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LCK 서머는 많은 팀들이 칼을 갈고 온 듯하다. 스프링 중-하위권 팀들이 예상 외의 저력을 발휘해 올라오면서 순위가 '맛있게 비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팀들이 많다는 소리다.

그중에 가장 돋보이는 건 6전 전승으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젠지 e스포츠다. 스프링 준우승팀에게 남은 성장은 1위와 우승자가 되는 것 뿐이다. 단순히 라인전이 강하고, 개개인의 체급이 높다는 평가는 이전에도 계속해서 나왔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야만, 최종 단계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 젠지는 이를 해내려는 의지를 최근 경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서머의 젠지는 그 이상의 능력을 끌어내는 과정에 있다. 이는 고비가 찾아오더라도 한타로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1만 골드(한화생명e스포츠), 5천 골드(아프리카 프릭스)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고, 오브젝트 획득에서도 밀리는 불리한 경기였다. 그런데도 매번 뒤집는다는 게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두 번의 스프링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허무하게 패배하는 젠지와 확실히 달랐다.



젠지가 이런 역전승이 가능한 이유는 한타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리하더라도 각자 해줘야 할 역할을 최대로 해낸다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다. 가장 먼저 핵심 딜러를 끊어주는 플레이의 합이 돋보였다. 한화생명전에서는 최종 성장을 마친 '쵸비' 정지훈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아프리카전에서는 '레오' 한겨레의 바루스부터 끊어낸다.

'쵸비'를 끊을 때, '클리드-비디디'의 합이 돋보였다. '클리드'가 먼저 CC기를 넣어주면, 순식간에 '비디디' 곽보성이 반응해 '쵸비'를 잡아낸다. '쵸비'가 존야의 모래 시계로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호응으로 만들어낸 기적 같은 한타였다.

아프리카전에서는 '라스칼' 김광희의 리 신이 딜러를 끊는 역할을 맡았다. 눈에 띄는 건 다른 팀원들의 움직임이었다. 리 신이 순간이동으로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리 신의 움직임에 맞췄다. 모두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게 아닌, 수비적인 포지션으로 리 신이 킬을 내고 어그로 핑퐁을 할 만한 시간을 벌어줬다. 리 신이 역할을 마친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다른 팀원들이 치고 들어가는 한타로 불리한 상황을 한 방에 뒤집었다. 이번 여름 젠지 e스포츠만의 하나된 듯한 한타 능력이 돋보이는 역전승이었다. 이런 조직력이 뒷받침이 되면서 그동안 젠지가 패배할 것 같은 경기마저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요즘 젠지는 이전과 달라보였다. '비디디'는 서머 인터뷰에서 "중요한 결승 무대마다 팀원 다섯 명이 같은 그림을 보지 못했다"며 이전 결승전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팀원 모두가 같은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해서 우승하겠다"는 말로 서머의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런 젠지와 '비디디'의 각오가 경기를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요즘 젠지는 다섯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치열해지는 LCK에서 단독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불리하더라도 뒤집는 힘을 가진 젠지에게 이번 여름에는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영상 : 네이버 - 한화생명e스포츠전, 아프리카 프릭스전, KT전 한타 역전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