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라인전은 참 오묘하다. '리치' 이재원 선수의 최근 행보를 보면 더 그렇다. 제이스를 잡은 '리치'는 1R 대결에서 '기인' 김기인을 틀어막을 정도로 딜러 간 대결을 잘 소화했다. 그런데 제이스를 비롯한 탑 집중 밴이 들어가거나, 탱커 챔피언이 제이스의 카운터 픽으로 등장하면 라인전 양상이 또 달라진다. 티어가 높아진 제이스 선픽을 두고 탑 라이너들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라스칼'과 '리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이스가 풀리면 가져오는 선택을 한 '리치'는 "제이스는 그냥 좋은 픽이다. 롱소드로 시작을 해서 초반 라인전보다 첫 귀환 후 톱날 단검을 뽑고 강하게 나가는 편이다"며 최근 제이스의 라인전 운영법을 소개했다. 이어 "월식 아이템을 빨리 뽑을 수록 상대가 버티기 어려워 하는 타이밍이 나온다"며 선픽의 이유를 들었다.

'라스칼' 김광희는 '리치'의 의견에 정반대편에 있는 선수다. "개인적으로 제이스를 선호하진 않는다. 그래도 예전부터 상대가 제이스를 선픽으로 가져가면 자신 있었다. 메타가 변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스프링 후반부터 탱커 쪽은 너프 받은 게 없다. 다른 경기를 보더라도 제이스 선픽은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른이나 이렐리아 등 카드는 많은데, 사이온은 우리 팀 조합에 맞춰 뽑은 것이다"며 제이스 카운터 픽에 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스칼'의 플레이에 관해 '리치'는 "대회를 보는 입장에서 '라스칼' 선수가 탱커 플레이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1:1 구도만 보면 한 쪽이 힘들어보일 수 있다. 사실, 탑보단 미드-정글 플레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드-정글이 힘이 있으면 제이스 쪽에서 굴릴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면 탱커가 더 좋은 상황이 있다. '비디디' 곽보성 선수의 라인전이 강하기 때문에 '라스칼' 선수가 탱커를 선택할 여유가 있다"며 젠지가 탱커로 제이스를 상대할 수 있는 이유를 들었다.


PO 상위권 팀들이 대부분 제이스를 잘 다루지만,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리치' 역시 13일 DRX전에서 '킹겐' 황성훈의 마오카이와 오른에게 라인전 단계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제이스를 선택한 '리치'는 "힘든 상황이지만, CS 격차로 라인전 데스를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마오카이를 상대로 점멸이 빠지고 죽어서 상대의 다음 노림수까지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라인전 이득을 굴리지 못했다"며 대 탱커전 경험을 아쉬워했다.

동시에 '리치'는 최근 탑 라인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탑 라인전에 관해 "요즘 점멸 하나 빠진 것을 이용해 협곡의 전령을 챙기는 경기가 잦다. 탑 1데스 하나로 협곡의 전령으로 2차 포탑까지 밀어내는 운영도 나온다. 2차 포탑 골드를 많이 주는 패치로 전령과 탑 라인전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탑 라인전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을 묻자, "리 신-트런들-신짜오-비에고 등 갱킹이 강한 정글러들이 많이 나온다. 정글러 동선에 맞춰서 라인 조절하는 능력이 딜 교환보다 중요하다. 특히, 첫 갱킹으로 킬을 먹고 2코어 신발이나 가시 채찍을 구매한 정글러의 스노우 볼 속도가 더 빠르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PO에서 올라갈 강팀의 조건으로 "미드-정글이 힘이 강한 상태에서 탑 다이브를 빠르게 칠 수 있는 팀이 강하다. 특히 미드-정글에서 르블랑-리산드라, 리 신-비에고-신짜오 등을 잘 다루는 팀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리치'는 현 메타에서 강한 팀으로 르블랑을 잘 다루는 담원 기아와 T1을 뽑았다.

마지막으로 '라스칼'과 대결을 앞둔 '리치'는 "젠지 e스포츠를 꺾고 기분 좋게 PO를 시작하고 싶다. 1위 확정 후 PO 2라운드에서 승리해 결승전과 롤드컵 모두 갔으면 한다. 그렇게 되려면 내 라인전 보완이 최우선 과제인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2021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45일 차 일정

1경기 한화생명e스포츠 vs T1 -14일 오후 5시
2경기 농심 레드포스 vs 젠지 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