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이 그리핀과 결승에서 만난다. 오는 13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스플릿 대망의 결승전이 열리고 봄의 왕좌에 오를 주인공이 가려진다. 2018년에 있었던 두 번의 LCK 결승에 SKT T1은 참석하지 못했으니 약 2년 만의 LCK 결승 진출이다. 지난 2017년에 kt 롤스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그들의 마지막 우승 커리어다.

한동안 SKT T1이 LCK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어색했던 시기도 있었다. 특히 2015년에 그랬다. 오랫동안 지속됐던 그들의 독주 체제에도 조금씩 금이 갔고 SKT T1도 대대적 리빌딩을 감행했다.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한 주전급 멤버들과 결별했던 SKT T1은 타 팀 에이스로 불렸던 선수들을 대거 영입, '드림팀'을 갖췄다. 이제 그들은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기 위해 단 한 걸음만 남겼다.


역대급 스토브 리그
'드림팀' 구성 완료한 SKT T1

시작은 지난 2018년 11월 20일이었다. SKT T1은 팀의 주축 멤버였던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을 비롯해 '운타라' 박의진, '트할' 박권혁, '블랭크' 강선구, '블라썸' 박범찬, '피레안' 최준식과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그동안 기존 라인 중에 한두 군데만 조금씩 손봤던 SKT T1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대규모 계약 종료에 이은 대규모 영입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은 또 한 차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SKT T1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은 범상치 않았다. 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모였다. 킹존 드래곤X에서 캐리력을 발휘했던 '칸' 김동하와 bbq 올리버스의 '여포'로 불렸던 '크레이지' 김재희가 팀의 탑 라인을 책임지게 됐다. 정글러로는 LPL에서 이름을 날렸던 '클리드' 김태민과 삼성 갤럭시의 초중반을 담당했던 '하루' 강민승이 합류했다. 바텀 라이너와 서포터 자리에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핵심이었던 '테디' 박진성과 kt 롤스터의 야전 사령관이자 잔뼈 굵은 베테랑 '마타' 조세형이 이름을 올렸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이들은 단숨에 '드림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팀의 모기업인 SK텔레콤도 사보에 SKT T1의 선수들과 팀을 소개하는 글을 담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이들의 행보에 기대를 모았다. 김정균 감독 하에 새롭게 팀을 이끌 '제파' 이재민 코치와 김상철 코치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SKT T1의 새로운 로스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한 가지 약점 정도를 굳이 꼽자면 이 정도였다. 워낙 각 팀에서 주도적으로 플레이했던 선수들인 만큼 손발이 맞기 전까진 경기력이 드러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 말고는 딱히 약점을 꼽기도 힘들 정도였다. 스프링 스플릿이 개막하기 전까진 그랬다.


위기? 삐끗?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던 SKT T1

역대급 스토브 리그를 거쳐 팀을 재정비했던 SKT T1은 2018 KeSPA컵에서 처음으로 공식 경기를 치렀다. 당시 그들은 기존 LCK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던 APK 프린스에게 세트 스코어 2:0 완승을 거뒀다. 팀을 새롭게 꾸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괜찮은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세 번째 상대였던 담원 게이밍에게 세트 스코어 1:2로 패배, KeSPA컵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이들의 경기를 기다렸던, 그리고 수준 높은 경기력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도 출발은 좋았다. 진에어 그린윙스를 상대로 2:0 승리,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도 2:0 승리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실수는 있었지만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결국 승리를 차지했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 경기였다. 샌드박스 게이밍에게 세트 스코어 1:2로 패배하더니 담원 게이밍에게 2:1로 분전 끝에 승리했다. 누가 봐도 불안한 경기력이었다. 그러다가 그리핀을 만났을 땐 무력하게 무너졌다. 0:2 패배도 패배였지만, 1세트는 '퍼펙트' 패배였다. '드림팀'이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은, 그리고 모두의 기대에서 벗어난 결과였다.


심각할 정도로 연패를 기록했다거나 졸전을 벌였던 적은 오히려 없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래서 더 문제였다. 합이 아직 맞지 않았다는 말을 계속 하기엔 경기력이 너무 지속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이길 것 같았던 경기에서 어이없이 패배한 적도, 이보다 더 완벽한 팀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경기도 있었다. 경기 내 실수는 여전히 이어졌고 이게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았던 경기들, SKT T1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실수를 해서 이겼던 경기들. 스플릿 개막 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크게 넘어진 적은 없었지만 꼭 한 번씩 삐걱거렸던 SKT T1. 어쩐지 낯이 익기도 한 그들의 경기력에 아쉬움을 느꼈던 적이 스플릿 개막 전에 예상했던 횟수를 넘어갔다.


어느덧 2위로
'손발만 맞춰지면'의 현실화? 다시 왕좌 노리는 SKT T1

그럼에도 SKT T1은 흔들리지 않았다. 팬들의 기대에 살짝 미치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경기력을 안정 궤도로 올렸다. 그 결과,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 SKT T1은 그리핀을 제외하고 상대 전적에서 모든 팀에 밀리지 않았다. 담원 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만 SKT T1과 1:1 동률을 보였다. 14승 4패라는 SKT T1의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성적도 그렇게 확정됐다.

단지 성적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었다. 어딘지 불안하고 호흡이 맞지 않아 보였던 부분을 대부분 수정했다. 스토브 시즌 중에 한 유저가 '손발만 맞춰지면 이거 이길 답 안나온다'고 했던 댓글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탑 라인에 캐리력 챔피언의 메타가 도래하면서 SKT T1의 경기력이 더욱 상승했다.

▲ '클리드' 김태민(좌), '테디' 박진성

주전 멤버들이 한 번씩 흔들렸지만, '클리드'와 '테디'는 매번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클리드'는 과거에 SKT T1의 약점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정글러의 역할을 빼어나게 수행했다. 경기의 맥을 정확히 짚고 그 쪽에서 초중반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정규 시즌에 출전했던 정글러 중에 킬 관여율 3위, 25게임 이상 출전한 정글러들 중에서는 단독 1위(75.5%)을 기록했다. 그리핀의 '타잔' 이승용보다 근소하게 앞선 킬 관여율을 보였다.

그러자 대부분 중후반을 지향했던 SKT T1의 운영에 날개가 달렸다. 무난하게 혹은 유리하게 자신들 조합의 약한 타이밍을 풀어간 SKT T1은 넘치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테디' 역시 매 순간 자신의 캐리력을 숨김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는 '바이퍼' 박도현에 살짝 밀려 모든 바텀 라이너 중에 평균 킬 포인트 2위(약 3.7)을 기록했다. 최다 킬 포인트 부문에서는 총 161킬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퍼'보다 더 많은 출전 횟수로 평균 킬 포인트에서 밀린 모양새다.

스플릿 중반까지 흔들림을 겪었던 '페이커'와 '칸'도 맹활약 중이다. 팀의 바텀 라인 중심 운영 등 다양한 요소로 존재감을 잘 보여주지 못했던 '칸'은 제이스나 블라디미르, 아트록스, 피오라와 함께 날아올랐다. 제이스로 5승 3패, 피오라로 5승 0패, 블라디미르 4승 0패, 아트록스 4승 1패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팀 내 대미지 비중은 26%로 탑 라이너 중에 4위, 솔로킬 횟수는 10회로 탑 라이너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치명적인 실수를 보이는 등 불안한 폼을 보였던 '페이커'도 스플릿 후반으로 갈수록 팀의 핵심 역할을 잘 해내면서 대형 스타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안정감에서 남다른 수치를 보였다. 자주 출전한 미드 라이너 중 평균 데스 부문에서 '쵸비' 정지훈에 이어 공동 2위(1.8, 공동 2위는 '쇼메이커' 허수)를 보였다. 사실 '페이커'는 이런 데이터 측면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플레이로 팀을 도왔다. 특히, 킹존 드래곤X와의 대결에서 아칼리로 상대 자르반 4세를 중요한 순간에 암살하고 빠져나오는 장면은 SKT T1의 결승 진출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흔들림은 있었지만 넘어지지 않았던 SKT T1. 그 결과, 그들은 약 2년 만에 LCK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새로운 구성원들과 함께 약 3개월 간 손을 맞추며 경기력을 끌어 올린 SKT T1이 그리핀을 꺾고 새로운 디자인의 LCK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왕의 귀환'인 셈이다.


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

그리핀 vs SKT T1 - 오후 5시(잠실 실내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