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코리아 오현근 디자이너

  • 주제: <야생의 땅 : 듀랑고> 그 마지막 이야기
  • 강연자 : 오현근 - 넥슨 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운영
  • 권장 대상 : 게임 개발자 , 게임 기획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2019년 겨울 <야생의 땅 : 듀랑고>는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과정은 게임 개발과 다소 거리가 느껴질 수 있지만, <야생의 땅 : 듀랑고>의 경우 엔딩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마지막까지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야생의 땅 : 듀랑고>가 엔딩을 시작하게 된 시점부터 준비과정, 그리고 결과를 공유하고, 온라인 게임에서 엔딩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19년 12월 18일, 야생의 땅: 듀랑고가 약 2년의 여정을 마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남들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종료 한 달 전에 공지되고, 환불 절차 정도만 언급되지만 듀랑고는 마지막 이야기와 서비스 종료 후에도 오프라인에서 추억을 즐길 수 있는 창작섬을 배포한다고 공지했다. 그리고 12월 4일, 마지막 이야기와 오프라인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등,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다.

    온라인 게임은 라이브 서비스가 이어지는 걸 전제로 하는 만큼, 중간에 서비스 종료가 결정이 되면 마저 이야기를 다 못 푼 채 끝나곤 한다. 그러나 듀랑고는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면서 끝까지 하나하나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듀랑고의 엔딩은 언제부터 결정되었으며, 온라인 게임에서 엔딩과 서비스 종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넥슨 코리아의 오현근 디자이너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듀랑고의 끝- 서비스 종료가 아닌, 엔딩으로

    ▲ 2019년 9월,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고 12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2018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듀랑고는 개발 단계부터 신규 IP, 창의적 게임플레이, 샌드박스 MMO 등 국내에서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새롭고 다양한 방향을 추구해왔던 작품이었다. 공룡이 출몰하는 야생의 섬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생존하고, 섬을 개척한다는 로망을 충족시키고자 했고, 오픈 후 2년 동안 시즌 이벤트 및 신규 모드를 추가하면서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했다고 오현근 디자이너는 회고했다.

    그러나 2019년 9월,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면서 마지막을 준비해야했다. 물론 이 결말은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오래 서비스하는 게임은 분명 있었다. 듀랑고 역시도 이를 목표로 개발에 매진해왔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이를 받아들여야했다.

    서비스 종료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 오현근 디자이너는 사진찍기를 떠올렸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면, 마지막 순간을 함께 추억으로 공유하자는 의미로 모든 유저들이 모여서 스크린샷을 찍고 마무리짓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과 달리 콘솔, 패키지 게임에서는 개발팀이 의도한 엔딩으로 끝을 맺고, 메시지를 유저에게 다 전달하고 마무리를 짓는다.

    ▲ 콘솔 게임은 개발자가 원한 '엔딩'으로 끝을 맺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못한 게 일반적이었다

    오현근 디자이너는 듀랑고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을 때 이은석 디렉터가 '우아한 종료'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종료가 아닌, 패키지 게임의 엔딩에 가까운 끝을 맺자는 게 목표였고, 개발팀은 이를 위해서 남은 시간 동안 업데이트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검토했다. 그 결과 라이브 업데이트를 기준으로 12월 초까지 3주 간격으로 약 4번의 업데이트가 가능했다. 오현근 디자이너는 스튜디오 해체가 결정된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힘들었지만, '선셋'이라는 마무리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매진했다고 회고했다.

    끝을 아름답게 맺기 위해서는 유관부서의 협조도 필요했던 만큼, 여러 팀과 미팅을 통해 선셋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필요한 것을 요청했다. 유저와 소통을 위해서는 운영, 사업팀의 힘이 필요했고 콘텐츠 완성도를 체크하기 위해선 QA의 지원이 필요했다. 마켓에서는 보통 서비스 종료 공지가 나가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정책이라 마켓에도 운영팀을 통해서 양해를 구했다. 그 결과 서버가 닫힌 18일에 마켓에서 내려가는 식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 이은석 디렉터가 서비스 종료가 아닌 엔딩으로 끝을 맺자고 길을 제시하고

    ▲ 남은 업데이트 기간 동안 '엔딩'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팀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개발팀에서는 마무리를 어떤 식으로 지어야 할지 고민해야했다. 개발 중이던 콘텐츠 중 어떤 걸 완성시켜서 선보일 것인지 정해야 했고, 플레이에 지장이 있는 버그들을 최대한 수정해서 유저들이 마지막까지 편안히 플레이할 수 있게끔 해야 했다. 그래서 9월은 업데이트를 기존처럼 진행하면서 물밑으로 준비하고, 10월에 서비스 종료 공지가 나간 뒤 엔딩 업데이트를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즉 4번 중에 나머지 두 번, 11월과 12월에 엔딩을 마무리지어야만 했다.

    ▲ 유관 부서와 협력하면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했고

    ▲ 본격적인 엔딩, 선셋 프로젝트는 11-12월에 선보이게 됐다



    ■ 마지막으로 가기 전, 추억을 더 쌓을 수 있도록- 엔딩으로의 첫 발을 디딘 11월

    ▲ 마지막을 좋게 마무리짓기 위해서 어떤 걸 해야 할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엔딩'이 되기 위해서 듀랑고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개발진 사이에서 여러 의견을 주고 받았다. 남겨주고 싶은 것, 그리고 개발팀이 하고 싶었던 것, 플레이어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완화하는 내용 등을 기준으로 여러 안건이 채택됐다. 시간이 없었던 만큼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에 변화를 주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마지막까지 플레이가 매끄럽도록 완화하는 요소는 가능한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아울러 비극적인 결말은 배제됐다.

    그 네 가지 카테고리를 11월에는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 12월에는 듀랑고를 남길 수 있는 방안으로 나눠서 업데이트하기로 결정되고, 첫 업데이트를 진행해야했다. 첫 업데이트에서는 엔딩 분위기부터 엔딩 퀘스트까지 5가지의 업데이트가 됐으며, 특히 엔딩 분위기를 내는 쪽에 집중했다. 좀 더 위험한 분위기, 끝이 도래한 듯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로그인 화면과 로딩 화면, 지도 등 여러 곳에 변화를 주었다.

    ▲ 이 네 가지 기준으로 마무리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한편

    ▲ 엔딩 분위기를 내기 위해 리소스에도 변화를 줬다

    아울러 플레이어끼리 배틀로얄을 벌이는 '난투섬'이 업데이트됐다. 듀랑고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이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고, 이를 유저들이 색출해내는 과정을 배틀로얄로 묘사한 난투섬을 개발진이 생각하기에 듀랑고의 마지막 분위기에 걸맞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그간 듀랑고에서 협동이 강조됐는데, 그와 대비된 개인 PVP를 선보여서 색다른 경험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쌓아온 캐릭터의 성장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추가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 엔드 콘텐츠로서 난투섬을 선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다르게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악기 연주 기능도 추가했다. 유저들이 마지막에 추억을 즐기는 그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모바일 환경에서도 악보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서비스 이전에 듀랑고 영상에서 짧게 공개된 바 있었고, 또 게임 내에서 이를 구현하고자 시도했던 이력이 있는 터라 최종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다만 오래 전에 구현한 기능이라 처음엔 완벽하지 않았고, 일정이 짧아서 다 넣을 수 있을지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 위기에 처한 듀랑고라는 분위기에 맞는, PVP 콘텐츠인 난투섬과

    ▲ 마지막을 원하는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는 악기 연주가 추가됐다

    그래서 독주 정도만 넣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으나 의외로 성과가 좋았고, 개발팀에서는 하나하나 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좀 더 유저들에게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러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악보 기능이 완성된 후에는 공유 기능을 추가했고, 공유한 악보를 외부에서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한 뒤엔 악보를 좀 더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미디 파일을 넣어서 악보를 만드는 등 여러 기능이 추가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주 기능까지, 원하던 기능을 넣을 수 있었다.

    ▲ 처음엔 개발 이슈 때문에 독주 정도만 목표로 했지만

    ▲ 하다보니 결국 합주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유저들이 엔딩까지 플레이할 수 있던 시간이 짧았던 만큼, 콘텐츠를 다듬어서 시간 대비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완화하는 작업과 복귀 유저도 빠르게 적응해서 엔딩까지 갈 수 있게끔 구조를 다듬는 데에 개발력을 투입했다. 아울러 엔딩을 보기 위한 퀘스트도 작업에 들어갔다. 평균 플레이타임으로 일주일 내에 클리어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엔딩 퀘스트는 K를 다시 만나 유저들이 듀랑고 붕괴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총 8개 챕터로 구성된 엔딩 퀘스트는 처음엔 반씩 나눠서 업데이트할 예정이었으나, 11월에 작업량이 너무 많아 QA를 통과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1, 2챕터만 11월에 업데이트하고 12월에 나머지를 업데이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이미지, 영상이 더 좋긴 했지만 개발 비용이 제한이 있어 이 부분은 엔딩에만 집중했다. 아울러 배경, UI도 엔딩에 필요한 항목을 우선으로 제작했으며, 나머지는 다음 순위로 미뤘다.

    ▲ 듀랑고의 마지막을 장식할 엔딩 퀘스트는

    ▲ 최초엔 절반씩 나눠서 업데이트하는 것이었지만, 11월 작업량이 많아 변경됐다

    그 외에 엔딩과 별개로 개발팀에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만큼, 이를 서브퀘스트로 묶어서 냈다. 서브퀘스트는 엔딩퀘스트와는 달리 일일 퀘스트 시스템을 그대로 변주해서 사용했으며, 개인 TMI 및 과거 등 듀랑고와 관련된 이야기가 포함됐다. 이 모든 것이 한국어 외에 듀랑고에서 지원하는 10개 언어로 제공이 되어야 했고, 라이브 서비스 때와 동일하게 번역 검수를 거쳐 해당 언어로 엔딩을 전달할 수 있었다.

    ▲ 못다한 이야기는 서브퀘스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 듀랑고가 가슴 한 켠에 추억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 창작섬, 엔딩 영상으로 마무리한 12월


    12월 마지막 업데이트는 듀랑고를 남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는 두 가지 큰 틀에서 진행됐다. 듀랑고를 남기는 방법은 지금까지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듀랑고를 남기는 것과 종료 후 듀랑고 자체를 남기는 것 두 가지 방향으로 준비해야 했다.

    그렇다면 여태 플레이했던 듀랑고를 남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오현근 디자이너는 이를 플레이어가 소유한 개인섬을 남기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컨드 웨이브 이후 추가된 개인 공간인 개인섬은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섬을 꾸미고, 발전시키는 최종 콘텐츠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정된 이후 그간 부족했던 개인섬의 편의 기능을 손보고, 개인섬을 남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 플레이어 개인 공간인 개인섬을 남기기로 결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간 개인섬은 너무 커서 한 장의 이미지로 남길 수 없었는데, '항공샷'이라는 이름으로 한 장의 이미지로 저장할 수 있게끔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그러면서 앱을 삭제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서비스 당시 최대한 비슷한 모습으로 남길 수 있게끔 손을 봤다. 아울러 개인섬을 좀 더 색다르게 꾸밀 수 있도록 N층집 기능을 추가하고 유저의 문의를 통해서 여러 가지 리소스를 추가했다. 오현근 디자이너는 대표적인 사례로 사과나무 등을 꼽았다.


    ▲ 마지막으로 개인섬을 한 장의 이미지로 남길 수 있는 항공샷 기능을 추가하고


    ▲ N층집, 그리고 유저가 문의한 콘텐츠 등을 추가했다

    아울러 11월에 2챕터까지 제공된 엔딩을 마저 다 작업해야 했다. 개발팀에서는 8챕터까지 다 작업을 마친 뒤, 미처 플레이를 다 끝마치지 못한 유저들을 위해서 듀랑고의 엔딩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그 뒤 18일, 서버가 닫히고 듀랑고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 이후에도 유저들에게 듀랑고를 오프라인으로나마 남기는 '창작섬'이 제공됐다. 선셋 프로젝트의 마지막 업무였던 창작섬은 오프라인으로 섬을 꾸밀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형태로 준비한 기능이었으며, 듀랑고와는 별도로 나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것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앱,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연령 등급 심사를 다시 심의해야 했고, 규모가 컸기 때문에 개발 간 이슈도 많았다. 그런 만큼 오현근 디자이너는 이 과정을 제한된 시간 내에 다루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 종료 이후에도 섬을 꾸밀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능인 '창작섬'은

    ▲ 듀랑고와는 별개로 작동해야 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게임으로 새로 심의를 받아야 했다

    듀랑고는 18일로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엔딩'이었던 만큼, 그것이 유저들에게 잘 전달되고 의미가 있었나 체크하는 시간을 가져야했다. 보통 서비스 종료 이후 이탈 낙폭이 크기 마련인데, '엔딩'을 제공하는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인원이 엔딩을 보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종료 시점에서 엔딩을 준비한다고 공지했는데, 약 60% 정도의 유저가 잔류했다고 설명했다. 엔딩퀘스트 클리어 비율도 높은 편이었고, 서비스 종료가 가까워진 12월에는 특히나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중간 이탈도 상당히 적었다.


    ▲ 생각보다 많은 유저가 잔류하고, 엔딩까지 클리어해주었다

    이와 함께 왓스튜디오에서는 유저들이 남은 시간 내에 엔딩을 즐길 수 있었나, 콘텐츠 분량이 짧거나 버그가 일어나지 않았나 등등 여러 가지 사항을 체크했다. 한편으로는 편지, 관련 기사, 커뮤니티 반응 등을 취합하고 개발팀과 공유한 뒤, 마무리 회고를 진행하면서 끝을 맺었다.

    오현근 디자이너는 듀랑고를 서비스 종료하면서, 앞으로도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끝이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원하지 않지만, 끝은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마무리지어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새로운 기대감을 줄 수 있나 고민해보고 시도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