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요가 개발, 서비스하고 있는 '원신'은 카툰렌더링 그래픽으로 그려낸 광활하고 이국적인 게임 배경과 원소 상호작용 기반의 전투, 다양한 캐릭터 및 스토리를 선보인 오픈월드 액션 RPG다. PC, 모바일, PS4/5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한 원신은 모바일에서만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하고, 2.0 업데이트 트위치 방송 실시간 시청자 수가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세계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특유의 카툰렌더링 그래픽과 캐릭터, 모험으로 어필하고 있는 '원신'. 그 세계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미호요의 차이하오위 PD는 이번 GDC 2021에서 미호요의 철학과 원신의 세계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를 짚어나갔다.

미호요의 슬로건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대로다. '테크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 그 철학을 바탕으로 붕괴학원2와 붕괴3rd가 개발됐다. 2D 슈터에서 3D 액션으로 장르가 바뀌었어도, 미호요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은 원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 미호요는 '테크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는 철학 아래 게임을 개발해왔다

더 나아가 미호요에서는 붕괴3rd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유저들이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했다. 붕괴3rd는 남자 캐릭터가 나올 수 없는 구성이었고, 코어한 SF 느낌의 세계관이었기 때문에 담아낼 수 있는 스타일이 제한이 되어있었다. 그와 달리 원신은 다양한 문화권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세계 속을 모험한다는 컨셉이었고, 따라서 더 다양한 캐릭터들과 문화권을 소화하면서 각지의 유저들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었다.

아울러 어느 문화권에서는 익숙한 것이라고 해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낯설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지지 않게끔 하는 것에도 주력했다. 일례로 리월은 중국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시인데, 미호요 직원 다수가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이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국 문화에 낯선 유저들, 특히 서구권 유저들도 몰입하게끔 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중국하면 기껏해야 판다, 삼국지, 쿵푸 정도만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리월은 미호요 직원들에게 친숙한 중국풍이라 제작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 중국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다른 문화권도 고려해서 디자인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원신 제작진은 '바위'라는 테마에 맞춰 리월을 디자인해나갔다. 장가계나 황룽 풍경구 등 중국의 각종 자연경관을 참고하고, 험준한 절벽 사이사이 평원과 농지 등으로 어느 지역에나 있을 법한 목가적인 분위기를 가미해 친숙함을 살렸다. 또한 명절을 재해석한 해등절 등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 이외에도 2.0 업데이트에 추가된 이나즈마나, 앞으로 추가될 다른 지역 역시도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문화권의 느낌을 녹여내기 위해 컨셉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여러 문화권과 자연환경을 참조한 컨셉 아트들을 기반으로 각 지역을 구축해나갔다

하오위 PD는 이렇게 각 지역의 컨셉을 잡을 때, 참고하고 있는 문화권의 자연경관 자료 말고도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는 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아숨쉬고, 플레이어와 함께 모험을 해나가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원신에는 2.0 버전 기준으로 36명의 캐릭터가 있는데, 각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게임플레이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권의 느낌을 각각 다르게 담아내야했다. 따라서 컨셉을 잡을 때 캐릭터 관련 작업의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트리플A급 게임들 콘솔 게임들은 큰 줄기의 플롯 라인을 따라서 이야기가 진행되곤 한다. 그러나 원신은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메인 퀘스트와 나란히 배치, 캐릭터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그렇게 캐릭터를 중요시한 데에는 원신의 주요 수익 모델이자, 광고 포인트인 이유도 있었다. 세계관에 잘 녹아들면서 멋지고 예쁜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 원신의 또다른 핵심, 캐릭터도 월드 제작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렇다면 캐릭터 제작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행될까? 하오위 PD는 '소'의 사례를 들었다. 소의 캐릭터 설정은 리월항을 수호하는 삼안오현 선인 중 한 명이자, 마지막 남은 야차다. 그 설정을 바탕으로 캐릭터 컨셉을 구축하고, 소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걸 구체화하면서 다른 캐릭터들과의 이야기를 맞춰가는 식으로 리월에 대한 컨셉을 다시금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나가는 식이다. 캐릭터의 컨셉이 정해지면 이를 토대로 3면도를 작성하고, 모델링을 입힌 뒤에 전투 및 이동, 게임플레이 디자인을 설계해나간다. 최종적으로는 비주얼 이펙트까지 넣고 테스트를 진행한다.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현재 원신 개발팀에는 흔히 말하는 아트 디렉터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여러 팀이 함께 아트뿐만 아니라 세팅, 게임플레이, 플레이어의 선호도나 기호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같이 작업해나간다고 하오위 PD는 설명했다.

▲ 3면도부터 시작해서

▲ 최종 플레이 테스트까지, 여러 팀이 같이 협력하면서 작업을 이어간다고

고퀄리티 애니메이션풍의 오픈월드와, 그에 걸맞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원도 필요했다. 특히 미호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빛과 그림자였다. 시시각각 빛의 방향과 상태가 바뀌는 원신의 세계인 만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암과 그림자 표현이 매번 변하는 빛에 맞춰서 이루어져야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다이내믹 라이트 맵을 구축, 아티스트가 테크팀의 도움 없이도 빛의 방향에 따라서 변화하는 그림자를 보고 직접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원신에서는 고정 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라이트는 다이내믹 라이트를 채택, 매번 변하는 빛을 더욱 생동감 있게 살리고자 했다. 빛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미지 기반 라이팅과 앰비언트 라이팅 컴포넌트까지 도입했다. 하오위 PD는 이러한 리얼타임 라이팅을 캐릭터 셰이더에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나무 그늘을 지날 때와 양지를 걸을 때 캐릭터가 동일하게 렌더링되면 몰입감이 살지 않기 때문이었다.

▲ 빛의 방향에 따라 얼굴에 그림자가 다르게 지는 것뿐만 아니라

▲ 시간에 따른 조명 변화와 그림자 표현

▲ 그리고 캐릭터에 드리우는 그늘 표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툴을 따로 만들거나 개조했다

프로젝트 첫 시작 단계부터 7개 지역을 만들기로 했고, 그 지역의 컨셉은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이를 아트로 그려내는 작업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컨셉으로 구현한 지역 사이사이를 잇는 배경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우선 TOD나 날씨, 라이팅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서 고려해야 했다. 또한 매 지역마다 중간중간 다른 스타일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어레인지도 필요했다. 이에 필요한 작업량을 보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은 캐릭터 및 지역 스타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던 만큼, 이를 매치시키기 위한 배경 설계 자체는 쉬웠다. 그 사이사이의 방대한 랜드스케이프는 블록들로 구분하고, 그 블록 하나하나를 총 8개의 레이어로 구성했다. 그래서 블록 자체가 아닌 레이어에 변화를 줘서 처리하는 식으로 구현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위해서 유니티의 테레인 마테리얼 기능을 테크팀이 일부 개조하는 절차를 거쳤다.

▲ 오픈월드가 비어있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랜드스케이프를 어떻게 메울까도 고민해야 한다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원신 배경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풀과 돌, 절벽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문제였다. 풀은 우선 톤은 다 동일하게 한 뒤, 여러 가지 색상 바리에이션과 모델을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랜덤 툴을 사용해서 배치해서 좀 더 자연스러움을 유도했다. 바위와 암벽은 어디든 올라갈 수 있다보니 가까이에서 봐도 이상하지 않게끔 해야 했다. 그래서 브러시를 새로 제작하는 한편,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에서 보일 때 쓰는 세 개의 맵을 동시에 입혔다.

반면에 중간중간 보이는 나무는 최적화를 위해서 다양한 셰이딩 트릭을 가미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나뭇잎에 구형 노멀맵을 넣고, 미니멈 라이트 인텐시티 수치도 적게 주는 등 여러 처리를 하면서 그럴싸하게 보이게끔 조치했다.

▲ 바위나 벽은 자주 타고 오르는 중요한 오브젝트라 그래도 좀 힘을 줬지만

▲ 나무는 최적화를 위해서 여러 가지 트릭을 가미했다

그리고 다이나믹 클라우드 생성을 통해서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구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선 아티스트가 각 프레임마다 구름의 모양을 그린 뒤, 그 키프레임에 따라 자동으로 보간하는 툴을 돌려서 그레디언트 맵을 제작해서 더한다. 그리고 테두리 하이라이트맵까지 덧붙인 뒤에, 노이즈가 더해진 그레디언트 맵도 곳곳에 생성되게끔 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을 한 층 더 사실적으로 살렸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원신의 애니메이션풍 오픈월드는 강연이 녹화된 시점에서는 2개, 현재 시점에서는 3개 지역까지 구현됐다. 하오위 PD는 나머지 지역 완성까지 4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 예상했으며, 제작 과정에서 여태껏 겪은 것과 또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유저들에게 꾸준히 멋진 월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나머지 지역이 다 추가되기까지 4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