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더 릴리즈' 공식 트레일러 영상

귀신보다는 쏘우, 나의 취향은 언제나 공포 영화보다는 고어 영화였다. 고어물의 대표작인 '쏘우'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사일런트 힐’은 관련 영상들을 일부러 찾아 볼 정도로 고어물에 진심이었다.

영화쪽에서 내 취향을 저격하는 고어물 작품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게임쪽에서는 좀 달랐다. 수없이 많은 장르와 카테고리의 게임들이 출시되지만 적당한 고어와 스토리까지 함께 갖춘, 내 마음에 드는 게임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오는 6월 22일 출시될 예정인 ‘엔더 릴리즈’, 이 게임은 정말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버렸고 아예 게임과 굿즈를 소장하고픈 욕구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나는 왜 이 게임에 꽂혔을까? 스토리, 그래픽, 음악의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모여 탄생한 ‘엔더 릴리즈’를 샅샅이 파헤쳐 보았다.


게임명: 엔더 릴리즈(Ender Lilies)
장르명: 메트로베니아
출시일 : 2021.06.22(발매예정)
개발사 : Live Wire, Adglobe
서비스 : Binary Haze
플랫폼: PC, PS, XBOX, NSW


▲ 내가 가는 길에 따라서 열리는 길들

‘엔더 릴리즈’는 게임을 좀 해본 게이머들에게는 친숙한 횡스크롤 방식의 액션 RPG다. 횡스크롤 액션 RPG라 하면 우리나라의 대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때 정말 푹 빠져서 살았던 ‘그랜드체이스’와 ‘던전 앤 파이터’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플레이해 보는 게임 장르인 만큼 게임 방식도 친숙하다. 또한 '엔더 릴리즈'는 좀 더 하위로는 메트로베니아 장르의 게임으로 내가 가는 길에 따라서 스토리가 진행이 되며 주인공의 성장에 따라 여기저기 숨겨진 길들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인 만큼 조작법도 어렵지 않다. 방향키와 몇 개 안 되는 조작키로 해결되니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손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횡스크롤 액션 RPG 게임은 많이 해봤어도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는 아닌 나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 듀토리얼 부분에 알려주는 회피 스킬

대다수의 액션 게임들이 그렇듯 컨트롤과 게임 난이도가 너무 계속 쉽기만 하면 게임이 지루해진다. '엔더 릴리즈' 역시 초반의 게임 컨트롤과 난이도는 쉽고 간단해서 조금 심심했지만,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보스들을 상대하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난이도 조절도 잘된 편이다. 보스와의 전투가 어렵기는 하지만 공격 패턴을 잘 읽으면 최대 체력으로 한 대도 맞지 않고 보스를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 갈 수 있게 된다. 사실 조작법의 가장 큰 핵심인 피하기가 거의 무적 스킬이어서 이것만 잘 활용해도 대부분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점프 도중 피하기도 가능하니 보스의 공격을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피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다만 진행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은 당연 있기 마련인데... 보스 하나를 잡기 위해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했지만 결국 깨지 못하고 꺼버린 적도 있다. 물론 보스의 공격 패턴도 잘 모르는 상태였고 내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쉽기만 한 게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무녀라 그런지 몸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 체력을 다시 채우는 스킬이 있지만, 적에게 방해 받지 않는 선에서 스킬을 사용해야 회복할 수 있으며 최대 3번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 번 쓸 때마다 체력이 전부 다 회복되는 것도 아니라 무척이나 까다롭다. 액션 게임 고인물이라면 쉽게 넘기겠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게임 실력에 더해 적재 적소의 판단력이 필요하다.

성장의 요소가 있어서 이렇게 어려운 부분들은 게임 내에 존재하는 유물을 주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다. 유물은 주인공의 방어력을 높여주거나, 특정 지역에서 공격하면 공격력이 높아지는 패시브 역할을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레벨업을 하는 것이다, 1레벨만 올려도 공격 데미지가 10이나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게임에선 레벨업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으니 너무 힘들다 싶으면 성장을 하고 돌아와 도전해 보자.

▲ 기억을 잃은 주인공

▲ 노전사 '겔로드'의 안타까운 과거

평소 만화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잘 진행되다가 뜬금없이 등장해서 분량을 잡아먹는 과거 이야기 때문에 싫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의 과거 이야기를 보는 경우는 더 지겨워진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달랐다. '엔더 릴리즈'는 흑기사에 의해 긴 잠에서 깨어났지만 기억을 잃은 주인공 백무녀 ‘릴리’가 죽음의 비 때문에 멸망한 세상을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비 때문에 ‘타락자’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여행하던 '릴리'가 구원하게 되는데, 보스와 특정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정화해 주면 그들의 과거와 생전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

릴리가 만나고 직접 정화해 준 그들의 딱한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니 싫증이 나기는 커녕 그들의 과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또한 곳곳에 떨어져 있는 조각들로 스토리와 주인공에 관한 주변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게다가 게임이 진행될수록 ‘릴리’가 정화해야 하는 대상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아무리 백무녀라 해도 결국 오염은 피해갈 수 없었나 보다. 그녀의 새하얀 긴 머리가 끝에서부터 점점 검게 변해가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게임 곳곳에 펼쳐져 있는 단서와 세밀하게 배치된 내용들을 확인하며 과연 이야기의 끝에서는 ‘릴리’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 움직일때 마다 보이는 물의 파동

▲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수호자 '시그리드'의 디자인과 배경

백무녀라는 이름답게 게임 내에서 온전한 흰색으로 존재하는 것은 주인공밖에 없다. 게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그녀와 상반된 어두운 색으로 연출된다. 몽환적인 배경의 분위기와 색상들, 이 세상이 멸망하고 괴물들이 나타난다면 실제로 이런 분위기가 될 것 같은 그래픽과 색감들은 게임의 장르나 주제와 알맞게 너무 잘 어우러지고 있다.

게임의 설정상 그치지 않는 비가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빗방울이 떨어지는 연출과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연못의 파동, 물에 비치는 모습까지 어느 하나 거를 타선이 없는 섬세한 그래픽들이 게임의 매력을 더해 준다. 고어물 게임이지만 괴물들의 모습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인 데다가 액션 게임인 만큼 괴물들을 물리칠 때의 타격감도 상당하다.

마지막으로 꼽고 싶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음악’이다. 지난번 얼리 액세스 때도 배경 음악 하나 때문에 이 게임을 기다린다는 유저들의 반응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엔더 릴리즈’의 OST는 리듬 게임의 요소와 스토리를 모두 잡은 게임 ‘DEEMO’에 수록된 곡을 제작했던 ‘Mili’의 작품이다.

게임에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 덕분에 주인공의 감정에 어렵지 않게 몰입되며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슷한 분위기의 스테이지라도 음역대가 조금씩 다른 음악이 흘러 나오는 것을 보며 제작자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 헤이, 츄라이 츄라이

최근에 이렇게까지 시간을 쏟아 부으면서 게임에 몰두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오래간만에 2D 횡 스크롤 액션 RPG를 플레이하게 되었는데, 처음 RPG를 접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게임을 플레이한 것 마냥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열심히 했다.

게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와 음악이 좋고 친숙한 조작법까지 갖춘 만큼 주변에 한 번 플레이해보라고 여기저기 권해 주고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3D 게임에 지친 마음을 다크 판타지 2D 게임 ‘엔더 릴리즈’로 한 번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