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애니 게이밍 총괄 매니저 '준드 유(Junde Yu)'

게임 산업은 빠르게 변한다. 산업의 규모를 국내, 혹은 지역 권역이 아닌 세계로 넓히면, 그 속도감은 더할 나위 없이 빨라진다. 한 달이면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고, 새로운 비디오 엔진이 등장하며, 이전보다 배로 강해진 하드웨어가 등장한다.

이렇듯,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물론이고, 어쩌면 트렌드를 만드는 이들이라 할 수 있는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개발자들 또한 미처 잡아내지 못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운다. 트렌드는 무섭게 변하지만, 게임의 개발 속도는 그만큼 빨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한 게임 하나 개발에만 최소 1년. 파이프라인 셋업부터 R&D, 폴리싱을 마치고 하나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며, 그런 와중에도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한다. 오늘날, 시기를 놓친 낡은 게임이나, 너무 앞서간 게임, 개발을 서두른 흔적이 역력한 게임들이 종종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앱애니의 게이밍 분야 최고 매니저인 '준드 유(Junde Yu)'가 데브컴 2021의 연단에 오른 이유도 이 '트렌드'를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21년 2분기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현실을 말했다. 게임 시장이 이러이러하니, 우리는 이렇게 변해야 한다거나, 오늘날의 발전 방향은 너무 편중되었으니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교조적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그의 강연은 강연이라기보단 현황 보고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이 강연이 지금의 모순적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일종의 해설에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는 랜덤박스와 어마어마한 양의 BM이 게임에 들어가는 이유, 그리고 게임 장르가 편중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1. 오늘날 세계 시장의 주요 키워드 '고령화', '여성', '하이퍼캐주얼'

'준드 유'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트렌드 변화를 논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게이머층의 변화다. 게임을 어렵지 않게 접한 세대가 중장년층에 이르고, 구매력과 게임에 대한 욕구를 모두 갖춘 완전체 세대로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의 나이도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머의 고령화가 정 반대의 결과도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는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키즈 게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2021년 전반기 동안 키즈 게임은 전년대비 22%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도 중요한 키워드. 사상이나 젠더의 이슈가 아닌, 말 그대로 여성 게이머 자체의 절대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상대적인 게이머 내 여성 비중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게이머층의 변화는 최종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바로, '하이퍼캐주얼'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다. 코어 게이머들이라면 학을 뗄 게임들이지만,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여성 게이머, 어린이 게이머, 그리고 게이머층 전체의 확대로 인해 2021년 전반기를 지배하다시피했으며, 미들코어 이상의 코어 게임을 모두 밀어내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 '가챠'와 '루트박스'는 여전히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여러 국가는 물론, 국내에서도 논쟁적인 방법이지만,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가챠', 즉 랜덤 박스는 여전히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준드 유는 전형적인 캐주얼 게임인 쓰리매치 퍼즐 게임 현황을 예시로 제시했다.


여전히 쓰리매치 퍼즐 게임의 최강자는 '캔디크러시 사가'이지만, 다운로드수 대비 매출에서는 '툰 블래스트'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장르가 같은 만큼, '캔디크러시 사가'와 툰 블래스트'는 기본적으로 같은 장르의 게임이다. 다만, 딱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툰 블래스트에는 가챠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 대조군이 워낙 명확하다보니, 가챠가 여전히 매출 견인에 큰 몫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3. '복잡함'은 잔존율 확보의 적이다

이어 준드 유는 모바일 슈팅 게임 3종의 잔존율(Retention)을 분석했다. 대상 게임은 우리도 잘 아는 '펍지 모바일'과 '콜오브듀티 모바일', 그리고 '프리파이어'.


세 게임의 첫 날(게임 최초 실행 시) 잔존율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프리파이어'가 근소한 수치나마 꾸준히 우세를 보임을 알 수 있다. 다른 두 프랜차이즈에 비해 네임벨류가 심하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비밀은 바로 '시간'에 있다.


'펍지 모바일'과 '콜오브듀티 모바일'은 게임을 처음 다운로드받은 후, 본격적인 게임에 돌입하기까지의 시간이 비교적 긴 편이며, 중간 과정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프리파이어'는 실행 이후 알람 설정, 튜토리얼 이후 바로 게임의 코어 단계로 들어가며,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4. 주는 만큼 거둔다

마지막 차례는 '게임 내 보상', 흔히 '사료'라 불리는 요소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율을 가졌는지에 대한 분석이었다. 이 분석은 소셜 요소가 포함된 전략 게임 장르를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일단 잔존율 면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게임은 모두가 잘 아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다.


하지만, 월간 평균 플레이 시간과 다운로드 대비 매출에서는 '스타트렉: 플릿 커맨드'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말하자면, 게임을 조금씩 계속 하는 이들은 '클래시 오브 클랜'이 많지만, 제대로 게임을 파고들면서 돈을 쓰는 게이머의 비중은 '스타트렉: 플릿 커맨드'가 훨씬 높다는 뜻이다.

그 비밀이 바로 '보상'에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과 '스타트렉: 플릿 커맨드'는 모두 임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며 단발성, 지속성 이벤트를 실시하지만 '스타트렉: 플릿 커맨드'에는 훨씬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일일 임무 보상, 로그인 보상, 레벨 상승 보상 등 플레이어가 실제로 활동하는 모든 부분에 보상을 우겨넣어둬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뭔가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차이가, 평균 플레이 시간과 매출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지 시각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 및 게임스컴 2021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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