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CK에서 가장 '핫'한 정글러를 꼽자면 꼭 들어가는 선수가 있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정글러 '온플릭' 김장겸이다. 그가 세주아니를 상대로 케인을 꺼냈을 때 많은 이가 주목했던 것도 위의 이유 때문일 거다. 세트 패배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23일 종각 롤파크서 열렸던 2019 우리은행 LCK 섬머 스플릿 15일 차 2경기에 샌드박스 게이밍이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2:1로 꺾었다. 선두 경쟁 중인 그리핀과 승수를 맞췄다. LCK에 합류한 지 두 스플릿 만에 1라운드 중간 집계 2위. 샌드박스 게이밍은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2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세트 득실에서도 웃기엔 시기상조다. 3위로 자신들을 바짝 추격 중인 킹존 드래곤X와 세트 득실이 같다. 그래서 이번 kt 롤스터전 2:1 승리가 기쁘면서도 마음에 걸렸을 터.

'온플릭'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는데 kt 롤스터의 경기력이 올라온 모습에 당황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으니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경기에 임했고 승리했으니 만족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테랑들로 구성된 kt 롤스터의 선발 라인업도 '온플릭'과 샌드박스 게이밍에겐 쉽지 않은 요소로 다가갔다. 실제로 상대해본 kt 롤스터는 '노련함'이 느껴지는 팀이라고 했다. "경력이 짧은 선수들은 상황이 불리해지면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kt 롤스터는 그러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경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으니 본격적으로 궁금했던 걸 질문했다. '온플릭'은 2세트에 세주아니를 상대로 케인을 꺼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세주아니의 카운터다. 하지만 케인은 중반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팀은 세트 패배를 겪었다. 야심차게 준비했을 케인 픽이 무위로 돌아갔다.

"케인은 세주아니 카운터로 뽑았다. 랭크 게임에서 케인-유미 시너지도 잘 나는 편이라 그것도 노렸다."

'온플릭'은 케인을 뽑으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노렸다. 케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세주아니의 카운터라는 것, 그리고 '조커' 조재읍이 꺼냈던 유미와의 시너지였다.

왜 케인이 세주아니의 카운터로 불릴까. 이 질문에 '온플릭'은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케인은 세주아니를 상대로 정글링이 편하고 아군 라이너가 이기고 있다는 전제하에 카운터 정글도 리스크 없이 수행 가능하다. 또한, 상대가 카운터 정글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케인 쪽에 주도권이 있으니 그걸 활용해 갱킹을 시도하기도 좋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케인은 패시브 '다르킨의 낫'을 빠르게 채워 다르킨으로 활약 가능하다."

그럼 '온플릭'은 왜 2세트에 위의 플레이를 수행하지 못했을까. 가장 먼저 라이너들의 주도권 상실이 떠올랐고, 그의 답변도 같았다.

"라이너들의 상성이 역상성으로 바뀌었다. 미드 라인에서 '도브' 김재연의 조이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탑 라이너 '써밋' 박우태의 케넨은 솔로킬을 허용하기도 했다. 성장과 카운터 정글에 특화된 케인이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럼 케인은 언제 꺼내는 것이 좋을지 궁금했다. 상대가 세주아니를 가져갔다면, 그 다음 조건은 뭘까.

"케인을 꺼낼 땐 아군 라이너들이 싸움에 특화된 챔피언들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상대하는 팀의 성향인 것 같다. 2세트엔 kt 롤스터의 라이너들이 싸움을 회피하는 움직임을 보여 오히려 케인을 플레이하기 힘들었다. 담원 게이밍이나 아프리카 프릭스처럼 싸움을 좋아하는 팀 상대로는 케인도 괜찮을 것 같다."

이처럼 조건이 많이 붙는 케인이 계속 대회 경기서 세주아니의 카운터로 불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보통 꺼내기 위한 조건이 많이 따르는 챔피언들은 대회 경기에서 보기 힘들다. 케인도 그럴 것 같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케인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픽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확실히 앞으로도 나올 기회가 적을 것 같다. 그래서 세주아니는 부동의 1티어라 거의 밴되는 실정이다."

그의 설명처럼 세주아니는 부동의 1티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팀별 밴픽 전략상 풀리기도 한다. 그랬을 경우에 케인 말고 다른 카운터 챔피언이 있진 않을까. '온플릭'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올라프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승률이 워낙 낮다. 세주아니를 가져간 팀에 근접 AD 브루저가 하나라도 있으면 성능이 더 올라간다. 상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본다. 딱히 상대로 뽑을 것도 없는 것 같다."

선호하는 챔피언인 케인으로 승리하진 못했지만, 샌드박스 게이밍은 이번 kt 롤스터전 승리로 어느덧 5승째 달성했다. 그는 1라운드 남은 경기 전승이 목표라고 당차게 답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바로 다음 단계인 젠지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밴픽 싸움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젠지는 픽 성향이 확실하다고 본다. 그 부분을 노려 밴 카드를 구성하고 우리가 준비한 픽을 꺼내면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솔직히 kt 롤스터를 상대로도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힘들게 이겼다(웃음). 젠지전도 이 부분에 집중해서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