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제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체감한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정규 시즌 승률이 가장 높은 감독이었고... 그래서 오만했습니다. 이번 시즌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 인지,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0승 8패,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던 DRX 김대호 감독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가서야 씁쓸하지만 달콤한 승리를 맛봤다. 커리어 상 매번 승승장구만 해왔던 스타 감독은 이번 부진을 겪으며 꽤 여러 감정을 느꼈던 듯 보였다.

"스크림에서 36연패 정도를 했습니다. 4일 동안 어떤 팀을 상대하든 한 번도 이겨본 적 없고, 밴픽을 바꿔보고, 콜에 개입해보고, 선수들 달래도 보고, 긴장도 풀어보고, 여러 가지를 다 시도해 봤습니다. 스크림에서 이기지 못하는걸, 경기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근본적인 발전이 없었으니 저에겐 무조건 납득이 되는 패배였네요."

결국, 김대호 감독은 바텀 듀오 교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바오-베카'를 2군으로 샌드 다운, 2군에서 활동하던 '태윤-준'을 1군으로 콜업했다. 특이점이 올 때까지 '씨맥의 피드백'을 하지 않겠다던 김대호 감독은 자신이 언급한 '특이점'이 바로 '태윤-준'을 1군에 콜업하는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태윤-준'의 LCK 첫 경기, 프레딧 브리온전은 정말 중요했다. '태윤-준' 듀오는 잘하는 모습도, 실수도 보여줬지만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받고 팀에게 첫 승리를 안겼다.

"LCK를 한 번도 뛰지 않은 신생 선수 두 명을 시즌 중간에 긴급하게 투입하는 건 도박이고,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하게 이 선택이 최선이었습니다. 기존의 바텀 두 명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다섯 명의 궁합이 발전적이지 못하고 계속 맴돌았습니다. 몇 번 1군과 2군을 바꿔가며 스크림을 뛰었고, 가능성을 느껴서 이런 결정이 나왔습니다.

설령 오늘 경기를 졌더라도, 우리 팀은 게임 방향성을 잡고 있었고 콜도 좋았습니다. 한 판을 이겼다고 너무 앞서간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스크림을 해보면서 설령 이번 시즌 몇 번 미끄러져도, 그래서 롤드컵을 나가지 못하더라도 팀의 방향을 잡은 라인업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2라운드를 시작하는 김대호 감독은 어떤 마음가짐일까? 김대호 감독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목표는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진출, 이 라인업으로 롤드컵을 기대하긴 무리지만 패배를 하면서 쓰러지더라도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김대호 감독은 전했다.

"모든 선수들이 항상 믿고 따라와 주는데, 좋은 결과를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리고 저희를 끝까지 놓지 않고 지지해주는 팬들께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