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트 젠지 e스포츠의 넥서스를 파괴하고 경기를 끝내는 T1 선수단의 환호성은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번 시리즈는 T1에게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서머 스플릿 결승전으로 가는 길목이었고, 다전제 전적에서 밀리는 오랜 라이벌과의 대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T1에게는 2021 월드 챔피언십 진출이 걸려 있었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연신 롤드컵을 외쳤다.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탈락, 서머 시즌 갑작스러운 감독, 코치 경질 등 월드 챔피언십을 기대하기 힘든 시간들을 버텨내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생애 첫 롤드컵 진출을 확정한 선수들에게도, 여섯 번째 롤드컵 무대를 밟게 된 ‘페이커’ 이상혁에게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올해 서머 시즌 초반만 해도 롤드컵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끝내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네요. 돌아보니 정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롤드컵을 굉장히 오랜만에 가는 느낌인데, 그만큼 이번 롤드컵에 대한 욕심도 커지네요.”

다만, 젠지 e스포츠와의 대결에서는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조금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페이커’는 샌드박스와의 대결 이후로 짧은 시간 안에 또다시 다전제를 준비해야 했던 점이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 경기가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그 고비를 넘겨서 정말 다행이에요. 담원 기아와의 대결은 좀 더 마음 편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1과 담원 기아의 결승전이 성사되면서, ‘페이커’는 또 다른 역사적인 만남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페이커’의 커리어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한 김정균 감독과의 조우이다. ‘페이커’ 이상혁은 김정균 감독과 함께 역사적인 LCK 10회 우승을 두고 대결을 벌이게 된다.

“결승전에서 김정균 감독님과 만난다는 건, 예전에는 생각도 못 해본 일이었어요. 이번에 드디어 그런 날이 오게 되어서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꼭 이기고 싶습니다.”

‘페이커’는 담원 기아와의 결승전 스코어를 3:1로 예상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1세트로 뽑았고, 이유에 대해서는 1세트가 다른 2, 3, 4, 5세트에 모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페이커’는 가장 중요한 라인으로 미드 라인을 고르기도 했다. 꼭 결승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대답이었다.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이 아쉽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결승전인 만큼 꼭 최고의 모습을 팬분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