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경 감독의 리브 샌드박스 체제가 출범한 지 한 시즌이 지났다. 김목경 감독에게 지난 스프링 시즌은 감독으로서 가장 바쁜 시즌이었을 듯하다. 대책 없이 흔들리던 봇 라인을 2라운드 들어 ‘프린스’ 이채환의 영입과 기존 선수들의 방출로 빠르게 정리했다. 이례적이었던 로스터 변경은 효과를 봤다. 최하위를 맴돌던 리브 샌드박스는 플레이오프 구도를 막판까지 흔들면서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리브 샌드박스가 스프링 시즌 거둔 최종 성적은 7위, 지난 2020년 서머 시즌과 비교하면 한 계단 하락했다. 김목경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과다.

서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목경 감독은 스프링 시즌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리브 샌드박스가 자신이 가진 색깔을 잘 살릴만한 잠재력을 지녔다고도 말했다. 리브 샌드박스는 오는 여름 가진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을까? 김목경 감독 체제의 리브 샌드박스가 두 번째 시즌이 시작하기 전 그를 만나 스프링 시즌의 소감, 상체 게임과 메타 변화에 대한 생각, 소속 선수들의 대한 견해 등을 들어봤다.


Q. 2021년 스프링은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 경쟁이 치열했던 힘든 시즌이었다. 리브 샌드박스 1년 차 감독으로 한 시즌을 보내면서 느낀 소감이 있다면?

결과만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건 당연하다. 그래도 팀이 가려는 방향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과정이 좋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에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런 과정도 필요했던 거라고 믿는다. 결과는 아쉽지만, 무의미한 시즌은 아니었다.


Q. 스프링 시즌 성적만을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스프링 시즌을 통해 팀이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새롭게 합을 맞추게 된 선수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선수들의 습관이나 성격,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어떤 부분이 장점이고 단점인지를 이번 시즌 동안 파악하고자 했다. 선수들도 감독, 코치진을 알아가는 과정이었기에 서로에게 필요했던 시즌이었기를 바란다.

이번 시즌 팀의 초반 지표가 좋은 편이었다. 사실 선수들에게 초반 15분 동안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달라고 주문해도, 선수들이 그만한 피지컬과 라인전 실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다행히도 팀이 내 요구 사항을 잘 수행해줬다. 지금 리브 샌드박스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리면, 이런 방향으로 특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한다.


Q. 초반을 잘 보내고 중, 후반에 운영을 통해 승리를 연결 짓는 부분이 약했던 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했을까?

강팀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두 가지, 운영과 실수가 가장 많이 이야기됐다. 초반이 강한 팀은 많고, 이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초반이 강하다고 모든 팀이 승리하진 않는다. 그 차이를 가르는 건 반복되는 훈련뿐이다.

특히나 강팀 간의 경기에서는 실수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반복되는 훈련으로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항상 동일한 스텝과 템포로 연습을 하고 있고, 이를 반복하면 선수들이 몸으로 체득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도 2라운드 막바지에는 원했던 모습이 나오는 장면이 여럿 있었다.

▲ 사진출처: 리브 샌드박스

Q. 스프링 2라운드에는 리브 샌드박스가 좋은 경기력을 수차례 보여줬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프링 시즌이 끝나면서 다시 휴식기를 갖게 됐다. 여태 몸으로 익힌 부분들을 선수들이 다시 잊을까 걱정이 되지 않나?

그런 일이 분명 있다(웃음). 시간에 따라 한 시즌이 지나도 잊지 않는 선수가 있고, 하루 만에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특히,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 많이 해당된다. 경험이 쌓이면 감을 찾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쌓이면 돌아오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 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Q. 스프링 시즌 동안 아홉 개 팀을 모두 상대해봤다. 각 팀을 상대하면서 느낀 점들은 뭐가 있을까? 여러 매치를 돌아보면서 기억에 남는 팀이 있다면?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던 상위권 팀들과의 대결이 대부분이 기억에 남고, 하위권 팀 중에는 프레딧 브리온을 언급하고 싶다. 팀 적으로 우리보다 빠르게 맞춰진 느낌이었다.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하는 팀이 없었던 점도 눈에 띈다. 지금의 담원 기아의 경우에는 ‘칸’이 이전 보다 안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나는 상체가 좀 더 공격적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팀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머를 잘 준비한다면, 리브 샌드박스가 다른 팀들과 비교해 더 색깔이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Q. 상체 게임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번 스프링 시즌을 살펴보면 강팀 중에 봇 게임을 하는 팀이 많았다. 젠지 e스포츠 같은 경우에도 상체 게임을 하다가 봇 게임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상체 게임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확고한가?

물론, 게임을 끝내는 데에는 미드, 바텀의 힘이 크다. 상체가 주도권을 가지면 스노우볼을 굴리기 편한 것이지, 그것만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요즘에도 전령의 존재로 인해 바텀으로만 스노우볼을 굴리긴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상체에서 하체로 힘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바텀을 위해 초반 힘을 탑에 쓰는 것이다. 탑의 강한 팀을 가지고 오브젝트 싸움을 하면 보다 유리하게 경기를 풀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바텀을 키워야 한다. 늘 그렇듯 게임의 마지막은 원딜이 캐리해줘야 하고 그래야만 강팀이 될 수 있다.


Q. 봇 위주로 경기하는 팀들이 대체로 성적이 잘 나왔다 보니 상체 위주의 게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메타가 바뀌면 전략도 바뀌는 건 당연하다. 이번 스프링에도 연습 과정에서 우리가 준비한 부분이 잘 통해서 계속 이 전략을 유지했었다. 바뀌는 메타를 빨리 이해하고 변하는 것이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언제든 변화하는 메타에 따라 바뀔 의지는 가지고 있다.


Q. 2021년 서머 시즌을 앞두고 각 라인 별로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탑 라인은 실수를 줄이고 좀 더 영리하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나는 ‘서밋’이 아직까지도 LCK 상위권에 드는 탑 라이너라고 생각한다. 경험은 충분히 쌓였으니 이제는 눈치나 뇌를 장착해야 할 때이다. 아직은 고지식한 마음가짐이 남아 있다.

‘크로코’는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신인으로서 패기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정글러가 게임을 지배하는 메타이기에 게임 전체를 보고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정글러가 됐으면 한다. ‘온플릭’은 맏형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페이트’는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감정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서 그런 부분만 잘 고쳐졌으면 한다.

봇 라인은 아쉬운 모습이 있었기에 서머 시즌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아서 반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 라인이다. 믿고 선발한 선수들인 만큼 믿음에 보답해주기를 기대한다.


Q. 서머 시즌 리브 샌드박스는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까?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팀이 추구하는 색깔은 확실하다. 이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임에서 이기기까지 물 흐르듯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메타 준비를 위해 챔피언 폭도 늘릴 예정이다. 스프링 시즌에 팀이 가진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 만큼, 그 부분을 잘 보완해서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

사이드 운영이 잘 안되던 부분도 고치겠다. 초반 이득을 보고도 경기를 진다는 건, 운영이 뒤처진다는 뜻이고, 그만큼 탑이 유리했는데 해줄 것을 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선수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으니 서머에는 다른 모습이 나올 거라 기대하는 중이다.


Q. 마지막으로 리브 샌드박스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각오와 비전을 이야기해준다면?

결과로 보여드리는 게 최고의 보답이라 생각한다. 이번 시즌은 분명 스프링 때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낼 것이다.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가 팬들께 보답하겠다. 믿고 응원해주는 것에 대한 보답은 서머에 꼭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