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 가듯 뜨겁게만 느껴졌던 이번 여름. 뜨거운 날씨처럼 치열하게 달려왔던 2018 롤챔스 섬머가 이제 여름의 주인공을 가리는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쉽게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던 역대급 시즌이었던 만큼,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던 시즌이었다.

날씨처럼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이번 여름. 인벤팀에서는 섬머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별로 섬머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두 번째로 만나볼 팀들은 섬머 시즌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리그 잔류에 성공한 팀, '진에어 그린윙스-SKT T1-한화생명e스포츠'다.

▲ 다음 시즌 발전을 더 기대하게 되는 팀들!


■ 승강전 피한 진에어 그린윙스, 다음 시즌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는 여름같지 않은 싸늘한 섬머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7위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한 단계 내려간 8위로 시즌을 마무리 지은 진에어는 내려간 성적만큼이나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간신히 리그 잔류에 성공한 분위기다.

진에어는 시즌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서포터 '레이스' 권지민이 은퇴하면서 빠르게 대체자를 구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특히 진에어에게 봇 라인은 전적으로 승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라인인만큼, 이러한 변화가 반가울리가 없었다.

결국 진에어는 2부 리그 챌린저스 출신의 '노바' 박찬호를 서포터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오랫동안 해외 리그에 나가있었던 '카카오' 이병권 선수도 영입했다. 대체자가 필요한 서포터와 불안정했던 정글을 보강하며 일단 구색을 맞췄지만, 썩 만족스러운 영입은 아니었다. '카카오'의 최근 폼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노바'는 1부 리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 새롭게 영입된 '카카오' 이병권(좌), '노바' 박찬호(우)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 '카카오'의 영입은 아쉬운 한 수가 되었다. 한 때 롤챔스에서 정상급 실력을 발휘했던 '카카오'였지만, 오랜 해외 생활 끝에 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카카오'는 이번 시즌 총 4회 출전하여 전패를 기록했다. 경기 내적으로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운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신인 '노바'는 은퇴한 '레이스'의 공백을 잘 메꿔준 편이다. '노바'는 진에어의 에이스 '테디'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종종 잘리거나 사인이 맞지 않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롤챔스 데뷔 첫 시즌 임을 감안하면 합격점을 줄만하다. '라칸', '탐 켄치'와 같은 챔피언을 주로 선택한 '노바'는 때때로 눈에 띄는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 4전 전패로 아쉬움을 남긴 '카카오'

▲ '노바'는 때때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남겼다 (영상 출처: OGN)


이번 시즌에도 진에어의 키맨은 역시 '테디'였다. 남다른 기량을 뽐내는 원거리 딜러 '테디'는 진에어의 듬직한 포대이자, 승리를 따내는 공식이기도 했다. 메타가 바뀌면서 이런 진에어의 승리 공식도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원거리 딜러들의 약세로 챔피언 풀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디'는 원딜 챔피언 외에도 '스웨인', '블라디미르', '모데카이저' 등 다양한 메타 챔피언을 능숙히 소화해 내면서 자신이 왜 진에어의 에이스로 불리는지 다시 한 번 입증해냈다. 챔피언 풀만 바뀌었을 뿐, '테디'는 원딜 챔피언을 다룰때와 마찬가지로 진에어의 승리를 결정 짓는 포대 역할을 수행했다.

▲ 심지어 '라이즈'까지 잘 다룬 진에어의 에이스 '테디' (영상 출처: OGN)


진에어는 이번 시즌에도 지난 시즌들과 비슷한 강점과 단점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에이스 '테디'를 키워내는 원 패턴의 승리 공식, 잘 풀릴때는 날아다니지만 안정감은 부족한 정글. 오히려 베테랑 서포터가 은퇴하면서 새롭게 팀워크를 다져야 했던 점은 지난 시즌에 비해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진에어는 지난 시즌보다도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승강전을 피하기는 했지만, 9위 MVP와 동일한 승수를 기록하여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4승 14패). 시즌 말미에 강팀 '킹존 드래곤X'와 '그리핀'을 꺾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승수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진어에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에이스 '테디'를 제외한 다른 라인에서의 각성이 절실하다. '테디' 중심의 전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원 패턴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전략을 더 정교하게 업그레이드 하는데 성공해야만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 낮아진 순위, 어느 때 보다도 도전이 필요한 SKT T1

SKT T1(이하 SKT)은 과거 전성기와 비교하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7위라는 낮은 순위를 기록, 플레이오프 진출 조차 좌절되면서 더 이상 '세계 최강'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SKT는 이번 2018 롤챔스 섬머 시즌에 지난 시즌과 동일한 로스터를 유지했다. 친숙한 탑 '트할', 정글 '블랭크', 미드 '페이커', 서포터 '울프'로 구성된 SKT는 아프리카 프릭스와 치러진 첫 경기에서 2:0 패배를 기록했다. 원거리 딜러에 조정이 가해지며 메타 변화가 도래했고,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 경기에서 SKT는 파격적인 밴픽을 보여주기는 했다. 원거리 딜러 '뱅'은 1, 2세트 모두 '룰루'를 사용했다. 메타 픽으로 떠오른 '다리우스'와 '야스오'까지 활용하며 메타 변화에 발맞춘 밴픽을 구사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탑에서 사용된 '트할'의 다리우스는 '기인'의 '아트록스'에 봉쇄되었다. 2세트에는 미드에서 페이커가 '다리우스'를 활용했지만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1, 2세트 연속으로 사용된 '룰루' 원딜 역시 보조할만한 아군을 찾지 못하며 의아한 픽이 되었다. 정글에서는 다소 메타에서 동 떨어진 '스카너'를 꺼내들어 당시 대세로 떠오른 '녹턴'을 꺼내든 아프리카와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 밴픽부터 완벽하게 아프리카에게 밀린 SKT의 섬머 첫 경기 (영상 출처: OGN)


위 경기가 이번 시즌 SKT의 문제점을 요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메타가 크게 바뀌면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변화를 도모하기는 했지만 메타에 대한 해석이 다소 아쉬웠다. 원딜 캐리 능력이 뛰어났던 '뱅'은 챔피언 풀이 바뀌면서 주춤했고, '울프'는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SKT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커'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스오'는 물론, 심지어 '다리우스'나 '이렐리아', '뽀삐' 같은 챔피언을 미드에서 사용하기도 한 페이커의 픽은 여전히 파격적이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소 의아한 장소에서 교전을 시도하다 잘리는 등, 무뎌진 듯한 플레이가 종종 나오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할', '블랭크'로 이어지는 상체 라인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영입으로 기대를 모았던 '트할'은 탑 라인에서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라인전부터 약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블랭크'는 좁은 챔피언 폭이 걸림돌이 되었다. 한창 떠오른 정글 '탈리야'를 초기에 사용할 수 없었고, '녹턴'도 사용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사용했던 '세주아니-트런들'로는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 외의 픽에서는 메타에 뒤쳐지거나, 다소 부족한 숙련도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 전체적인 기량 저하가 눈에 띄고 있는 SKT T1


이렇듯 SKT의 주전급 선수들은 전성기에 비하여 메타 적응이나 기량 저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SKT의 다른 선수들이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블라썸'은 '렝가', '카밀'처럼 '블랭크'가 잘 사용하지 않는 챔피언을 꺼내들었지만 1승 4패로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피레안'은 시즌 후반, 폼 저하가 심각해진 '페이커'를 대신해 출전하게 되었다. 이후 SKT의 4연승에 기여하면서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강력한 미드 라이너를 보유한 '아프리카-그리핀-킹존' 전에서는 라인전에서부터 압도 당하면서 완벽한 대체 카드가 되지는 못했다.

▲ '피레안'의 활약은 지속되지 못했다


현재 SKT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전반적인 기량 저하라고 할 수 있다. 라인전에서 밀리니 주도권을 잡기 어렵고, 메타가 변하다보니 기존에 익숙했던 전략을 실현 시키기 어려워졌다. 바뀐 메타에서 SKT가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낸 SKT에게는 아직 도전의 기회가 남아있다. 정규 시즌 7위라는 순위가 결코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1부 잔류에는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일 것이다. SKT는 중요한 롤드컵 선발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SKT에게는 이제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최강에서 내려온 SKT, 그들이 앞으로 보여줄 도전과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 이번에도 한 걸음 모자랐던 한화생명e스포츠, 한층 더 성장하기를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는 지난 시즌 선수들의 각성이 무엇인지 보여준 모범 사례다. 원래 '상윤' 원맨 팀으로 평가 받던 락스 타이거즈(현 한화생명)는 약체로 꼽히던 '린다랑-성환'의 실력이 만개하면서 경기력 향상에 성공한 팀이다.

스프링 시즌 종료 후 '한화생명e스포츠'로 다시 태어난 이후에도 이 팀의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시즌 발전한 모습은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더한 한화생명은 이제 롤챔스 상위권 팀들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팀이 되었다.

▲ kt 상대로 2:0 승리를 따내는 한화생명 (영상 출처: SPOTV)


한화생명의 힘은 전반적인 선수들의 발전에서 나온다. 원래 '상윤' 원맨 팀으로 불렸을만큼 '상윤'은 한화생명의 '믿을맨'이다. 메타 변화로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이 약세일 때, '상윤'은 '라이즈'를 선택해 세트 4연승을 챙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상윤이 특정 픽에 고집한 것은 아니다. '카이사-이즈리얼-바루스-진-애쉬-자야'와 같은 원딜부터, '오리아나-스웨인-블라디' 같은 비원딜 챔피언까지, 특정 형태의 원딜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챔피언을 소화할 수 있는 상윤은 탱 서폿들을 잘 다루는 '키'와 함께 다루기 좋은 돌격소총처럼 다재다능하게 팀 승리에 기여했다.

▲ 한화생명의 든든한 봇 라이너, '상윤'


지난 시즌부터 각성한 '린다랑-성환' 상체 라인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번 시즌 한화생명에는 또 다른 선수가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소식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라바' 김태훈이다. 롤챔스 데뷔 초창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라바는 지난 시즌 팀 성장과 함께 중심을 찾아가기 시작한 선수였다.

이번 시즌에는 자신감이 붙은 '라바'의 캐리가 더해지면서 '상윤'과 함께 팀 승리를 함께 이끌어 나갔다. '라이즈-조이-탈론-스웨인-갈리오' 등 다양한 챔피언을 꺼내든 '라바'는 특히 '라이즈-조이'처럼 변수를 만들어 내거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챔피언들을 주력으로 사용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바'의 활약은 MVP 순위 공동 2위(900점)로도 확인할 수 있다.

▲ 엄청난 전투 능력을 보여준 '라바' (영상 출처: OGN)


발전한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성공했고, 성숙함을 더해가고 있는 한화생명. 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플레이오프와는 연이 없었다. 5위 아프리카 프릭스와 같은 승수(10승 8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승점에서 밀리며 마지막 한 단계를 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 섬머 시즌을 다소 아쉽게 마무리 지었지만, 현재 한화생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주 양호하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한화생명은 팀 내의 단점보다는 발전 해야할 부분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인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이 더욱 실력 향상에 정진한다면 상향 평준화된 롤챔스 상위 팀들을 충분히 재칠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