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원정대라는 타이틀과 함께 거창하게 출발했던 젠지 e스포츠의 2020 시즌은 냉정하게 말해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그래서 주전 멤버 변화 없이 맞이하는 2021 시즌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

젠지 e스포츠에게 2019년은 격변의 한 해였다. 우선 젠지 e스포츠는 2020 LCK 스프링 스플릿이 끝난 뒤, 스타크래프트 선수 시절부터 LoL 팀의 코치와 감독을 맡기까지 19년의 세월을 함께 했던 최우범 감독과 계약을 종료했다. 단점으로 지목받은 다소 수동적인 팀 컬러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가 담긴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후 주영달 감독대행 체제에 들어선 젠지 e스포츠는 2020 MSC를 기점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맞이한다. 마치 LPL 팀들처럼 끊임없는 교전을 통해 템포를 올리고, 스노우볼을 굴리는 경기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체질 개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결과는 글쎄였다. 섬머 스플릿에서는 최종 3위에 그쳤고, 롤드컵에서도 G2 e스포츠에게 완패를 당하며 8강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맞이한 스토브 리그. '라스칼' 김광희-'클리드' 김태민-'비디디' 곽보성-'룰러' 박재혁은 다년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고, 계약이 만료된 '라이프' 김정민과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젠지 e스포츠는 주전 멤버 전원을 유지하게 됐다. 거기에 '플로리스' 성연준과 특급 유망주 '카리스' 김홍조-'버돌' 노태윤을 추가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코치진 쪽에서는 주영달 감독대행을 감독으로, 아카데미를 담당하던 김다빈 코치를 1군 코치로 내부 승격시켰다. 주영달 감독이 주로 선수들의 멘탈 케어를 담당하기에 전력 분석를 담당할 코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던 가운데, 탑 e스포츠를 지도하던 '꿍' 유병준 코치를 데려오며 그 공백을 메웠다.

확실히 강력한 로스터다. 호흡을 맞춘 지 2년 차에 접어드는 주전 멤버와 거기에 신선함을 한 스푼 더해줄 서브 멤버의 조화가 좋다. 주전 멤버의 변화가 없는 팀은 젠지 e스포츠가 유일하기도 해 출발선에서 몇 발자국은 앞서 나가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1최강으로 불리는 담원게이밍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관계자들 사이에선 젠지 e스포츠의 스크림 성적이 꽤나 좋다는 소문이 돈다. 스크림도르라는 우스갯소리도 존재하지만, 어쨌든 스크림은 본 게임이 시작되기 전 팀들의 상태를 짐작해볼만 한 가장 좋은 지표다. 당연히 담원게이밍이 무적함대 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다고 하고, 그 뒤를 잇는 게 젠지 e스포츠다.

냉혹한 평가가 뒤따랐던 2020 시즌은 이제 과거로 미뤄두고, 새롭게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급격한 체질 개선을 시도하면서 조금 어긋나거나 빠진 조각들을 잘 끼워맞추는 것이다. 2년 차를 바라보는 젠지 e스포츠의 반지원정대, 그에 걸맞게 얼마나 완성도를 높여왔느냐가 차기 시즌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젠지 e스포츠 1라운드 일정

1월 13일 vs kt 롤스터
1월 15일 vs 프레딧 브리온
1월 21일 vs T1
1월 24일 vs 한화생명e스포츠
1월 27일 vs 담원게이밍
1월 30일 vs 리브 샌드박스
2월 3일 vs DRX
2월 5일 vs 농심 레드포스
2월 18일 vs 아프리카 프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