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크기는 쓰임이나 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미들타워가 일반 사용자들에게 인기이며, 책상 공간이 여유롭고 하이엔드 퍼포먼스를 지향할 때 빅타워를 찾는다. 아무래도 공간이 넉넉해야 고성능 제품 여러 개 넣고 쿨링팬도 박을 수 있으니까.

외형 자체를 따지는 사용자도 은근 많다. 뭐, 단순 크고 우람한 케이스에 매료되어 선택하는 법도 있겠지만 반대로 단순함을 추구하고 미니멀리즘 문화에 걸맞는 오밀조밀한 PC에 매력을 느끼는 사용자도 있다. RGB LED는 빨주노초파남보 샤방한 불빛 혹은 게임할 때 방해만 되는 애물단지로 의견이 나뉘고. 결국 정답이 없단 말이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제각각이란 말을 새삼 느낀다.

▲ 카메라, 지갑, 핸드폰... 아 잠만.. 컴터 안 챙겼다

기자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이동이 잦고 업무 환경이 변칙적이라 휴대성이 높은 제품이 선호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선택지가 오로지 노트북으로 제한됐었는데, 요즘엔 태블릿 심지어 PC 데스크탑을 축소한 미니 PC로 다양해졌다.

미니 PC가 등장하기 이전에 PC의 이미지는 그저 붙박이에 지나지 않았다. 한번 설치를 하고 나면 인테리어 구조를 바꾸거나 이사를 갈 때까지 고정되니까. 아무튼 이동이나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면 거대한 크기의 PC가 계륵이 되어버리는 건 삽시간이다. 지게를 지고 가져 다닐 순 없지 않은가.

이러한 고민을 가진 사용자들은 개인이 조립을 통해 작게 만드는 등 무던한 노력을 해왔지만 사후 서비스를 책임져주는 업체의 한계가 있었다.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한 '조텍'은 세계 최초로 완제품 미니 PC를 개발하였으며,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크기와 성능의 베어본 미니 PC를 출시했다.

▲ 베어본 PC (출처 - Digital Trends)

여기서 잠깐, 미니 PC라 하면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기존의 데스크톱 PC를 줄인 버전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베어본(Barebone)이란 단어는 약간 생소하다. 베어본(Barebone)의 어원은 피부에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사람이라는데 즉, 한국어로 치면 멸치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베어본 PC는 메인보드, 파워, 케이스가 기본 요소이며, 선택 옵션에 따라 CPU, 그래픽카드, 램이 추가된다. 시장에선 이 둘을 적절히 혼용해서 쓰기도 하니 칼같이 나눌 필요는 없음을 참고하자.

조텍의 미니, 베어본 역사를 알아보자면 2006년에 설립된 조텍은 첫 번째 소형 PC인 MAG HD-ND01을 2009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미니 PC 시장에 포문을 열었다. 이 제품은 인텔 아톰 330 (1.6GHz) CPU와 2GB 램, FHD 지원, 160GB HDD가 탑재되어 있는 걸 미루어 보면 부엌이나 거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 횐님들... 조텍 베어본PC 핸드폰과 한방 찍어봤읍니다.. ^^*

▲ 조텍 ZBOX Nano

그로부터 약 3년 뒤, 조텍은 약 30% 더 작아진 베어본 미니 PC, ZBOX nano 라인업을 선보인다. 이전 제품과 다른 점은 특이하게 AMD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 칩셋을 채용했다는 점과 SODIMM DDR3 램 채택으로 간편하게 메모리 설치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그렇다고 AMD 탑재 제품만 출시된 것이 아니라 인텔 4세대 CPU인 하스웰 프로세서 기반의 상품도 선보였다. 전면에는 6in1 메모리카드 슬롯, 사운드 입출력 단자와 후면에는 DP, HDMI를 통한 듀얼 모니터 출력이 가능하며, eSATA, USB 3.0, 2.0 포트 각 2개씩 적용되는 등 확장성에서 두각을 보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어서 차세대 CPU가 장착되고 4K 영상 시청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책상뿐만 아니라 TV, 프로젝터 대용품으로 활용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또한, 카비레이크 CPU 내장그래픽의 성능 향상으로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저사양 인기 게임도 원활히 구동이 가능하다.

2017년, 오버워치의 흥행과 배틀그라운드의 등장으로 게이밍 PC 수요가 늘었고 조텍은 발 빠르게 i5-7500T, GTX 1070가 탑재된 베어본 미니 PC를 내놨다. 이외에도 네이티브 4K 출력, VR 게이밍 등 여러 기술이 적용되어 게임과 심플함을 추구하는 유저에게 어울리는 PC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 ZOTAC ZBOX MAGNUS EN1070K

i5-7500T와 GTX 1070 조합은 사실 게이밍으로 퍼포먼스에 준하는 성능이지만 조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크리에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개발자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위한 워크스테이션 PC를 선보인다. 바로 ZBOX QX 시리즈 제품 중 하나인 ZBOX-QX3P3000이다.

이 제품에는 인텔 제온 E-2136(6코어 3.3GHz)와 엔비디아 쿼드로 P5000 16GB가 탑재되어 3D 그래픽 및 비디오 편집, VR, 캐드, 렌더링, 설계 및 제조,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고성능 작업에 능하다. 최대 길이 약 20cm로 작은 크기에 불과해 공간 활용 이점과 휴대성이 뛰어난 것이 특장점.

▲ 쿼드로 한번만 써보고 싶다

조텍의 PC 소형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ZBOX PI225, PI320은 믿을 수 없는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으로 얼핏 봐도 신용 카드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의 미니 PC인데 가방에 넣는 것도 모자라 아예 호주머니 속으로 넣고 다닐 수 있는 PC쯤 되겠다.

처음에 이 제품을 접했을 땐 카드형 USB, 외장 하드쯤이라고 생각했으나 PC라니 놀랄 노자다. 운영체제, 프로세서, 오디오, 메모리, 저장 공간, 영상, USB포트, 마이크 등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녀석이다. 다만, 크기와 용량이 작아 메인용으로는 무리가 있고 서브용으로 쓰기엔 아주 적절한 미니 PC였다.

▲ 딱 카드 지갑 사이즈 크기쯤 된다

▲ 옷 소매에 컴퓨터 숨기기 가능

▲ 매그너스 원 ECM73070C

비트코인 암호화폐 채굴 광풍으로 그래픽카드 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현재, 조텍은 17일(월) RTX 3070을 탑재한 ZOTAC ZBOX MAGNUS ONE ECM73070C(이하 매그너스 원 ECM73070C)을 국내 출시했다. 또한, 이 제품에는 인텔 코멧레이크S i7-10700(2.9GHz)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하이퍼 스레딩을 지닌 8개의 코어로 구성된 인텔 10세대 코어 i7 프로세서를 탑재해 고속 멀티 스레드 작업, 향상된 제작 속도, 더 빨라진 게이밍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특히, 500W 80+ 플래티넘 파워 서플라이를 탑재해 뛰어난 전력 효율성과 안정성도 보장한다.

매그너스 원 ECM73070C은 2021 Red Dot Design Award 수상작으로, 기존 ZBOX의 미니멀함과 심플한 디자인을 더욱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판매 예정가는 2백만 원대라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 미니 PC 깎는 기업 조텍


기존 데스크탑을 소형화한 미니 PC. 일반적인 유저 입장에서는 베어본 미니 PC의 구조적 한계로 성능과 쿨링면에서 떨어진다고 생각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성능을 포기한만큼 휴대성이나 공간 활용도 만큼은 제대로 챙겼다. 옮기기도 버거운 데스크톱 PC라는 상식에서 벗어나 가방, 아니 옷주머니 속으로 PC를 넣는다는 상상을 누가 했겠는가.

사실 미니 PC는 일반 데스크톱과 태생부터 다르고 근본이 다르다. 최근에야 게이밍 성능을 강조하여 몇몇 제품군에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집어넣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전에는 용도가 완전히 정반대였고 사용자 타겟도 달라서 둘의 비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기는 미니멀리즘 문화에 맞게, 단순히 성능만 따지는 것보다는 심플한 디자인과 작은 크기의 PC 생각하는 사용자라면 베어본 미니 PC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