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이 2018 스토브리그를 거쳐 '슈퍼팀' 로스터를 완성했을 때, 그리고 시작된 2019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다소 기복있는 플레이로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에도 LoL e스포츠 관계자 사이에서 항상 나왔던 이야기가 있다.

'SKT T1이 '고점'을 찍었을 때의 경기력은 가히 파괴적일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팀적 호흡이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에는 엄청난 시너지가 발휘돼 폭발적인 경기력을 뿜어낼 수 있을 거란 평가였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 듯한 '칸' 김동하와 '마타' 조세형,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의 모습에 기대감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SKT T1은 3일 펼쳐진 킹존 드래곤X와의 경기서 그간의 아쉬움을 한 번에 씻어버리는 시원한 경기력이 터져나왔다. '칸'-'페이커'로 이어지는 상체 라인이 오랜만에 캐리의 중심에 섰고, 빈틈 없는 지독한 스플릿 운영으로 상대의 목을 조이기도 했다.


1세트 - 상체의 주도권, 숨막히는 스플릿 운영
제이스로 부할한 '칸' 김동하

밴픽에서부터 양 팀의 생각이 갈렸다. SKT T1은 제이스-르블랑을 배치에 초반 주도권과 스플릿 푸쉬가 강력한 상체를 꾸렸고, 원거리딜러로 버티기 좋고 후반이 보장된 시비르를 선택해 안정감을 더했다. 반면, 킹존 드래곤X는 미드 카르마와 자야-라칸 조합으로 '데프트' 김혁규의 힘을 크게 살렸다.


때문에 SKT T1의 상체가 짊어진 짐이 컸다. 라인전 단계에서 충분한 이득을 취해야 원하는 그림을 편하게 그릴 수 있는 조합이었는데, SKT T1은 그 숙제를 완벽하게 해냈다. '클리드' 김태민의 리 신과 '페이커'의 르블랑은 완벽한 호흡으로 미드 균형을 무너뜨렸고, '칸'의 제이스는 일방적으로 블라디미르를 괴롭히며 탑에서 유의미한 격차를 벌렸다.

성공적으로 라인전 단계를 마친 SKT T1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실수 없는 날개 운영이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정돈된 한타에 좋은 쪽은 자야를 중심으로 한 킹존 드래곤X의 조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야가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치자 킹존 드래곤X는 한타를 원했고, 대형 오브젝트인 바론으로 SKT T1을 쉴새 없이 유혹했다.

하지만, SKT T1은 흔들리지 않았다. 킹존 드래곤X의 위협적인 바론 시도에도 '칸'은 꿋꿋하게 킹존 드래곤X의 본진만 두드렸다. 정석적인 '줄 건 주자'식 운영이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바론을 가져간 킹존 드래곤X였지만, 그 사이 본진은 제이스의 망치에 초토화됐다.

▲ 돌아오지 못한 킹존 드래곤X의 본대

SKT T1의 정교한 운영은 마지막 순간에 가장 크게 빛을 발했다. 이번에는 장로 드래곤을 둔 수싸움이었다. 장로 드래곤을 두고 본대 간의 대치 상황이 지속되자 순간적으로 '페이커'와 '테디'를 제이스 쪽에 합류시켰고, '클리드'와 '마타'는 장로 드래곤을 마무리한 킹존 드래곤X의 본대가 귀환하지 못하게 발목을 붙잡았다. 당연히 SKT T1의 잘 큰 딜러 삼인방은 눈 깜짝할 새에 넥서스를 터트렸다.


2세트 - '데프트 엔딩' 원천 봉쇄
'데프트' :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1세트가 상체의 주도권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독한 스플릿 운영으로 승리를 가져왔다면, 2세트는 애초에 시작부터 상대의 한타 의지를 꺾어버린 경기였다. SKT T1은 경기 내내 5명이 모두 함께 '데프트'-'투신'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시작은 '클리드'에 '페이커'까지 합세한 4인 다이브였다. 완벽한 스킬 활용과 깔끔한 어그로 핑퐁을 통해 손해 없이 킹존 드래곤X의 봇 듀오를 모두 잡아낸 SKT T1은 다음에는 '칸'을 불러내 또 한 번 2킬을 챙겼다. 킹존 드래곤X의 캐리 라인이 순식간에 4데스를 적립했다.

거기에 더해 '칸'은 이후 2차 타워에서 CS를 받아먹고 있는 '데프트'에게 앞점멸로 풀 콤보를 쏟아부어 세 번째 죽음을 안겼다. '데프트'의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데프트'가 고통받는 사이 킹존 드래곤X가 가져간 건 미드 타워 단 하나 뿐이었다

▲ 2세트 종료 시점의 경기 스코어

'데프트'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킹존 드래곤X 조합의 약점이 더 크게 드러났다. 요릭과 질리언을 배치하며 1세트와 비슷하게 '데프트'의 캐리력에 의존하는 조합을 꾸렸기에 대미지가 너무 부족했다. SKT T1은 1세트보다 더 편하게, 원하는 대로 스노우볼을 쭉쭉 굴리며 퍼펙트 스코어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

SKT T1이 킹존 드래곤X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말그대로 완벽했다. 조합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을 정확히 꾀고 있었고, 해야 하는 플레이를 실수 없이 정확히 수행해냈다. 특히, 상체의 캐리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무결점 운영을 보여줬다는 점을 앞으로를 생각해봤을 때 더욱 고무적이다.

SKT T1의 바로 다음 상대는 '1신' 그리핀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긴 하지만,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1라운드 때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장면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또한, 그리핀도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치는 상대에게는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기에 좋은 밴픽이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흠집을 낼 수도 있다.

'슈퍼팀'에게 정규 시즌 3위는 만족할 만한 성적이 아니다. 더 높은 순위, 더 나아가 더 큰 무대를 위해서라도 무결점 승리가 이번 한번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리핀을 포함해 킹존 드래곤X보다 강한 상대에게도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SKT T1의 순항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