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노조, 처음으로 사내에서 설명회 진행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지회장 배수찬)가 노조원과 직원에게 최근 체결된 잠정 협약안 설명회를 회사 내 1994홀에서 금일(26일) 진행했다. 스타팅포인트가 회사 내 공간에서 설명회 자리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스타팅포인트는 사측이 허락하지 않아 다른 회사 건물 회의실에서 노조 설명회를 이어갔다.
오늘 설명회에서 스타팅포인트는 단체협약의 주요 내용인 △포괄임금제 폐지 △전환배치 제도 개선 △유연근무제 개선 △복리후생 및 모성보호 확대 등 다양한 복지를 노조원과 직원에게 설명했다. 단체협약은 내달 4일, 5일에 진행되는 조합원의 찬반투표로 확정된다. 통과되면 오는 8월부터 넥슨코리아 모두에게 적용된다.
먼저 배수찬 지회장은 "노조 가입 대상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걸 회사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팀장급과 인사, 재무, 총무 담당자는 가입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진행된 네이버 노조 쟁의도 가입 제한 대상이 문제였다. 스타팅포인트에 이러한 가입제한은 없다. 다만, 노조 간부로 활동할 때 근로시간 면제는 불가 등 일부 적용 제외가 있다. 적용 제외더라도 복지와 근로자 조건은 일반 노조원, 직원과 같다.
넥슨코리아의 포괄임금제 폐지는 먼저 체결된 네오플과 내용이 같다. '직장인 익명 앱'에서 우려하는 연봉 저하 문제에 대해서 배수찬 지회장은 "회사가 인건비 증가에 부담을 느끼니 연봉이 예전처럼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동결이나 저하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상승률까지 예전처럼 이어가는 것은 회사에서도 부담이기에 노조가 부드럽게 접근하는 취지에서 양보했다"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부득이하게 초과근로 52시간이 넘으면, 정확하게 측정해 보상한다. 일률적이었던 저녁 식사 1시간 공제는 실시간 공제로 개선된다. 이전까지 넥슨 직원은 저녁 식사를 20분간 갖더라도, 1시간이 차감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실제 식사 시간만 공제가 된다.
퇴근 이후 상사의 SNS를 통한 업무 지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게임 회사의 특성상 서버가 터지는 것과 같이 불가피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퇴근 후에 상사가"서버가 터졌다"라는 말을 메신저로 했을 시 직원은 출근하라는 것인지, 집에서 해결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서버가 터졌다는 상태만 이야기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만약 일을 시킨다면, 앞으로 상사는 이메일을 보내 '명확하게' 지시하도록 개선된다.
개발자 직원에게 불합리했던 전환 배치는 안정적으로 바뀐다. 이전까지 넥슨 내에서는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폭파되면' 소속 개발자들은 다른 팀에 '면접'을 보러 다녀야 했다. 회사 내에서 또 구인구직이 있었다. 이때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하면 3개월 이내에 권고사직을 받았다. 소정의 위로금과 함께 회사를 나가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에 스타팅포인트는 조합원이 전환배치 과정에서 도움을 준다.
회사의 영업이익 0.5%를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나누어 갖는 내용이 추가됐다. 영업이익은 넥슨 일본법인이 아닌, 넥슨코리아 기준이다. 영업이익 0.35%는 기준 연봉에 따라 전 직원에게 배분하고, 0.15%는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또한, IT 지회 중 최초로 회사와 노조가 함께 근무 시간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개발 특성상 어느 팀은 주 40시간을 일하고 다른 팀은 52시간씩 일하는 문제가 있다. 팀들의 업무 시간을 사측과 노조가 공유해 모든 직원들이 '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개선할 것을 협약안에 넣었다.
단체 협약 이후에 스타팅포인트는 교섭 법인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넥슨레드'와 '넥슨GT', '띵소프트' 교섭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 외 법인에 대해서는 교섭권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설명을 마치고 배수찬 지회장은 "노동권의 불모지였던 게임업계에 권리를 세우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일이었다"라며 "이제 우리는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나아가려 한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일상의 작은 용기로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를 지켜달라"라고 노조원과 직원들에게 부탁했다.
한편, 설명회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매각설과 관련해 직원들은 정리해고를 걱정하는데,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배수찬 지회장은 "NXC의 경영권만 팔리는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이론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며 "그런데도 정리해고가 있으면 회사 앞에서 텐트를 치는 등 대판 싸우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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