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전석환 실장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전석환 실장이 "이미 게이머와 게임업계 사이 신뢰 관계는 무너졌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업계 스스로 고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난 23일 KGC에서 밝혔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이번 KGC에서 인디게임, 확률형 아이템, 양산형 게임을 다뤘다. 양산형 게임 주제는 전석환 실장이 맡았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전석환 실장은 자신과 아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19살인 그의 아들은 아버지 직업 '게임 개발자'가 부끄러워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를 고민한 그는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기나긴 논쟁, 5년간 같은 소리만 나왔던 것, KGC를 연다고 하니 댓글로 '열어봐야 뭐하나'와 같은 이야기가 아들이 게임개발자인 나를 부끄러워하는 이유와 같은 거 같다"고 전했다.

양산형 게임이 무엇인가에 대해 전석환 실장은 "등급강화, 진화, 테마던전, 요일던전 등이 클리셰처럼 들어가고 VIP 시스템과 선정적인 광고가 들어가면 양산형 게임이라 치부하는 거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 양산형 게임에서는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인데 서버를 같이 쓰기도 한다. 유저가 A게임에 50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운 뒤 B게임에 접속했는데, 스킨만 바뀐 채 같은 성능의 캐릭터가 있는 경우다.

전석환 실장은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는 이유를 찾고자 주위 게임업계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가 전한 답은 "개발사와 퍼블리셔 모두 양산형 게임인 것을 알면서도 낸다"였다. 개발사 입장에서 양산형 게임은 비용이 낮고, 기존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다. 전석환 실장은 "심지어 같은 소스코드를 그대로 쓴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 양상현 게임은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 투자대비 기대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전석환 실장은 "그래도 개발사는 양산형 게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만, 퍼블리셔는 심각성을 인지 못 하더라"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러나 전체 게임이용률과 10대, 20대 게임이용률은 감소 추세다. 이를 두고 전석환 실장은 "양산형 게임 범람으로 인해 점차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2017년까지 게임산업 매출


▲ 저연령대 이용률은 낮아지고 있다

양산형 게임 폐해를 막기 위해 산업이 해야 할 일로 전석환 실장은 "개발자들의 '압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과 "기획 초기 사업화를 위한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단순히 트렌드만 좇지 말고 압도적인 고민을 해야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다.

또한, 개발자가 좋은 게임을 만들더라도 결정권자 앞 발표에서 드랍되는 경우가 잦다. 좋은 게임을 설명하는 발표 스킬이 약해서다. 전석환 실장은 "개발자가 자신의 좋은 아이디어를 결정권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어야 끝까지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성공한 개발자 뒤로 오오라가 비춰지는 문화가 있다. 성공한 개발자 말에는 신뢰가 더 간다. 전석환 실장은 좋은 게임을 만든 개발자가 앞에 나서 양산형 게임 문화에 대해 개선책을 말하길 바랐다.

새로운 관리 기구 등장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석환 실장은 "확률형 아이템, 선정성 광고 등 민간주도 기구로는 개선된 사례가 없다"며 "확률 공개에만 그치는 소비자 기만행위를 그만하고, 선의의 게이머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루어지려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기구가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전석환 실장은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지난 지스타에서 했던 얘기를 꺼냈다. 당시 방준혁 의장은 "이전에는 개발 속도와 장르 선점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려 한다"고 전했다. 이 말을 두고 전석환 실장은 양산형 게임 10개보다 웰메이드 게임 1개가 낫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전석환 실장은 "게임산업인 모두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야만 우리 게임산업은 터닝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등을 돌린 게이머들과의 신뢰 회복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