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는 2019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울산(이하 케스파컵) 8강 2라운드 A조 경기인 샌드박스 게이밍과 그리핀의 경기가 치러졌다.

1세트에서는 팽팽한 공방 끝에 샌드박스가 후반 위기를 넘겨 어렵게 그리핀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였고, 2세트에서는 샌드박스가 초중반부터 우위를 점해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은 LEC의 미스핏츠에서 활동 후 한국 팀으로 복귀 후 처음 치르는 대회로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2:0 승리를 거둔 샌드박스 게이밍의 서포터, 고릴라와의 경기 후 인터뷰 전문이다.




오랜만이다. 그간 샌드박스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어떻게 보냈나?

한국 스타일 알잖나(웃음). 연습, 스크림 꾸준히 하고, 쉴 땐 쉬고.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다.


케스파컵은 자신들의 전력을 점검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상대팀의 경기력도 앞서 엿보고 말이다. 오늘 경기를 해보니 소감이 좀 어땠나?


우리가 빠르게 로스터가 만들어져 그나마 연습을 일찍부터 한 팀에 속한다. 그런데 그리핀과는 연습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팀의 전력에 대해선 일부 감이 오기도 했는데, 그리핀과는 그런 것이 없어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 안심이 된다.


경기 전, 팀 분위기는 어땠나? 고릴라가 긴장을 할 정도면 더 어린 팀원들은 더욱 긴장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동료들은 겁이 없더라. 긴장을 하는 척만 하는 것 같다. 본 게임에 들어가면 연습때보다도 더 잘하더라. 오히려 내가 간만의 LCK 복귀전이기 때문에 더 긴장했다. 게다가 내가 한국에서 활동할 때, 그리핀 상대로 많이 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보니 그리핀이라는 이름에 압박을 느끼곤 했다.


LCK, 특히 넥슨 아레나의 분위기 자체도 엄청 오랜만일 거다. 특별한 기분이 들기도 하나?


그렇다. 사실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할 적부터 불안해했다. 한국을 떠날 적에도 경기력이 좋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복귀했을 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도전을 하고 싶어 돌아온 것이었다. 오늘같은 결과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좋지 않을까 한다.


도전의 의미가 크게 담긴 복귀라면, 상대 전적이 좋지 않았던 그리핀과의 승부-그리고 승리가 좋은 영향이 될 수도 있겠다.

맞다. 안 좋은 징크스를 스스로 깰 수도 있는 기회였다. 물론 이건 이겼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웃음).


지난 주 경기들을 봤을텐데, 그 중에서 좀 인상깊은 봇듀오가 있었나? 아니면 기대하는 봇듀오는?

지금 어느 팀이든 못 하는 팀은 없다. 그 중에서도 정석적으로 잘하고 있는 봇듀오는 젠지의 ‘룰러’와 ‘라이프’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한화생명 이스포츠의 봇듀오 역시 어떤 경기를 펼칠 지 예측할 수가 없다. 열려있는 픽밴과, 정노철 코치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팀원들과는 친해졌나? 팀원들을 재미로 한줄 요약을 해 본다면?


우리 팀 내에서 ‘서운도’라는 별명이 있다. ‘서밋’, ‘운(?)플릭’, ‘도브’를 묶어 부르는 애칭이다. 이 셋은 정말 다른 차원의 개성이 있다. 나쁜 쪽이 아니고,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레오’는 이번 경기의 무게감이 있었음에도 책임있게 경기를 치러줬다. 그런 선수다.


여전히 ‘프레이’ 김종인과의 봇듀오 호흡 비교가 많이 들리곤 한다. 그 당시의 시너지와 새로운 봇 멤버들과의 시너지에 어떤 차이가 있나?


‘프레이’ 형과 했던 적엔, 프레이는 ‘오더형 원딜’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분담받는 역할이 좀 적어,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멤버인 ‘루트’와 레오도 운영을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괜히 나 스스로 ‘서포터로서 뭔가 해줘야겠다’고 느끼게 된다.


조커를 제외하면 맏형 아닌가? 여전히 현실 서포터로서 선수들을 챙겨주기도 하나?


내가 챙기기도 전에, 감독님께서 먼저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려 하고, 선수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잘 알려 하신다. 그래서인지 감독님께서 나를 보자마자 ‘너는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 라고 하셨다. 내겐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다. ‘조커’ 형도 워낙 선수들을 잘 챙겨줘서,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고보니 지난 해 샌드박스는 빠르게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아쉬움도 남은 팀이기도 했다. 올해 고릴라와 함께 하는 샌드박스는 어떤 팀이 될까?


샌드박스에선 신입으로서, 내가 있는 상태에서의 이 팀의 연습과 운영, 플레이를 오랜 시간 쭉 지켜봐왔다. 결론은 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허점은 약간 있지만,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코치진과 선수들이 융화된다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같이 뛸 팀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오늘 살면서 처음으로 0킬 0데스 0어시로 경기를 마칠 뻔했다. 그래도 팀원들이 어떻게든 어시라도 주겠다며 우물에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내가 0/0/0이 나오더라도 우승할 수 있는 팀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버스를 타시겠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