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 회사 구석진 자리에서 갑자기 '둥둥' 북소리와 비슷하게 비장감 넘치는 BGM이 흘러나온다. 자리에 앉은 기자는 모니터를 끄고 BGM에 부응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알수 없는 주문을 읊조리고 있는데, 딱 봐도 '나 지금 강화 중인데 엄청나게 간절해'라는 표정이다.

리니지2M 플레이하면서 강화하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누구는 여러 개를 모아 한 번에 한다던가, 어떤 이는 누군지 모를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또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배경으로 두는 이도 있다. 참 사람마다 취향이 여러가지듯 다양한 일색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행위를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게 또 막상 그냥 하라고 하면 쫄리는 구석이 생겨 뭐라도 해보고 싶어진다. 왜 있잖은가 게임을 하면서 스킬 이름을 외치거나 키를 세게 누르면 보다 쎄질것 같은 느낌 말이다.

자 그래서 소개해 본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행위들은 믿거나 말거나로 노약자 심신 미약자 등 누구나 따라 해도 무방하다. 또한, 한 번에 여러 행위를 같이하면 확률이 오를 수도 있으려나... 참고로 위에 이야기한 강화 시도는 다행히도 실패했다. (ㅋㅋ)


▲ 가즈아!!!!!! 떴냐?




■ 유형 1. 버프형

먼저 소개하는 유형은 자신에게 축복 버프를 주듯이 특정 노래 또는 배경음악을 튼다거나, 좋아하는 연예사진을 보며 강화를 하는 유형이다. 가장 쉽고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도 여러 파로 나뉜다.

- BGM파

BGM 즉 배경음악을 버프로 활용하는데 웅장함을 바탕으로 경건함을 강조하는 것이 보통이다. 혹은 빠른 탬포로 특정 순간에 맞춰 이팩트를 줘서 해당 타이밍에 강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가사말을 이용하기도 한다. 추천하는 BGM으로 아프리카 노래 "Na Wan Ray"가 있다. 분명 아프리카말로 부르는데 한국말이 들린다. 계속 듣고 있으면 정말 뭐라도 나올꺼 같은 최면에 빠져 성공률이 올라간다는 신봉자도 꽤 많다.


☞ 정말 뭐라도 나올 것 같은 추천 BGM 1 'Na Wan Ray' - 유튜브 바로가기
☞ 웅장함에 끝. 추천 2 '바바예투' - 유튜브 바로가기


- 연예인 사진파

어떤이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며 뽑거나 강화를 하기도 한다. 윈도우 배경 사진으로 둔다거나 아니면 특정 짤을 만들어 강화창을 덮고 복권을 긁듯이 조금씩 조금씩 스크롤을 말아 올린다.

사실 몇 번 따라 해본 것인데,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면서 기분 좋게 강화한다는 것도 있지만, 스크롤을 조금씩 말아올릴 때 마다 심장을 쪼이는 느낌은 참 뭐라 말할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을 준다. 물론 성공했을 때 쾌감도 크더라.


▲ 연예인 사진 바탕으로 깔고, 짤을 덮고 화살표 방향으로 조금씩 쪼이면서 까는 재미!



- 내가 보면 망해파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 등 내가 보거나 응원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이 보고 있으면 부정이 탈까봐 차마 보지는 못하고, 강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보고 있으면 심장이 터질꺼 같은 기자와 같은 쫄보라면 강력 추천해보는 방식이다.

강화 버튼을 누르고 모니터를 끄거나, 아니면 다른 윈도우 창으로 가려버리면 된다. 이후 떨리는 가슴을 안고 최종 결과만 확인하자. 뭔가 하이라이트가 빠진 느낌이 있긴 하지만, 망해도 심장이 막 아프거나 하지는 않더라.


- 비나이다, 비나이다파

자신이 믿는 신을 향해 아니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강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결과 전까지는 엄청나게 부르짖으며 간절히 바라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육두문자가 쉐도한다. 아마 욕먹는 대상은 오래 살 것이다.

여기에 보다 경건함을 추가하기 위해 강화 전 깨끗하게 손을 씻는다거나 심지어 목욕재계까지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간절함이 만큼이나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 손만 씻어서 그런가 색깔이 왜이래..




■ 유형 2. 다다익선형

리니지2M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본 유형이고, 보통 강화를 할 때 많이 이용한다. 여러개의 아이템을 동일한 강화 수준으로 맞춘 후 하나씩 강화해 피라미드처럼 위로 올라가며 숫자를 줄여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 무기 10자루를 준비한 후 전부 +7로 도전하고, 성공한 +7들로 다시 +8, +9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최종으로 남게되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강화 후 남는게 깔끔하다. 물론 다이아도 깔끔해진다.

보통은 한 가지 아이템을 여러개 구입하여 시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운만 좋다면 대량의 고강화 장비를 얻어 판매할 수 있는 행운이 생기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말이다.


▲ 설마 하나는 뜨겠지.. 컬렉션 좀 채워보자.




■ 유형 3. 등가교환의 법칙형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고 하면 연성을 아니아니..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루는 것을 뜻한다. 이를 기본 바탕으로 제물을 바치는 유형으로 액땜을 하듯 강화전에 일부러 실패하는 방식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확률적으로 연속으로 실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의 실패 후 도전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리기도 한다. 하지만 리니지2M은 그 어려운 걸 참으로 쉽게 해내기도 하여, 10연속 실패는 우습게 발생하니 도전하기 전에 참고하자.

또한 제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성공하고, 원한 것이 실패하여 혈압이 오르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니 튼튼한 맨탈은 필수다.

그래도 등가교환 법칙형은 꾸준히 사용되고 있으며, 위에 설명한 다다익선형과 병합하여 하나를 위해 여러개를 희생하여 성공했다는 인증도 상당 수가 된다.


▲ 아니 왜 제물인 너만 남았냐고




■ 유형 4. 나만의 명당형

리니지2M은 자동 사냥이 되기 때문에 굳이 마을로 이동하는 수고나 시간의 낭비 없이 사냥터에서 바로바로 강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성공률이 높은 곳이 생기면 일부러 해당 장소를 다시 찾아와 도전을 하게 된다.

물론 신빙성이나 성공에 대한 보장은 없다. 하지만 믿자. 믿음만이 보답을 해줄 것이다.

기자의 경우 처음 강화 성공 장소가 글루디오성 마을 신탁 석상이었기에 중요한 강화가 있을 때 마다 찾고 있는데 지금까지 성공률은 반반을 자랑하고 있다.


▲ 아무렴 신성한 기운을 받아야 성공하지




유형 5. 내 손은 똥손

무엇인가를 하면 꼭 나만 빼고 되는 느낌이라던가. 평소에 자신은 운이 없는 똥손이라 생각된다면, 운 좋은 사람의 기운을 받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명 대리 강화다. 스트리머나 BJ들이 방송 콘텐츠로 자주 이용하는데, 멀리 갈 것 없이 주위에 보면 꼭 운 좋은 사람들이 한 두명 있으니 맡겨 보자.

개인적으로 기자는 혼자 안될 때가 많아 금손들의 기운을 자주 빌리곤 한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여자 친구, 심지어 처음보는 사람(피시방 미인 알바, 카페에서 봤던 미인, 옆집 미인 등)에게도 부탁해 시도했었는데, 현재까지 최고는 어머니 버프였다.

안방에서 TV 보시던 어머니를 소환하여 강화하면 잘되었는데, 특히 캐쉬 장신구나 축복받은 무기/방어구 강화가 +2로 곧잘 성공했다. 최근에는 성공하면 어머님이 용돈을 요구하시기 때문에 무료로 쓸 수 있는 말 못하는 조카(2살)를 대신 이용하는 중이다. 이것도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 어무니 버프로 +6 성공. +7 까지 ㄱㄱ? 라는 어머니 말에 ㅇㅋ라고 할뻔했다




마지막 여담. 너무도 +10 다크스크리머가 가지고 싶어 위에 이야기한 다양한 행위들을 최대한 중첩해서 도전해 봤다. 무기 5개를 제물로 먼저 바치고(중첩 1), BGM "나와라야~"를 틀어놓고(중첩 2), 소녀시대 태연 사진을 배경으로 두고(중첩 3), 모니터를 끄고(중첩 4), 열심히 씻긴(중첩 5), 조카를 대리고(중첩 6), 신탁서 신상 앞에(중첩 7)섰다.

이렇게 중첩 럭키 세븐으로 +8 다크스크리머에 축복받은 강화 주문서를 발라 +10을 노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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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런 조카빨 버프는 아직인가.. 용돈 좀 드리더라도 엄마 버프쓸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