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은 자살을 다루는 게임이다. 개발팀 '더 브릭스' 이혜린 대표는 학생 시절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던 중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 자살 실태를 접했고, 문제의 심각성을 게임으로 알리고자 했다. '더 브릭스' 구성원들은 대학생 게임 연합 동아리 '브릿지'를 통해 만났다. 이혜린 대표가 자살의 사회적 심각성을 게임으로 다루고 싶다 밝혔고, 뜻이 맞는 학생들이 모여 팀이 됐다. 팀 이름 '브릭스'는 현실의 벽을 부수는 게임을 만들자는 의지가 담겼다.

게임에서 유저는 고시원 총무 '박유나'가 된다. 그리고 타이틀처럼 게임 내 30일 동안 고시원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사망진단서다. 게임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읽은 유저는 고시원 내 누군가가 자살할 것을 인지하며, 이를 막아야 하는 게 목표임을 안다. 블라인드 처리된 사망진단서는 고시원 내 모두가 해당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혜린 대표는 자살을 게임 소재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일상에서 '자살각이다', '자살하고 싶다' 등 자살을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정말 위기에 처한 사람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자살 실태를 기사로 접하고서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는 무관심했단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던 와중, 자살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 (왼쪽부터) 이혜린 대표, 김지윤 디자이너, 권은령 프로그래머

제작자 입장에서 자살은 굉장히 민감한 소재다. 가볍게 다룰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다루면 메시지를 전달하기 힘들다. 브릭스는 일상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고, 그렇게 게임 배경은 고시원이 됐다. 김지윤 디자이너는 "고시원을 배경으로 하되 너무 안 좋은 방향으로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실제로 고시원에 사시는 분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전했다.

'30일'은 게임 내 인물들과 대화하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큰 줄기는 인물들의 대화를 잘 파악하는 일이다. 말의 속뜻을 알아차리고 좋은 대답을 해야 한다. 부가적으로 고시원 내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며 게임이 이어진다. 잡다한 일 처리에서도 유익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일례로 고시원 내 소화기 감압을 확인하는 일이다. 박유나는 감압이 불량인 소화기를 발견해 고시원 주인에게 알린다. 고시원 주인은 '굳이 바꿔야 하나?'라는 입장이지만, 박유나는 안전을 이유로 설득해 바꾼다. 필요한 일이다.

유저가 자주 보게 될 총무실 내 모니터에서도 디테일함이 돋보인다. 브릭스가 '30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음을 엿볼 수 있다. 모니터는 유저가 일상에서 알기 힘들 수 있던 사회적 문제를 뉴스 형식으로 전한다. 대부분 고시원에 나타나는 열악한 문제들과 사회 소외 계층의 문제들이 나타난다.

▲ 뉴스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전달한다

▲ 소소한 디테일도 잘 살렸다

이혜린 대표는 "예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모니터에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내 정보를 위해 "실제 고시원에 찾아가 원장을 인터뷰하고, 공시생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사전 조사에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며 "전문가 조언을 듣고자 중앙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의사에게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고 전했다.

유저는 기획자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30일'에서 기획자 의도를 벗어난 행동이라면, 유저가 의도적으로 캐릭터가 자살하게끔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혜린 대표는 "걱정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소재와 방식을 선택한 이상 안고 가야 하는 문제 같다"며 "어쩌면 게임에서 최악의 엔딩이 오히려 우리 일상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게임의 배드엔딩이, 현실에선 일상이란 역설이다.

'30일'은 자살을 예방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적절한 말을 선택하는 게 전부다. 결국엔 관심이다. 유저는 게임 내 캐릭터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보통의 게임에서 NPC 대사는 스킵할 수도 있다. '30일'에서는 그냥 넘기기 힘들다. 게임이라 하더라도 캐릭터가 힘든 상황이란 것을 알고, 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길 바라니까.


▲ 일상에서 지나친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이미 많은 유저가 '30일'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진행된 텀블벅 후원에서 '30일'은 목표 금액보다 646% 많은 후원금 1,293만 원을 모았다. 이혜린 대표는 "텀블벅 후원을 진행한 이유는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 기대보다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다"며 "후원을 받았다는 것은 스스로 '행복한 족쇄'를 찬 것과도 같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게임을 완성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정식 출시는 8월 중순 예정됐다. 현재 브릭스는 '30일'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 '30일' 사전예약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