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생물이 365일 다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365일 모두 잘하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그렇지만 경기력은 우리가 열심히 해서 고쳐 나갈 수 있다.

- '베릴' 조건희 인터뷰에서 -

작년부터 시작된 DWG KIA의 파란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LCK-롤드컵도 모자라 KeSPA컵까지 우승으로 휩쓸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여전히 LCK 스프링 1R 1위로 달리는 중이다.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데, DWG KIA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기에 놀랍다.

물론, DWG KIA라고 ‘베릴’의 말처럼 모든 경기가 '기계'처럼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브리온 블레이드에게 패배를 기록했고, 최근 KT전에서도 첫 세트를 내주면서 스프링 1R의 마무리가 깔끔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DWG KIA는 패배의 경험을 통해 더 강해질 줄 알았다. 2020 최강자라는 타이틀에 스스로 얽매이지 않고 지금도 성장함과 동시에 변화할 줄 알았다. 올해 팀원-코치진, 메타-LCK 프랜차이즈 등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DWG KIA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메타 변화에 맞서다 : 전령은 기본, 용도 양보 못 하는 DWG KIA



DWG KIA LCK 20 섬머-21 스프링 팀 지표 변화

2020 / 2021
평균 경기 시간 : 27분 58초 / 33분 12초
경기당 협곡의 전령 획득 수 : 1.39(1위) / 1.38(1위)
경기당 드래곤 획득 수 : 2.36(4위) / 3.14(1위)

작년과 비교해 올해 장기전이 잦아졌다. 미드에 AP 메이지가 나오고 후반 캐리력이 뛰어난 원거리 딜러들이 대세가 되면서 생긴 변화다. 작년 여름에 폭발적인 속도를 자랑했던 DWG KIA의 경기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음을 알 수 있다. 협곡의 전령을 확보해 30분이 되기 전에 경기를 끝내는 DWG KIA 역시 이제 후반을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

이런 변화에 따라 새로운 흐름의 승리 공식이 필요해졌다. 초반을 대표하는 협곡의 전령과 중-후반에 필요한 드래곤을 모두 챙기는 것. 드래곤 획득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DWG KIA는 작년 여름과 달리 올해는 드래곤 사냥에도 힘을 실어줬다.

아무리 DWG KIA라도 전령과 용이 쉽게 따라오진 않는다. 작년까지 전령 전투만 잘 설계하면 됐지만, 이제는 드래곤까지 확보해야 하는 두 가지의 과제를 가졌다. 여기서 빛났던 건 DWG KIA가 두 오브젝트를 모두 확보하기 위한 전투였다. 보통의 팀들이 하나를 챙기면 다른 하나를 내주기 마련인데, DWG KIA는 두 오브젝트를 모두 가져올 줄 알았다.




▲ 사방에서 상대 제압 후 뭉친 DWG KIA

해당 장면에서 DWG KIA는 드래곤을 챙긴 뒤 전령으로 진격한다. DRX가 전령 사냥을 마무리할 법한 시기에 들어가 이를 빼앗을 수 있었다. 이 때 DWG KIA가 진입하며 상대를 사방에서 진압하는 모습은 마치 한 몸 같았다. 미리 자리를 잡고 동시 다발적으로 상대 진입을 틀어막은 뒤, 빠르게 뭉치는 플레이는 DWG KIA가 얼마나 오브젝트 전투에 특화됐는지 알 수 있었다.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는 '표식' 홍창현 올라프의 도끼를 먼저 맞았음에도 과감하게 진입했는데, 이는 상대를 밀어내는 팀원의 활약을 믿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DWG KIA가 오브젝트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었다. 한화생명e스포츠와 대결에서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상대를 글로벌 골드와 운영상의 이득을 취하는 또다른 운영안을 선보였다. 드래곤을 내주더라도 미드 포탑과 같은 운영상 중요한 요충지를 무너뜨렸다. 또 상대의 드래곤 4스택을 저지할 때는 확실했다. 이를 위해 ‘칸-베릴’의 퀸과 알리스타가 많은 데스를 기록했지만,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승리로 향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렇듯 DWG KIA는 전령과 용이 나온 기회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두 오브젝트 획득 지표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오브젝트 한타를 하더라도 이를 완수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빛난 DWG KIA의 스프링 1R였다.



패배에 맞서다 : 피드백 통해 강해진 DWG KIA

▲ 미드 주도권이 곧 탑 차이? '칸'의 미드 로밍

바위게를 비롯해 오브젝트 싸움은 팀원들이 얼마나 라인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지부터 시작한다. ‘쇼메이커’ 허수는 거칠 게 없는 미드 라이너였다.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해 몰아넣는 모습은 익숙해서 DWG KIA의 미드 주도권은 매 경기 전제로 깔고 가는 '기본 옵션'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브리온 블레이드가 나타나면서 DWG KIA의 분위기가 한 번 꺾였다. 당시 브리온은 최하위권이었지만, 두려움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라바-엄티’가 라인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몸이 앞으로 쏠려 있는 ‘쇼메이커’를 연이어 공략하는 장면이 나왔다. 해당 경기 이후 ‘쇼메이커’는 자신의 경기력에 확신이 없어진 듯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미드 주도권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강한 라인전만 고집하는 것도 힘든 상황. 딜레마에 빠진 시기를 DWG KIA는 ‘칸’ 김동하의 활약으로 극복했다. 지난 DRX전에서 볼 수 있듯이 ‘칸’은 6레벨을 달성하고 첫 궁극기를 모두 미드에 활용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의외의 타이밍에 사이온-오른의 궁극기가 미드에서 나오면서 상대 점멸을 뽑아냈다. 한타 상황에서 점멸이 빠진 미드 빅토르-신드라-오리아나는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칸’의 플레이가 ‘쇼메이커’와 DWG KIA의 한타에 큰 힘이 되면서 승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DWG KIA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KT전에서도 세트 패배 후 칼 같은 피드백을 선보였다. 정글 케인 카드를 꺼내 1세트를 패배했지만, 2세트에서 이를 바꾸진 않았다. 대신 라인 킬이 나왔던 봇 라인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냈다. KT가 잘 다뤘던 쓰레쉬를 밴하고 ‘고스트’ 장용준에게 칼리스타를 쥐어줬다. 그러자 DWG KIA가 원했던 봇 라인 주도권이 귀신같이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케인 정글이 더 활발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돼 DWG KIA가 드래곤의 영혼을 확보, 승리로 향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어느덧 DWG KIA는 패배 후 대처가 더 돋보이는 팀이 됐다. 아직 '베릴'이 말하는 기계처럼 완벽한 존재는 아닐지라도 언 1년 동안 LoL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이전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는 '기계의 영역'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패배 후 더 굳건해지는 팀. 그게 이변이 많은 LCK에서 DWG KIA가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 LoL 공식 플리커, DWG KIA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