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발표 이후 20만원에 근접했던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려 12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8월 26일 현재 14만원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지만 25만원, 30만원이 머지 않았다고 하던 한두달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입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나올 블레이드 앤 소울, 리니지3, 길드워2 등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시세를 생각하지 않고 장기보유를 하겠다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주가의 하향에 대해 경제, 증권가에서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로열티가 기대보다 낮았다'라는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도 한국 못지 않은 초대박을 터뜨리고 로열티 수입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는데, 그 기대가 한풀 꺾인 것입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의 실적발표 자료에서 저는 아이온 보다는 리니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워낙 꾸준히 해오던 리니지와 리니지2이기에 아이온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지만, 지표로 나타난 리니지와 리니지2의 성적이 심상찮았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2009년 2분기의 리니지와 리니지2의 국내 분기 매출이 (실적발표 자료가 공개된 2004년 1분기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추세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 리니지 2009년 국내 매출, 처음으로 1,000억원 이하 예상



    ◈ 리니지는 2004년 이후 2008년까지 5년 연속으로 국내 연간 매출 1,000 억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국내 매출만 놓고 보았을 때 리니지2를 앞서고 있습니다. 참고로 리니지2는 국내 연간 매출이 1,000 억원을 넘은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 2004년 1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총 22회의 분기 실적중, 국내 매출 300 억 이상이 두번이며, 250억 이상은 17회입니다.

    ◈ 2009년 2분기에 기록한 209억 2천만원의 리니지 국내 매출은 2004년 이후의 실적중 역대 최저입니다. 아울러 역대 2분기 매출만을 놓고 보았을 때도 최저의 기록이며, 2009년 1분기의 리니지 국내 매출도 역대 1분기중 최저입니다.

    ◈ 리니지의 상반기 국내 매출은 처음으로 500 억원을 넘지 못하고 463억 6천만원 에 머물렀습니다. 반기로 볼 때 리니지는 평균적으로 상반기에 50.59%, 하반기에 49.41% 의 매출 비중을 점하고 있는데, 이 수치를 그대로 대입하면 2009년의 연간 매출은 916 억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이럴 경우, 역대 처음으로 연간 국내 매출이 1,000 억원을 넘지 못하게 되며, 전년도에 비해 100 억 가량 하락하게 됩니다. 2006년에 1,107억 2천만원의 국내 매출을 기록한 뒤 해마다 연간 매출액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 리니지2, 분기 국내 매출 200 억 밑으로



    ◈ 2004년 이후 리니지2의 분기 국내 매출은 항상 200 억원을 넘겨왔습니다. 그러나 2009년 1분기와 2분기는 모두 200 억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역대 1분기, 역대 2분기 기록상 모두 최저 국내 매출입니다.

    ◈ 리니지2의 2009년 상반기 국내 매출은 374억 9천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반기 국내 매출이 400 억 이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리니지2의 국내 매출은 평균적으로 상반기 49.4%, 하반기 50.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입하면 리니지2의 2009년 국내 매출은 758억 8천만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이럴 경우 역대 처음으로 연간 국내 매출이 800 억 이하로 하락하는 셈입니다.


  • 리니지 시리즈 위기의 몇가지 이유

    매번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할 때마다,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에 관한 질문은 있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의 응답은 '계절적 특수에 기인한 것, 에피소드 업데이트와 방학 특수로 인해 다음 분기에서는 회복할 것'이라는 내용의 멘트를 곧잘 날렸고 지금까지는 그것이 현실화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2009년 1분기와 2분기의 실적을 보고는, '더 이상 그 멘트의 효력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특히 실적 하락이 눈에 띄는 시기가 아이온의 상용화 이후라는 것이 더욱더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상용화 이후 리니지는 만으로 11년, 리니지2는 만으로 6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 무수한 도전작들이 나왔었지만 그 아성을 깨뜨리지 못했습니다. 게임의 재미가 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시 이탈했다가도 다시 원대복귀하곤 하는 것이 그간의 패턴이었습니다. 일부 이탈하는 유저들이 있지만, 과거에 접었던 유저들의 회귀가 그것을 커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처럼 크게 성공하는 게임이 나오고 그 게임이 리니지 시리즈에 비견될 정도가 되면, 그로 인해 이탈하여 돌아오지 않는 유저들의 수가 눈에 띌 정도가 됩니다. 아이온 전체로 보면 리니지 시리즈에서의 이탈 유저가 일부분일 뿐이지만, 리니지 시리즈가 보여준 그간의 견고한 동접과 매출을 한단계 하락시키기에는 충분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나올 게임들중 아이온 못지 않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Yes 입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리니지3, 엔씨소프트와 소송으로 아직 얽혀있는 前 리니지3 개발팀이 주축이 되어 개발하고 있는 테라, 역시 엔씨소프트 출신인 송재경 XL 게임즈 대표가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 X 외에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등 여러 게임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이 게임들이 줄줄이 실패한다면 모르되, 아이온이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보여줄 경우 아이온 못지 않게 리니지 시리즈가 굴곡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신규 유입 유저나 회귀 유저가 더욱 줄어들 것이기에 동접과 매출 유지에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현금거래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리니지와 리니지2의 접속자 중 생산된 아데나를 일반 유저들에게 현금으로 팔아 돈을 버는 작업장 계정이 상당수 있습니다. 작업장 계정이 게임 내에서 계속해서 존재하려면 '작업장이 획득한 아데나를 일반유저들에게 팔아서 번 돈이 작업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준수익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리니지 시리즈의 유저들의 이탈이 일정 규모가 되어 작업장이 생산해 내는 물량을 더 이상 소화해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게임내 경제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아이온의 성공? 대체자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리니지와 리니지2의 2009년 연간 국내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각기 100억원씩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라는 것이 위의 세 챕터에 대한 결론입니다.

    아마 다른 게임사 관계자들은 짜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간 국내 매출 100억이면 그래도 한국에서 괜찮게 나가는 게임인데, 그 100억만큼 매출에서 떨어져나간 뒤에도 들어오는 돈이 각각 900억, 760억이라니 하면서 한탄할 법도 합니다. 참고로, 국내 중견 MMORPG 라고 할 수 있는 데카론의 2008년 연간 국내 매출은 81억 5천만원, 카발은 102억 9천만원, 로한은 90억원 가량입니다. 리니지의 예상 하락폭은 작년 매출의 10% 정도인데, 이 정도 금액이 이들 게임의 연간 국내 매출액 수준입니다.

    아이온의 성공으로 인해, 외형적 측면에서 엔씨소프트는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몇년째 3천억원대에 머무르던 매출이 2009년에는 훌쩍 뛰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 애널리리스트들에게 제공한 가이던스, 즉 2009년의 예상 매출액은 무려 5,860 억이고 영업이익은 1,800 억에 이릅니다.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아이온이 성공하면 할수록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입니다.

    아이온이 나오기 전 리니지와 리니지2만 엔씨소프트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던 시절 (길드워도 있었지만), 엔씨소프트에 쏟아진 시선 중 하나는 '리니지 이외에 아무 것도 없지 않나' 였습니다. 아이온이 성공한 지금에는 오히려 '리니지와 리니지2가 불안한데'로 상황이 역전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매출원, 여러 성공 게임들이 버텨줘야 하는데 지난 10년간 그 축을 이루어주던 2개의 게임이 슬슬 위태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온의 성공으로 인한 회사의 성장 못지 않게, (이제는 확실히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 리니지 시리즈의 대체자가 필요한 시기일 것입니다. 아이온으로 인해 엔씨소프트가 여유를 되찾았다? 오히려 저는 '여유를 되찾기보다는 한숨을 돌렸다'라고 쓰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리니지 시리즈가 짧은 시간에 큰 변동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간 세간의 평가를 뒤엎고 11년, 6년을 버텨왔던 저력을 절대 무시할 순 없으며, 그간 플레이해온 유저들의 애정과 게임의 매력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시리즈는 앞으로도 몇년간은 (점차 하락하겠지만) 다른 게임들보다 높은 국내 매출을 올려줄 것입니다. 또 해외 매출 역시 상당하기에 재정적으로 엔씨소프트에 큰 타격을 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자필쇠이듯, 그간 훌륭히 연장해온 정점을 지나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2분기 실적발표이기도 했습니다.

    그간 무수한 공성을 훌륭히 수성해온 리니지 시리즈의 위기를 눈으로 확인시켜준 것이 정작 자사의 또다른 게임인 아이온이라는 것이 기자에게는 역설적으로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