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의 최강자가 매년 바뀌고 있다. LPL-LCK-LEC가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흐름은 같지만, 해당 지역 내에서도 최강자의 자리에 서는 새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동안 T1처럼 롤드컵 3회 우승을 비롯한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꾸준히 성적을 낸 팀을 찾기 쉽지 않았다.

특히, 이번 2021 서머 스플릿은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 보인다. 메이저 지역 스프링 우승팀들의 서머 스플릿 기세가 이전과 다른 흐름 속에 있기에 그렇다. 담원 기아와 RNG는 스프링에서 정규 스플릿부터 안정적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두 팀 모두 LCK-LPL에서 정규 스플릿 1위와 PO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기에 세계 무대 결승에서 만날 것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두 팀의 여름은 이전만큼 독보적이지 않다.

기존 강팀의 기세가 꺾인 것은 메타 변화의 영향이 커 보인다. 이는 패치와 시즌별로 변화가 큰 e스포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즌은 정글러의 성장과 합류전 구도가 중요한 흐름에서 어느덧 대규모 5:5 한타로 승부가 결정 나는 양상으로 변했다. 챔피언 티어도 새롭게 바뀌면서 떠오르는 챔피언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지, 그에 맞는 운영이 가능한지가 중요해졌다.


■ 2021 메이저 지역 스프링 우승팀 - 서머 순위 및 성적

담원 기아 2위/10 (5승 3패)
RNG 15위/17 (1승 5패)
MAD 4위/10 (5승 4패)
C9 3위/10 (21승 12패)


■ 기분 좋게 출발해도 끝이 안 좋은 RNG 지표

팀 퍼스트 블러드 획득률 1위 - 93.8%
팀 최다 데스 1위 - 경기당 평균 17.3회

나아가, 특정 메타의 최강자도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언제 성적이 떨어질지 모른다. 이는 2021 LPL 스프링-MSI까지 모두 우승을 거뒀던 RNG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이번 서머에서 RNG는 1승 5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한순간에 리그 최강에서 하위권으로 내려왔다. 경기력이라도 탄탄했으면 우려가 덜할 텐데, 서머의 RNG의 경기력은 불안했다.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겠지만, RNG의 최근 부진한 경기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탑 라이너 '샤오후'였다. 스프링만 하더라도 올해 미드에서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였다. '밍'과 함께 플레이메이킹과 운영의 중심 역할을 맡으며, RNG의 정규 스플릿 1위를 이끈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샤오후'는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기를 이어갔다. 이전과 달리 그웬-비에고와 같은 '근접 칼 챔피언'을 새롭게 기용할 때마다 미끄러졌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는 솔로 킬도 내고 무난하게 풀어가는 것처럼 보이더니 운영 단계에 들어서면 무리한 플레이를 했다. 홀로 사이드 라인을 깊게 밀다가 잘리는 장면이 연이어 나오면서 패배한 경기가 많았다. 해당 실수가 반복되면서 한타마저 잘 풀릴 리가 없었다. 막상 그웬-비에고로 한타를 바라볼 때도 무리하게 먼저 들어가 끊기고 말았다. 새로운 챔피언 활용의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팀의 중심이었던 '샤오후'부터 흔들리면서 RNG가 부진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 잘 크고 사이드 스플릿 못 참은 쑤닝전 '샤오후' 그웬

▲ MSI 픽과 확연히 다른 성적의 그웬-비에고(출처 : gol.gg)





담원 기아 역시 지난 농심 레드포스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마지막 3세트에서 담원 기아는 니달리를 꺼냈다. 니달리는 과거 담원 기아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조합의 중심이다. 그렇지만 해당 경기에서 담원 기아는 협곡의 전령 전투 패배 한 번으로 승기를 잃었다. 난타전이 이어지는 최신 메타에서 니달리 특유의 화력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나왔다.

나아가, 현 메타에서 탑 라이너의 한타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농심전에서 잘 드러났다. 농심의 '리치' 이재원이 '칸' 김동하를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압도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는데, 현 메타에서 탑 라이너의 역할과 활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담원 기아는 다행히 젠지 e스포츠를 꺾으면서 빠르게 메타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전투에 능한 픽을 뽑아 원하는 한타를 벌이면서 승리했다. '칸'은 비에고-오른으로 한타에서 빛나는 탑 라이너의 존재감을 뽐냈고, '캐니언' 김건부 역시 니달리가 아닌 다이애나-비에고로 한타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지난 농심전과 달라진 담원 기아의 모습이었다.


담원 기아가 최근 경기에서 희망적인 경기력을 뽐냈더라도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농심-프레딧 브리온전에서 패배를 경험해봤듯이 남은 서머의 흐름 역시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당장 다가온 7일 경기는 이번 메타에서 낭만을 찾으며 급부상 중인 리브 샌드박스전이다. 리브 샌드박스는 현 메타에서 최적화된 기량을 발휘하는 팀으로 지금의 담원 기아가 어느 정도 기세인지 확인할 만한 매치업이 기다리고 있다.

RNG는 저조한 성적만큼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팀이다. 희망이라면, '샤오후'가 리메이크된 문도 박사로 한타 때 자신의 역할을 찾으며 쑤닝전에서 한 세트 승리를 해봤다는 정도다. 희망을 구체화하려면 세트 승리를 넘은 확실한 경기의 승리가 필요하다. 7일 RNG는 LPL 상위권을 노리는 LGD와 맞붙는다. 더는 뒤가 없어 보인다.

RNG-담원 기아 모두 스프링 때보다 서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팀, 메타의 변화에도 마지막에 웃는 팀이 나올 수 있을까. 2015-16 T1의 연이은 롤드컵 우승 후 매번 국제 무대의 최강팀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변덕스러운 올여름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세계 무대의 정상에 설 팀이 나온다면, 다시금 LoL e스포츠 역사에 굵직한 한 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 2021 LPL RNG-LCK 담원 기아 서머 스플릿 7월 7일 일정

LCK 1경기 리브 샌드박스 vs 담원 기아 - 오후 5시

LPL 1경기 LGD vs RNG - 오후 6시

이미지 출처 : MSI 라이엇 공식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