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번 스토브 리그의 최대어였던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를 영입하며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줄곧 중하위권만 기록했던 암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A급 선수들과 함께 찬란한 미래로 나아가는 일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2020 KeSPA컵에서 보인 경기력과 관계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아직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망은 회색빛에 가깝다.

'쵸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미드 라이너 중 한 명이다. LoL에서 미드 라이너가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그가 어느 팀에 속하든 해당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따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화생명e스포츠와 스크림을 진행한 팀의 관계자들은 "'쵸비'는 분명 위협적인 선수지만, 다른 위험 요소가 없다"고 밝히며 "새로운 승리 플랜을 찾지 못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을 것"라는 의견을 전했다.

'쵸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정글러 케어를 받지 않는 대신 로밍보다 본인의 성장을 지향하고, 레벨과 아이템 우위를 바탕으로 한타에서 맹활약하는 것이다. 와중 상대 정글러가 찾아온다면 그걸 흘려내면서 다른 팀원들에게 기회를 쥐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러한 플레이로 다수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소속 팀이 그리핀과 DRX였기 때문이다. '쵸비' 캐리의 밑바탕엔 '리헨즈-바이퍼', '데프트-케리아' 봇 듀오의 단단함과 탑 라이너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팀원들이 바뀌었지만 '쵸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쵸비'의 CS 수급과 성장 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하는 팀은 그를 공략하기보다 신인 선수들로 가득한 탑-정글과 갓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데프트-뷔스타'를 파고들면 된다. 본격적인 한타 시점으로 넘어가기 전에 다른 라인에서 발생한 누수로 인해 '쵸비'의 캐리력은 빛이 바래버리는 거다.

물론 이는 다른 라인이 뚫리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다. 전력 차이가 비슷할 경우엔 지금까지의 승리 플랜을 그대로 적용해 승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LCK 팀들의 탑-정글엔 '모건-두두', '아서-요한'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가 다수 포진해 있다. 또 봇이 아무리 잘 버틴다 해도 상대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다이브를 받아낼 순 없으리라.

결과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쵸비'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플레이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그의 강점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 상대를 무너뜨릴 것인가. 확실한 것은 팀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면 2021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담원 기아를 비롯한 강팀들을 꺾을 수 없다는 거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데프트' 김혁규의 존재다. 선수단과 관계자 전원이 인정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그는 다른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후반 다수의 코어 아이템을 갖춘 후의 캐리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데프트'의 지휘 아래 선수들의 기량과 인게임 호흡이 향상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다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무난한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상위권까지 노려볼 수 있겠다.

한편, "최근 메타에서 미드 라인 영향력이 줄어든 게 아쉽다"고 밝힌 손대영 감독은 "보완할 점이 많아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으며, 팀원들이 서로 적응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항상 잘하겠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올해는 말뿐이 아니란 걸 보여드리고 싶다.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고 있으니 뭔가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과연 한화생명e스포츠는 스토브 리그의 승자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LCK 프랜차이즈 도입 초년의 첫 승자로 등극할 것인가.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개막일인 13일(수) T1과의 대결을 시작으로 한화생명e스포츠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1라운드, 한화생명e스포츠 경기 일정

1월 13일 VS T1
1월 16일 VS DRX
1월 22일 VS kt 롤스터
1월 24일 VS 젠지
1월 27일 VS 프레딧 브리온
1월 29일 VS 담원 기아
2월 4일 VS 아프리카 프릭스
2월 7일 VS 리브 샌드박스
2월 18일 VS 농심 레드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