는다. 근데 상대 팀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더라.

100 시브즈나 에코 폭스 같이 리프트 라이벌즈에 나가는 팀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속으로 '얘네 지고 싶다는 거야, 뭐야'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근데 정말 지긴 하더라(웃음).

EU랑 스크림을 해봤는데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게 느껴졌다. 우리 팀이 2승 3패인가 3승 3패를 했다. 이기는 판도 잘해서 이겼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진짜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미국팀은 '띵까띵까' 하는 느낌이었다. 비난을 하는 건 아니고, 좀 더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중국도 한국을 이기게 된 건 결국 준비를 많이 하고 연습을 많이 해서다. 한국이 열심히 하니까, 우리는 그것보다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하니 결국 이길 수 있는 거다. 내가 한 판이라도 더 해서 다른 선수들을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하면, 단순히 실력이 향상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생긴다.

승리와 게임을 얼마나 절실하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자기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한데, 내 경험상 여기에 신경을 쓰게 되면 확실히 폼이 내려간다. 그래서 가끔 경각심을 가지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얼마나 절실하게 게임에 임하는지. 요새는 다니던 운동도 안 간다. 운동을 다니게 되면 거의 한 시간 반을 잡아먹는다. 한 시간 반이면 솔로 랭크를 두 판이나 할 수 있다.



그러면 경쟁력 있는 신인들이 많아져서, 전체적으로 경쟁심이 높아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이유는 게임 자체를 즐겨서다. 피지컬 문제는 아니다. 어린 선수들은 생각을 많이 하고, 또 생각이 열려있다. 경력이 쌓이면 선수가 고집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귀를 닫는다. 억지로 연습을 많이 하면 하나 마나다. 차라리 쉬는 게 났다. 오래된 선수 중에 피지컬 좋은 사람은 아직도 많다. '마린' 형도 좋은 편이다(웃음). 결국 중요한 건 마음가짐의 차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한국 팬 중에는 북미 LCS를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웃음). 그래서 더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 가고 싶다.

한국-중국 간의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을 봤는데, 나도 아쉬움이 느껴지더라. 2:3으로 져서 더 아쉬웠다. 근데 뭐... 우리(NA)는 거의 박살이 났는데, 그래도 한국은 2:3으로 졌으니(웃음). 한국 팬분들이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은데, 아직 롤드컵도 남았으니 더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