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디아블로2에서는 영웅 별로 이른바 '국민 빌드'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당시에는 스킬을 한 번 찍으면, 다른 스킬로 변경하거나 초기화하는 것이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에 검증된 빌드는 중요했죠.

어느 정도였냐면 국민 빌드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마우스 클릭을 잘못하여 엉뚱한 스킬에 포인트를 낭비하면 친구들에게 '망캐' 취급을 받고 새로 키웠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투철한 실험 정신으로 남들이 쓰지 않는 스킬을 배워가며 사냥을 시도했던 용자들도 있으나, 대부분 파밍의 편의성을 위해 특정 스킬 위주의 운영이 주를 이뤘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벌마, 조폭넥, 휠바바, 해머딘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아쉽게도 이번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에서는 아마존과 바바리안(야만용사), 소서리스(원소술사)만 플레이 가능합니다.

그래도 그 시절 추억도 되살려볼 겸, 알파 테스트에서 만나게 될 세 남매가 과거 어떤 빌드를 주로 사용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투자한 만큼 강해진다! 디아블로2 대표 고오급 영웅! 아마존
누구나 가이드 애로우에 시달리던 PTSD가 있다!

아마존은 창과 활을 사용하는 여전사입니다. 캐릭터 대표 일러스트부터 창을 들고 있을 만큼 창에 특화된 영웅이지만, 동시에 과거 유저들의 기억에서는 활을 주 무기로 다루는 영웅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유는 과거 아마존이 최전성기라 불렸던 시절 가이드 애로우 하나로 사냥과 PK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를 정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이드 애로우의 성능이 조정된 이후로는 재벌린(투창) 계열의 아마존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후로는 자신의 장비 상황에 따라 활아마와 재벌마로 양분화가 이뤄졌습니다.




몰이사냥 성능만큼은 최상급! 콘트롤의 재미가 있는 활아마

오리지널 디아블로2 시절 아마존을 육성하던 대부분의 유저들이 해봤던 빌드로 멀티플 샷과 스트레이프를 난사하며 몰이사냥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18레벨에 익힐 수 있는 가이드 애로우는 발사하는 화살이나 볼트가 적에게 100% 명중하는 유도탄으로 바뀌는 스킬인데, 방어등급을 무시하고 명중하는 탓에 보스몬스터 사냥은 물론 PK에서도 어마어마한 악명을 떨쳤던 스킬이죠.

사용하는 무기는 최강의 활이라는 평가를 받던 윈드포스(바람살) 였는데, 야만용사의 대표 무기라 할 수 있는 할배검과 마찬가지로 아마존에게는 위시리스트 상위권에 있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스킬 빌드는 보우(활)과 패시브 스킬 2개에 집중된 형태로 재벌린(창) 스킬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트레이프 스킬은 마스터를 찍어주고, 패시브 스킬에서는 물리 대미지를 일정 확률로 2배로 올려주는 크리티컬 스트라이크와 원거리 공격의 명중률을 향상시키는 페니트레이트, 그리고 활아마의 무료 용병(?) 스킬인 발키리를 마스터하는 형태입니다.

장점은 장비만 갖춰진다면 별다른 콘트롤이 없어도 엄청난 사냥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 정도의 장비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과거에도 돈 많은 유저들이나 윈드 포스에 관통 벨트, 아트마 아뮬렛과 레이븐링 등을 들고 몰이사냥을 했고, 그 밑에 유저들은 원소마로 선회하거나 하위 등급의 장비 중 쓸만한 템으로 도배하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 이펙트의 변화. 기본 스킬인 파이어 애로우도 이정도! 과연 상위 스킬은 어떨까?


적에게 맞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인다! 흉악한 위력 자랑하는 재벌마

활아마와 경쟁했던 또 다른 대표 빌드는 재벌린(투척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아마존입니다. 재벌마 혹은 자벨마라 불리는 아마존으로 사실상 양손 무기라 볼 수 있는 활에 비해 방패를 착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당 빌드의 대표 스킬은 30레벨에 배울 수 있는 라이트닝 퓨리인데, 적중 시 적의 수에 따라 번개가 주변으로 뿜어져 나와 몬스터가 많이 몰리면 몰릴수록 위력이 올라가는 스킬입니다. 워낙 성능이 뛰어났기에 취향에 따라서 라이트닝 대미지에 올인하는 빌드를 갈지, 아니면 안정적인 사냥을 위해 발키리에 투자할지 갈리기도 하지만, 공통으로 라이트닝 퓨리가 메인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물론 라이트닝 퓨리만 쓰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라이트닝 스트라이크나 차지드 스트라이크 등 라이트닝 내성 몬스터 및 대보스전 스킬도 보유하고 있기에 사실상 올라운더로 볼 수 있습니다.

단점은 활아마도 어느 정도 공유하는 문제지만 마나가 항상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장비 세팅이 부족하면 몬스터에게 둘러싸여 금세 누워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한 번 세팅이 갖춰진 후에는 사냥터를 딱히 가리지도 않는 데다, 사냥 속도가 워낙 빨라 파밍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트리입니다.


▲ 재벌린의 투척 모션에도 변화가 생겼다


훨윈드로 모든 걸 제압하던 그 시절 기억하나요? 훨바바
클릭 한 번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했던 만능 전사

디아블로2가 처음 출시 되었을 때 바바리안의 인기는 굉장했습니다. 빵빵하게 터질듯한 근육과 마초미 넘치는 대머리 남캐라는 캐릭터성과 척 봐도 강해 보이는 인상이 한 몫 했지만, 실제 사냥 속도도 빠른 편에다가 아이템 세팅과 사냥의 편의성에서도 초보 친화적이었기에 많은 유저들이 첫 영웅으로 선택했죠.

특히 당시 바바리안을 상징하는 대표 기술로 훨윈드가 있습니다. 양손에 무기를 하나씩 쥐고 스스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주변의 적을 공격하는 스킬인데요. 무자비한 공격 속도와 판정, 그리고 대미지로 주변의 모든 적들을 학살하는 시원스러운 임팩트를 자랑하며 다른 게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바바리안의 상징적인 기술입니다.

디아블로2 초창기에 아이스 블링크(대상 동결)와 리치가 긴 창을 조합한 휠윈드로 몬스터를 얼리고, 산산조각 내는 손맛은 아직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휠윈드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점은 유저들이 익히 알고 쓰는 휠윈드가 사실은 오기라는 것입니다. 공식 한국어 패치에서도 훨(ㅎㅜㅓㄹ)로 표현되어 있으나, 폰트의 가시성 문제로 휠(ㅎㅜㅣㄹ)로 잘못 알려진 이후로는 그대로 쭉 사용되다가 굳어져 버렸죠.


▲ wheel+wind가 아니라 whirl+wind다



아무리 패치가 거듭되어도 훨바바의 로망은 죽지 않는다!

훨바바 빌드는 단순하고 강력한데다 선택지가 제법 넓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패시브 스킬에서 주 무기의 마스터리를 챙기고, 배틀 오더스나 샤우트 같은 보조형 스킬, 그리고 아이언 스킬류의 생존 스킬에 투자하면 끝납니다.

야만용사의 기동력을 책임지는 리프 어택이 훨윈드를 찍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스킬이라 유틸 성능을 위한 스킬 포인트도 아낄 수 있다는 깨알 같은 장점도 있죠.

물론 확장팩이 출시되고, 훨윈드가 무기 공속에 영향을 받도록 패치된 후로는 오리지널 때만큼의 위용은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스킬이 훨윈드만큼의 편의성을 제공해주지 않으므로 여전히 메인 빌드 중 하나로 사용되었고, 레저렉션에서도 여전히 그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 쌍수 무기를 들고 적을 도륙내는 훨바바는 아직도 유효하다!



내 노래를 들어! 전장의 아이돌 함성 바바

훨윈드 바바에서 부가적으로 어떤 스킬을 찍느냐에 따라 수많은 야만용사들이 양성되었으나, 이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던 빌드도 있었습니다. 바로 함성 계열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함성 바바 빌드입니다.

함성 스킬은 기본적으로 보조 성향의 스킬이 대부분이지만, 공격 판정 범위가 넓고, 적을 기절시키거나 도망치게 만드는 등 각종 추가 효과가 달려 있어, 대미지가 낮더라도 멀리서 적을 기절시키며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는 빌드로 주목 받았습니다.

일명 사자후라 불리는 워 크라이를 필두로 하울과 타운트 3중창으로 광역 사냥이 가능했죠. 마나와 라이프 그리고 스태미나를 뻥튀기 시켜주는 배틀 오더스도 있기 때문에 안정감 하나만큼은 발군입니다.

더군다나 함성 스킬의 부가 효과는 본인뿐만 아니라 파티원들의 스탯도 올려주기 때문에 파티 플레이에서 인기 있는 빌드기도 했죠. 배틀 크라이로 보스 몬스터의 방어력을 깎거나 샤우트로 파티의 방어력 상승, 타운트로 어그로 탱킹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 파티 플레이 위주로 육성한다면 함성 바바는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단독 사냥은 느리지만 파티 플레이에서는 인기 만점!



디아블로2는 소서와 소서가 아닌 영웅으로 구분된다?
오리지널부터 확장팩까지 최고의 인기를 유지한 소서리스

소서리스는 번개와 화염, 그리고 빙결 3종류의 원소 스킬을 사용하는 마법사 계열 영웅으로 기본적으로 몸은 약하지만, 원거리에서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영웅입니다.

초창기 시절에는 모든 스킬에 쿨타임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딜레이 없이 나가는 프로즌 오브를 난사하는 것부터 블리자드 수십 개를 깔아두는 흉악한 짓이 가능했고, 캐스팅 딜레이 패치가 이뤄진 후에도 각종 스킬들의 시너지 효과를 잘 받았고, 룬워드 시스템과의 상성도 좋아 최고 영웅의 자리를 고수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디아블로2에 입문하려는 유저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영웅이며, 그만큼 다양한 빌드가 깎여 나오기도 했는데요. 새롭게 탄생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도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현존 최강의 사냥 빌드가 바로 나! 체라(체인 라이트닝) 소서

소서리스를 대표하는 빌드는 엄청나게 많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무난하게 육성할 수 있는 빌드로 체라 소서가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프로즌 오브나 파이어월 등 당시 소서를 대표하던 스킬에 밀려 눈에 띄지 않았으나, 이후 패치를 거듭하면서 현재는 명실상부 소서의 대표 빌드가 되었습니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체인 라이트닝의 이펙트, 스태틱 필드나 텔레포트 등 유틸리티 스킬의 성능도 뛰어나기에 자타공인 최강의 빌드라 평가받으며, 무엇보다 룬워드를 이용하여 헬 난이도의 몬스터까지 라이트닝 내성을 상당수 깎아낼 수 있어, 다른 빌드보다 운용과 세팅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라이트닝과 차지드 볼트 등 다른 라이트닝 계열 빌드도 인기가 많았으며, 다른 원소를 섞는 오브+체라 소서나, 에너지 쉴드 소서 등 각종 변종 빌드도 유행했습니다.


▲ 디아2 레저렉션에서는 더 길고, 영롱한 빛줄기를 볼 수 있다!


표기된 피해량만큼은 최강! 파월 오브 소서

소서리스는 대표 스킬이 많은 만큼 빌드도 여러 갈래로 나눠졌지만, 과거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빌드를 하나 찾으라면 파월 + 오브 소서가 있습니다.

파이어월은 최종 스킬은 아니지만 기본 피해량부터 최종 스킬 이상의 피해량을 지닌 스킬이고, 설치 시의 피해는 물론 지속 대미지까지 고려하면, 명실상부 디아블로2 최강 스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파이어월 자체는 적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온전히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다른 스킬의 도움이 필요했는데요, 거기서 프로즌 오브라는 당대의 사기 스킬이 등장하게 됩니다.

프로즌 오브는 글래셜 스파이크처럼 적을 완전히 얼리진 않으나 슬로우 효과를 부여했고, 적들에게 파이어 월의 장판 맛을 느긋하게 느끼도록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 스킬 조합이 빛을 발하는 것은 단연 액트3의 보스 몬스터인 메피스토를 잡을 때입니다. 좁은 수로를 빙빙 돌면서 메피스토를 벽에다 걸치고, 이후 파이어 월을 난사해 순식간에 삭제시켰던 경험은 소서를 키웠던 유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패치를 거듭하면서 캐스팅 딜레이는 물론 룬워드나 시너지 등 속칭 '시스템빨'을 받지 못하는 스킬이 된 후로는 점차 사장된 빌드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스킬인 만큼 이번 레저렉션에서도 과거 추억을 떠올리며 파이어월과 프로즌 오브를 깔고 다니는 소서리스를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의외로 파이어월을 바닥에 까는 콘트롤 자체가 재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