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에게 있어서 '블레스'는 아픈 손가락이다. 블록버스터 MMORPG를 천명하고 7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들어갔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남은 건 '블레스'에 대한 실망감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역시 컸다.

그랬던 '블레스'가 돌아왔다. '블레스 언리쉬드'로. 단순히 점 하나 찍고 돌아온 게 아니다. 사실상 타이틀과 리소스를 제외하면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세계관을 비롯해 시스템, 스토리 라인까지 전부 뜯어고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투 시스템의 변화다. 탱딜힐 위주의 전통적인 MMORPG 문법을 따랐던 '블레스'와 달리 '블레스 언리쉬드'는 콘솔 플랫폼에 최적화된 콤보, 회피 기반의 화려한 전투 시스템을 내세웠다. '블레스'는 물론이고 기존의 MMORPG와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단순한 논타겟팅 MMORPG가 아닌 기존의 MMORPG와는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무장한 '블레스 언리쉬드'다. 그럼에도 '블레스'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이머들 역시 적지 않다. 과연 '블레스 언리쉬드'는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식 CBT에 앞서 FGT를 통해 '블레스 언리쉬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블레스 언리쉬드'의 스토리 라인은 '블레스'와 사뭇 다르다. '블레스'는 찬탈자로 불리는 황제와 정식 황위 계승권을 가진 황태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플레이어가 황태자에 편에 서서 세력을 규합하고 황제의 음모를 밝히는 권력 투쟁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블레스 언리쉬드'에서 플레이어는 텔라온 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신과 신을 거스르는 이들 간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서 모험을 시작하고 세계를 파괴하려는 거대한 악에 맞서는 왕도적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바뀐 건 스토리 라인만이 아니다. 핵심적인 변화로 전투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여타 많은 MMORPG가 탱딜힐 기반의 시스템을 채용했지만, '블레스 언리쉬드'는 논타겟팅 액션을 채용했다. 물론, 논타겟팅 MMORPG가 없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탱딜힐이라는 시스템은 고수했다. 그러나 '블레스 언리쉬드'는 다르다. 탱딜힐이라는 그 근본을 뿌리 뽑았다. 탱커에 해당하는 가디언과 힐러랄 수 있는 프리스트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역할을 강제하진 않는다. 가디언이나 프리스트도 얼마든지 딜러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드 스킬과 회복 스킬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직업적 특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탱딜힐 구분이 없는 액션 MMORPG를 표방한 만큼, 보스를 상대하는 방식 역시 다르다. 기존의 MMORPG에서는 탱커가 어그로를 끌면 딜러가 딜을 넣고 힐러는 파티의 체력을 책임졌다. 이런 기존의 방식이 주는 만족감도 분명 있겠으나 이러한 방식은 태생적인 단점도 내포하고 있었다. 바로 역할이 강제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인던을 돌기 위해선 탱딜힐 조합이 필수였기에 인기 있는 직업과 그렇지 못한 직업이 나뉘곤 했다.

하지만 '블레스 언리쉬드'는 다르다. 필드 보스나 인던에서 협력한다는 건 같지만, 그 외에는 싱글 액션 게임의 전투 시스템과 유사하기에 직업 조합을 신경 쓸 필요 없다. 장비 점수가 터무니없이 낮거나 파티 플레이가 필수인 경우가 아니라면 가디언이나 프리스트 혼자서도 얼마든지 필드 보스를 잡을 수 있다.

▲ 블레스에 따라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로 특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직업 간 구분마저 없다는 건 아니다. 각각 고유 스킬과 자원을 가져서 전혀 다른 양상의 전투를 펼칠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블레스'로 역할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일종의 특성 시스템으로, 어떤 블레스를 장착했는가에 따라 콤보 조합과 스킬이 달라지기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프리스트를 예로 들자면 딜러에 가까운 프리스트가 될 수도, 힐러에 가까운 프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몬스터의 공격을 예측해서 피하거나 패턴을 익혀서 반격하는 콘솔 스타일 액션을 추구한 만큼, '블레스 언리쉬드'의 파티 시스템은 지금까지의 MMORPG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하나의 역할에 국한되는 게 아닌, 보스의 패턴 그 자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강력한 스킬을 준비하면 힘을 합쳐 스킬을 캔슬시키거나 속박당하면 이어질 패턴에 앞서 QTE로 빠르게 속박을 해제해야 한다.

▲ 보스의 스턴이나 속박은 QTE로 풀거나

▲ 강력한 스킬은 게이지가 차기 전에 피해를 입혀 끊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파티 플레이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FGT에서는 필드 보스를 제외하면 이에 대한 명확한 체험은 불가능했다는 점을 미리 전하고자 한다. 일부를 대상으로 한 FGT였기에 메인 던전을 비롯해 다수의 플레이어가 협동해서 잡아야 하는 필드 보스들은 전혀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필드 보스를 대상으로는 말 그대로 맛만 보는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그럼에도 이러한 액션을 중심으로 한 플레이 스타일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솔로 플레이가 가능한 필드 보스에 국한됐지만, 기존의 MMORPG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그러한 만족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적어도 솔로 플레이가 이 정도라면, 추후 파티 플레이에서는 색다른 액션을 안겨주리라 생각된다.


성장에 대한 방식 역시 기존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MMORPG는 퀘스트를 통한 레벨업, 그리고 장비 파밍을 한 후 인던을 돌면서 강해지는 방식이다. '블레스 언리쉬드' 또한 큰 틀에서 보면 이 문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블레스 언리쉬드'의 퀘스트 보상은 상당히 짜다. 인던이나 필드 보스 보상 역시 마찬가지다. 보상 상자에서는 부위와 등급이 랜덤으로 나오기에 그저 이를 반복하기만 해선 장비 점수를 올리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 인던과 필드 보스 파밍은 다소 운이 필요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블레스 언리쉬드'는 최근의 MMORPG에선 보기 드문 성장 방식을 가져왔다. 파밍 대신 제작으로 장비 점수를 올리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제작 아이템의 성능은 그렇게 좋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전설템이라고 불리는 몇몇 아이템을 제외하면 대부분 파밍으로 얻는 게 더 빠르고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블레스 언리쉬드'는 반대다. 제작이 메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채집으로만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제작하기 위해선 보스가 주는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블레스 언리쉬드'의 인던과 제작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하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제작과 사냥을 꾸준히 해야만 강해지는 구조다.

▲ 좋은 장비에는 보스를 잡고 얻어야 하는 재료가 필요하기에 사냥과 채집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성장 요소에 대해서는 일말의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등을 통한 성장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꾸준히 퀘스트 동선만 따라가서는 금세 한계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많은 MMORPG에서 장식에 가까웠던 채집과 제작을 메인 콘텐츠로 가져온 것은 좋았으나 반대로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잠시 아쉬운 점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는 핵심 시스템으로 내건 논타겟팅 전투에 대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블레스 언리쉬드'의 전투 시스템은 두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는 근거리와 원거리 직업군의 차이다. FGT에서 체험해본 결과 압도적으로 원거리 직업이 유리했다. 원거리 직업이라고 특별히 공격력이 약한 것도 아니고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압도적으로 쉽다. 어떤 보스는 공격력 저하 디버프를 주변에 거는데 이 역시 원거리 직업은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근거리 직업이라면 보스를 장판에서 빼 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여러모로 원거리 직업이 유리하다.

▲ 회피하지 않고도 보스의 공격을 그냥 피하는 수준

직업간 밸런스 외에도 전투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태생적인 아쉬움도 있다. 논타겟팅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반응 속도다. 1초도 안되는 순간, 적의 모션을 보고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FGT에서 체험한 결과 '블레스 언리쉬드'는 그 정도는 아니다. 미묘한 입력 지연이 느껴졌다. 적의 공격을 보고 바로 피하려고 했지만, 약간의 딜레이로 인해 그대로 맞는 일이 허다했다.

이외에도 콘솔에 최적화된 UI/UX 문제도 있다. 창을 여닫는 것부터 시작해 많은 부분들이 콘솔에 최적화됐기에 마우스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당장 해결해야 할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순 없겠으나, 불만은 이런 사소한 불편을 통해 누적되는 법인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였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FGT이기에 '블레스 언리쉬드'의 많은 콘텐츠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는 점을 미리 알리고자 한다. 제대로 된 전투를 체험해볼 수 있는 던전은 매칭이 되지 않아서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간신히 한두 번 한 게 전부고 여러 플레이어가 협력해야 하는 필드 보스 역시 끝내 쓰러뜨리지 못했다. PvP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20레벨에 도달하는 순간 필드를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PvP가 가능해지지만, 이 역시 중간에 퀘스트가 막혀서 체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 FGT 환경 상 파티 및 협력 플레이는 거의 체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블레스 언리쉬드'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줄곧 얘기한 것처럼 기존의 MMORPG 문법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과 이러한 것들이 마냥 어설프지 않다는 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입력 지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액션 자체는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MMORPG를 찾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블레스 언리쉬드'는 꽤나 매력적인 게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게임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이미 몇 번이고 본듯한 그런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블레스'라는 IP가 가진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는 순간, 이런 선입견을 깔끔하게 날려버린 '블레스 언리쉬드'다. 그렇기에 혹여 선입견을 가진 게이머들이 있다면 일단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게임을 하는 순간 그런 선입견은 단숨에 날아갈 것이라고 보장한다.

▲ 액션만 놓고 보면 MMORPG 가운데 몇 없는 묵직한 손맛을 자랑한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조작과 관련한 입력 지연은 치명적인 문제다. 액션을 표방한 만큼, 정교한 조작은 필수불가결이다. 첫 인상이 이후 많은 것들을 좌우하는 만큼, CBT에 앞서 조작 등 전투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급선무다.

다행인 점은 이제 1차 CBT라는 점이다. 아직도 발전할 여지는 많다. CBT에서는 FGT보다 더욱 나은 모습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블레스 언리쉬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