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딧 브리온이 LCK 합류 이후 처음으로 달콤한 연승을 맛봤다. 누군가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콧웃음을 칠 수도 있지만, 맨 아래에서 시작한 프레딧 브리온에게는 허물을 한꺼풀 벗고 한 뼘 성장할 첫 단추가 될 중요한 기점이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체급 차이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을 담원 기아와 농심 레드포스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정말 모든 선수가 다 잘했지만, 이번에는 올해 LCK에 데뷔한 신인 봇 듀오 '헤나' 박증환과 '딜라이트' 유환중을 주목해보고 싶다.

먼저, '딜라이트'는 담원 기아전의 일등 공신이었다. 세트를 선택한 1세트에서는 한타마다 맹활약하면서 데뷔 첫 POG를 꿰찼다. 특히, 매번 '칸' 김동하의 나르를 완벽 마크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3세트 그라가스도 만만치 않았는데, 궁극기나 스킬 활용이 굉장히 매서웠고, 위기의 순간에는 바론 스틸까지 해내며 상대의 역전 의지를 꺾었다.

▲ '딜라이트'의 명품 세트

'헤나'의 활약은 농심 레드포스전에서 빛났다. 두 세트 내내 바루스를 쥔 '헤나'는 궁극기를 포함해 뛰어난 스킬 적중률을 보여주며 포킹 바루스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냈다. 특히나 1세트에서는 LCK 상위권 봇 듀오로 꼽히는 '덕담' 서대길-'켈린' 김형규 듀오를 라인전부터 몰아붙였고, 12분만에 타워를 밀어버리는 무지막지한 힘을 보여줬다.

이 두 신인 선수는 스프링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프레딧 브리온을 이끄는 최우범 감독 역시 "폼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왔다"며 신인 봇 듀오의 성장세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LCK가 오랜 기다림 끝에 오프라인 무대로 바뀌면서 대다수의 신예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헤나'와 '딜라이트'의 경기력은 자신들의 고점을 향해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거다.

일부 관계자를 통해 '헤나'와 '딜라이트'의 데뷔 전 숨겨진 이야기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헤나'는 2019 시즌 서머부터 2부 리그서 활동했고, 프레딧 브리온에는 2020년에 합류했다. 팀이 프랜차이즈에 합격하고 잔류한 유일한 선수기도 하다. 아마추어 시절 카이사 장인으로 천상계에서 이름을 날렸는데, 때문인지 데뷔 초에는 챔피언 풀에 한계가 있다는 혹평도 있었다고. 농심 레드포스전의 바루스는 연습량의 산물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딜라이트'는 젠지 e스포츠와 T1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두 게임단은 아카데미를 크게 운영하고 있고, 그만큼 유망주 발굴에 진심이다. 그런 곳에서 연습생으로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잠재력은 인정받은 셈. '딜라이트'의 연습생 시절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그의 강점으로 브리핑을 꼽았다. 어린 선수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적극적인 브리핑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것. 실제로 프레딧 브리온의 인게임 보이스를 들어보면 '딜라이트'가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바로 다음 경기서 '헤나'와 '딜라이트'는 LCK 최강의 봇 듀오 '룰러' 박재혁과 '라이프' 김정민 앞에 선다. 쉽지 않은 승부인 건 분명하다. 앞서 말했듯 '룰라' 듀오는 LCK에서 최고로 손꼽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승패가 전부는 아니다.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선수에게는 이번 대결은 또 한 번의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